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30여리길 떨어진 시내, 지금으로 보면 그리 먼 길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하루에 두세차례 오가는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머나먼 길.

 어머님은 시내 중학교에 입학하여 자췻길을 떠나며 인사하는 내게

 얼굴은 본채 만채 애꿎은 장독만을 닦고 또 닦고 계셨다.

 

 어머님의 손때가 묻었던 장독은

 자식들과 나이 어린 시동생들의 뒷바라지로 까맣게 타버린 속처럼

 여전히 반짝거리지만

 커다랗고, 그 많던 장독 대부분은 깨어지거나 없어져 버리고

 지금은 몇개 남지 않은 고향집 뒤안 장독대.

 

 어머님 조차 홀로 남겨진 시골집 장독대 주변에

 40여년 전 그 때처럼 샛노란 유채꽃이 피다.

 

 유채와 장다리는 40여년 동안 그 자리에서 피고 지고

 나비조차 잊지 않고 고향집을 뒤안을 찾아 드는데

 비록 한쪽이 무너져가는 처마가 아니더라도

 너무 오랜 세월을 건너 뛴 그리움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향집 장독대.

 

 대부분 남향에 ㅡ 자형이거나 ㄱ자 또는 ㄴ자의 구조

 남쪽 지방의 가옥들은 집 뒷편(뒤안)에 장독대를 두어

 부엌(정지)에서 장독대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고

 조금 더 공간의 여유가 있을 경우 텃밭을 가꾸어

 갓 뽑아낸 싱싱한 채소로 찬거리를 만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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