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마당 깊은 집

가루라 2009. 6. 9. 08:48

 

 

마당 깊은 집은 구수한 얘기거리들이 넘친다.

하루 종일 맴돌던 바람이 구석구석 남기고 간 얘기들.

 

마당은 소통의 장이다.

 

수 많은 철쭉꽃 송이와 가지 사이사이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감나무 새순 끝에,

심지어 담장을 기어 오르는 담쟁이 덩굴 줄기에도, 

 

밤새 해도 못다 할 얘기들이 마당에 널려 있다.

 

불개미보다 작은 개미자리가 오늘 꽃을 피웠네 !

내일쯤은 벼룩만한 벼룩나물 꽃을 볼수 있겠지 ?

산괴불주머니는 괴춤이 너무 많아서 뽑아 버려야겠네 !

철쭉은 너무 인위적이지 않게 전정을 해주면 좋겠어.

 

주간회의 시간에 맞춘 이른 새벽 출근에도

늦은 밤 아무리 몸을 가눌 수 없는 술자릿길 귀가에도

마당을 비집고 나온 대화의 꼬투리들은

시간을 모른다.

 

20여년을 부대끼고 비비며 살아온 생활 속에

매마르고 건조해진 가족간의 일상적인 대화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삐걱거리는 서로의 틈새에 기름이 되어줄

자연스러운 얘기거리가 마당에는 가득하다.

 

넘쳐나는 얘기거리는 장미꽃 담장을 타고 넘어

붉은 꽃잎처럼 흩날린다.

이웃들과의 인삿말은 골목에 흩뿌려진 꽃잎에서 시작하여

골목 끝에서야 비로서 끝난다.

 

말쑥하고 깨끗한 뉴타운, 재개발,

얘기가 머물 공간조차 없는 획일적인 아파트들만 들어서는 도시생활은

그래서 더욱 더 무미 건조하고 팍팍해진다.

 

단독주택이 좋다.

미운정, 고운정, 잔정이 오래 머물 수 있는

마당깊은 단독 주택이 좋다.

 

뉴타운 반대 !

주택재개발 반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