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서울 하늘의 무지개

가루라 2009. 8. 14. 12:54

지방에 갔다가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를 뚫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와

한남대교를 넘어 강북강변도로로 접어 들다.

8월 12일 수요일 저녁 7시 20분경.

퇴근시간과 겹쳐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

이촌동을 지나는 순간 서울의 남쪽하늘에 걸쳐있는

쌍무지개를 발견하다.

늘상 사무실 근무로 하늘을 쳐다 볼 일이 없었던 터, 

쌍무지개를 본지 그 얼마만인가 !

 

어린 시절, 비가 그친 들판에서 쌍무지개를 발견하고는

조막손을 불끈 쥐고, 잡을 수도 없는 무지개를 향해

환호하며 달려 가곤 했었지....

마치 무지개를 잡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환상에 빠져서....

그러다 죽어라 쫓아갔던 무지개가 스러져 없어져 버리면

돌아 오는 길 내내 뒤따라 오던 허망했던 그 느낌을 기억하는가 ?

 

운전 중에 급히 카메라를 찾아 꺼내는 동안

두 개의 무지개 중 작고 희미했던 하나는 벌써 사라지고,

아무리 정체된 도로이긴 하지만 움직이는 차에서 찍은 만족스럽지 못한 사진.

 며칠동안 계속되었던 비로 인해 도심의 하늘은 물론

 아파트 외벽조차 말끔하다.

한강철교 위에 걸쳐진 무지개

 

하도 흔들려 원경으로 잡아 보지만 이마저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무지개를 제대로 잡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라본 서쪽 하늘.

 이제 막 환상적인 저녁 노을의 영상이 허공중에 투영되고 있었다.

아, 이런 날 하다못해 인왕산에만 올랐어도 

 이렇게 시야가 제한되지는 않았을텐데....

 결국 인간이 살아 가면서 볼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들은

 그 시점에 주어진 환경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것 뿐일 뿐인 것을....

 결코 허허로운 욕심에 사로 잡혀 무지개를 쫓지 말라고

 몇분 후면 어둠 속에 묻혀 검은 그림자만 남을 63빌딩이

 황금 바벨탑의 전설을 말해 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