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8일 목요일

춘삼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남부 내륙에 밤새 두껍게 쌓인 눈.

빙판처럼 미끄러지는 안성 평택부근 경부고속도로를 조심스레 벗어나

대전 통영간고속도로 산청을 지날 때까지도

산허리 위로 정상까지 하얀 눈이 두껍게 쌓여 있다.

 

3월 13일부터 광양 매실축제가 시작되었지만

이런 날씨 탓에 아직도 만개한 상태가 아니란다.

 

광양에 사는 동생네 들러 점심을 같이하고

오후에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번지 소재

홍쌍리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광양매화꽃축제 현장을 찾았다.

 

도로는 물론 섬진강 하상의 임시주차장까지 가득 메운 수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온 관광 인파와 음식점 텐트, 노점상의 소음 속에

슬로우시티관광 같은 차분한 관조는 아에 포기하다.

 

술에 취해 떠들어 대는 중년 이상 연령대의 많은 남녀 단체 상춘객들은

매화 향기에 취한 것인지 다른 목적에 빠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뭏튼 그들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매화축제를 즐길 것이다.

 

<광양 홍쌍리 청매실농원 약도>

대지를 덮는 초록빛 양탄자 같은 잡초와

파란 하늘을 향해 하얀 팦콘처럼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  

복사꽃과 구별하기 어려운 도홧빛 매화도 있다. 

골짜구니를 덮은 매화꽃은 고향에 봄이 왔음을 알린다. 

노란 꽃수술과 하얀 꽃잎, 선홍색의 꽃받침의 조화 

가급적 다른 상춘객의 얼굴이 들어가지 않은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끈임없는 인파로 인해 타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전봇대와 전선만 아니었더면 상춘을 위한 정자가 한층 더 운치있었을텐데  

오래되어 고목이 된 매화나무는 유난히 더 많은 꽃들이 달렸다.

죽기전에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징조일까 ?

우리집 마당의 대추나무도 어느해 유난히 많은 대추가 열리더니

이듬해 미친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매실농원단지 중심부에 홍쌍리님의 매실가를 알리는 표지석과 매실단지들 

 매실을 담은 단지와 단지를 둘러싼 매화나무 꽃의 어울림

 붉은 홍매실꽃은 마치 파란 하늘에 블을 붙이려는 불쏘시개같다.

 저 건너 발치에 섬진강을 면하고 옹기종기 들어 앉은 매실단지들

섬진강을 타고 흐르는 강바람이 매실의 진한 맛을 더 해주는 것일까 !

파란 화선지에 매화를 쳐본다. 

 

매실단지에 반사되는 햇빛이 야간사진의 보케(빛망울)처럼 아름답다.  

 

 높은 곳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면 건너편의 하동시와 광양시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든다.

매화축제를 위한 가설점포와 주차장에 붐비는 차량들과 붐비는 인파가 한눈에 든다.

 

 촬영장으로 사용되었던 초가집세트와 낮은 돌담.

돌담의 높이를 조금 더 높였었더라면

옛날 시골마을의 정겨운 고샅(골목)이 그대로 되살아 날 수 있었을텐데. 

 초가집 뒷편의 장독대와

 월동용 장작더미가 정겹다.

 잔뜩 홍조 띤 얼굴로 고개숙인 홍매화

 

매실농원 곳곳에 세워진 시비(詩碑)중 영랑의 시비를 올려 본다. 

 

 작은 홍매실도 꽃을 막 피우고

 특별히 흐드러지게 핀 매실나무는 시선을 오래 붙들어 둘만큼 멋있다.

대지는 녹색 양탄자처럼 푹신해 보이고

하늘은 온통 하얗고 밝그레한 매화꽃으로 물들기 시작하니

이제야 비로소 봄임을 실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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