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눈덮인 세검정

가루라 2010. 3. 10. 16:42

밤새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날이 새면 눈치울 일이 또 걱정이었습니다.

3월 10일 새벽 한시를 넘긴 시각

도로는 버스조차 제길을 찾기가 힘들정도로 눈이 쌓였나 봅니다. 

이른 새벽에 나가는 3층네의 길을 트는 덕가래소리에

따뜻한 침대 속에 계속 뭉기적거릴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단독주택가의 골목 인심인게지요. 

눈치울 복장으로 나와 보니 마당의 소나무는

머리에 쌓인 눈으로 고개가 꺾여질듯 위태롭습니다. 

 다들 북악산 끝자락 비탈에 터를 잡다보니

골목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교행이 힘들정도입니다.

그래서 항상 주요도로나 간선도로에 눈이 남아 있을지라도

우리동네 골목은 눈이 그치기가 무섭게 까만 속살을 드러냅니다.

골목안 사람들의 노고와 염화칼슘의 위력이지요.

비록 골목을 가득채운 눈을 치우느라

아침부터 진땀 깨나 흘렸지만

응접실에서 바라본 세검정과 북한산의 설경은

골목에 쌓인 눈정도를 치우는 노고보다 더 큰 기쁨을 줍니다.   

 까치 떼들조차도 3월의 설국을 만끽하느라

아카시나무 꼭대기에서 분주히 노닙니다.

 눈의 나라, 세검정

 비록 눈이 올 때마다 골목의 눈을 치우는 일이 힘들어도

아파트생활로는 얻을 수 없는 또다른 주택만의 멋으로

우리 동네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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