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모스크바

모스크바 가는 날

가루라 2012. 2. 28. 00:26

그것이 업무상 떠나는 출장이든 단순한 여행이든

길을 떠나는 날은 즐거움과 부담감 등이 뒤섞이는 복합적인 심정도 같이 떠난다.

출장지에서 해결해야할 부여된 업무의 부담이 크면

트랩에 올라서는 발검음조차 무겁겠지만

이번 출장처럼 현지 상황을 조사하고 면담과 설문을 통해 분석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출장이다.

게다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모스크바, 타쉬켄트라면

아무리 추운 영하의 날씨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일까

6번게이트 앞은 한산하다. 

마침내 대한항공 B777-200이 터미널로 접근한다. 

 오전 11시 마침내 이륙, 날개 아래 수묵화처럼 전개되는 산야가 점점 멀어지고

이내 이불처럼 깔리운 두터운 구름과 푸른 창공으로 천지가 갈린다.

 고도가 최고조에 달하자 유리창에는 성에가 덕다운처럼 달라 붙는다. 

 비어 있는 많은 좌석들을 독점하는 여유에도

전전반측 잠을 이루지 못하는 긴시간 끝에 눈꺼풀이 무거워질 무렵

4,096마일(약6,592Km)을 날아 9시간의 여정끝에 모스크바 상공에 도착

 시속 594km 고도 4,411m 도착 11분전이다.

지도상의 항적이 말해줄 만큼 먼 거리

무릎은 벌써부터 저려오고 있다.

다음 목적지 타쉬켄트가 저 아래 있다. 

 설원의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Sheremetyevo)공항에 미끄러지듯 착륙

수많은 제설차들은 쉴새 없이 오가며 활주로의 눈을 치우고

비행기들은 눈보라를 날리며 연달아 오르내린다. 

 춥다. 트랩을 내려서기도 전에 정말 가슴 저 밑바닥부터 시려온다.

창밖으로 보이는 희뿌연 하늘

태양을 삼켜버린 거친 눈보라

여긴 모스크바다.

타쉬켄트까지 실어다 줄 에어로플로트가 늘어서 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온 세레메티예보공항

자동차들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모든 차들이 스파이크를 박은 스노우타이어를 쓴다지만

이런 빙판길에 모스크바의 일정을 별 탈없이 완수하기를 기원하며

옷깃 속으로 목을 깊게 묻고 호텔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