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모스크바

모스크바 노보데비치수도원(Novodevichy Monastery)

가루라 2012. 3. 18. 23:53

나즈막한 설원 구릉지 동화속 한 장면처럼 서 있는 노보데비치수도원(Novodevichy Monastery)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 덮인 호수 위를 스쳐 불어오는 시베리아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눈을 파고드는 수도원의 설경, 그 아름다움에 숨이 딱 멎을 것만 같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 쌓인 하얀 눈 덕분에 더욱 더 운치있게 보이는 노보데비치 수도원

 

그러나 역사 속의 노보데비치는 운치있는 장소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모스크바 대공 바실리 3세가 1524년 폴란드령이었던 스몰렌스크를 탈환하고

이를 기념하여 건립한 수도원으로 전쟁 중에는 요새의 역할을 겸하기도 하였단다.

신여성(New Maiden)이라는 뜻의 노보데비치는 황제의 일족이나 명문 귀족의 딸들을 위해 건립되었으나

나중에는 황족이나 귀족의 자녀들이 이 곳에 은둔하거나 유페되는 비극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특히 1682년 표트르대제는 반역에 실패한 이복형 이반 5세와 이복 누나 소피아 알렉세이브나공주를 체포하여

소피아공주를 이 수도원 독방에 유폐시키고 그녀에게 충성을 다한 장군들을 참수하여

창문 하나에 한 사람씩 참수한 머리를 걸어 놓는 잔인한 정신적 고문을 가하였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눈 덮인 사원의 환상적인 모습> 

소피아 공주 사후에 한때 고아원으로 전락하기도 했던 노보데비치

16세기말 모스크바강을 건너온 타타르군을 1Km에 달하는 성벽의 12개의 망루에서 포격하기도 했으며

17세기 리투아니아가 진격해 왔을 때 정육점 주인 미닌과 함께 포자르스키대공이 출격한 장소이기도 하다.

보리스고두노프가 황제로 추대된 장소로 쓰이는 등

역사의 현장 속에서 역사의 영욕을 함께 했던 노보데비치  

스몰렌스크의 처녀를 상징하는 다섯개의 돔이 있는 스몰렌스크성당(1524~1525년 축조)

1690년 축조된 대종루, 포크로프성당 등과 함께

16~17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노보데비치수도원

교회당 내부에는 모스크바파와 노브고로드파 화가들이 그린 많은 성화(聖畵)가 있다는데

아낱깝게도 촉박한 일정으로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노보데비치수도원은 러시아혁명 후 1922년 박물관이 되었고 1934년 국립역사박물관 분실로 지정되어

신구부속묘지와 함께 주요한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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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줌인 

수도원 원경 

수도원 줌인 

얼어붙은 호수위에서 

 

호수쪽에서 보면 약간 언덕 위에 있는 수도원

이 호수에서 노니는 백조를 보고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 악상을 떠올렸다는데

러시아내 다른 곳도 그렇게 주장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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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원경 

호수위에서의 스키 

수도원 줌인 

 

호수 옆 공원은 차이코프시키와의 일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스크바 시민의 사랑을 받을만큼 운치가 있어 보인다.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도 공원 산책을 즐기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

유모차를 밀고 산책을 즐기는 부부들

눈은 그들에게 부담스러운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 눈과 함께 더불어 사는 일상인 것 같다.

수도원과 호수를 보며 담소할 수 있도록 간격도 없이 밀착된 벤치들

끝없이 이어져 있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공원에 밀생하는 백양나무 뒤편으로는 모스크바강이 흐르고 있다.

호수 옆에 있는 레스토랑

클린턴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시 꼭 찾아 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예정에 없던 차이코프스키와 백조의호수를 찾았다 들렀던 레스토랑으로 유명해졌다한다.

노보데비치의 설경에 심취하여 시간가는 줄 모를 무렵

담소를 나누던 할머니들도 떠나고

물이 가득한 여름 호수에서 유유히 헤엄칠 백조를 상상하며

여름 풍경을 상상하는 마음만은 노보데비치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든지, 생상의 "백조" 든지

어떤 곡의 분위기에도 어울릴 노보데비치수도원과 호수

모스크바를 여행하시게 되면 두 곡의 음악파일을 소지하고 가셔서

노보데비치 사원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꼭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