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잃어버린 설 관련 단어들

가루라 2013. 2. 10. 00:24

섣달 그믐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갑니다.

아침 해가 뜨면 음력으로 또다시 새해를 맞는 민속의 명절 설입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 제사를 서울로 모셔온지 세번째 맞는 설

평소하던대로 밤도 치고 지방도 정성스레 썼습니다.

집사람은 설 상차림용 제수를 하나하나 다 준비했구요.

그런데도 뭔가 빠진듯 허전하기만 합니다.

 

언제부턴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단어 설빔이 떠올랐기때문입니다.

어머님은 섣달 그믐밤 장롱 깊숙히 숨겨 놓았던 새옷이며, 새신발을 꺼내 놓으시곤 하셨습니다.

설을 맞이하여 새로 단장하도록 준비하신 설빔입니다.

그래서 섣달 그믐날 밤은 설빔을 받는 기쁨과 행복한 웃음소리로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지내곤했습니다.

 

거기다 조청이며, 유과, 산자, 박산 등 밤을 세우는 걸 마다않을

평소 맛볼 수 없는 먹거리들이 입을 즐겁게 했었죠.

 

새벽잠에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설빔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고나면

조부모님, 부모님께 차레로 세배 드리고 받는 복돈

동네 일가친척 어른들께 세배드리면 내려주시는 따뜻한 덕담들.

 

이젠 풍족해진 살림살이로 설빔은 사전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단어가 되었고

달라진 주거문화로 찾아뵐 이웃어른도

담을 내려주시는 일가 어른도 없어졌네요.

 

그립습니다.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섣달 그믐밤이

그리고 더 이상 쓸일이 없는 설날과 관련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단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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