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향로봉에 올라

가루라 2014. 3. 5. 00:06

탕춘대능선에서 비봉을 오르는 길에 늘상 우회하기만했던 향로봉

추락사고가 빈번한 협로의 암봉이라서

2인 이상의 전문 장비를 착용한 경우만 입산을 허용하는 제한구역입니다.

 

2월 어느 햇빛 좋은 날

홀로 비봉을 오르던 길에 올려다 본 향로봉, 많은 사람들이 능선에 어른거립니다.

날도 풀리고 시계도 쾌청하고 해서 걍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해발고도 527.4m의 향로봉은 수많은 북한산 봉우리중 하나로

족두리봉과 비봉 사이에 있는 북한산성 밖 봉우리입니다.

탕춘대능선에서 보면 정상이 향로처럼 생겼다하여

향로봉(香爐峰)이라 불리운다는데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담아보았지만 전혀 향로로 보이지는 않네요.

바로 밑에 향림사가 있다하여 향림사 후봉이라고도 불리운답니다.

 

향로봉 정상은 5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탕춘대능선에서 담은 아래 정면 얼굴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 형상을 보고도 향로같다는 생각은 도무지 안드네요.

 

<탕춘대 능선에서 담은 향로봉 정면 얼굴>

 하늘 높은 가을날 족두리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담은 향로봉의 북서쪽 얼굴입니다.

어머니의 등허리처럼 한없이 유순하고 포근한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향로봉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릉으로 보입니다.

 탕춘대능선에서 향로봉으로 오르는 길

올려다 보이는 향로봉 끝 봉우리의 우락부락한 정면 얼굴을 보면 질릴만큼 위용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국하고 이 편에서부터 장비도 없이 오르는 사람들로인해

방책과 입산금지 팻말을 세워 놓았습니다.

비교를 위하여 각각 다른 시기에 담은 석장의 사진도 함께 올립니다.

01

02

03

적설기 정면 얼굴 

겨울 정면 얼굴 

가을날 정면 얼굴 

향로봉의 남쪽 천길 단애의 모습입니다.

앞뒤가 완전히 다른 모습, 자연에 대한 경외지심을 버려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탕춘대능선에서 파노라마로 담은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등 비봉능선 설경입니다.

원경으로 보면 향로봉은 그닥 험로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족두리봉에서 볼 때 약간 삐죽 삐죽한 정상의 바위군이 위태로워 보이긴 해도

오른쪽 끝단의 둥그렇게 형생된 암릉의 경사면으로 인해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바로 뒤로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은 비봉과 저 멀리 문수봉이 보이네요.

그러나 향로봉 남쪽 직벽앞에서면 그 위용에 압도되고 맙니다.

바로 눈 앞에 거대한 몸집으로 우뚝 선 향로봉은

비봉과 향로봉을 넘나드는 까마귀의 날개짓 소리만큼이나 섬짓하게 만듭니다.

 맨끝 봉우리와 바로앞 봉우리 사이를 줌으로 당겨 담아보니

거북등걸처럼 갈라진 암벽표면과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암벽이 위압적으로 다가 옵니다.

향로봉 능선 정상에 서면

전후좌우로 모든 시야가 광활하게 트인 상황에서

작은 미풍에도 기댈 곳 없는 몸이 날릴 듯 좁은 등산로 폭이 가슴을 조여 옵니다.

아찔한 느낌을 주는 좌우를 내려다 보는 것은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들고도 남지요.

멀리 북서쪽으로는 구파발 은평뉴타운과 삼송지구까지 환히 보입니다.

뿌연 스모그가 아니면 일산, 파주 일원까지 깨끗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향로봉능선방향으로 시야를 맞추면

발치에 엎드려있는 족두리봉 능선 너머로 은평구 일원과 한강 그리고 서울의 서편이 한눈에 듭니다.

한겨울 향로봉 정상 얼굴을 휘감는 겨울 바람 속에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홀로 받는 기분이 이런 것이었군요.

그래서 사람들은 힘든 정상을 향해 그렇게 기를 쓰고 오르나 봅니다. 

정상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작은 소나무마저 이런 기분에 운치를 더해 줍니다.

사진으로 보아도 좁고 아찔한 정상의 험로

내 마음에 선을 긋듯 목재 방책을 세워놓은 구간에 이르자 만용은 여기에서 그치기로 합니다.

향로봉 능선의 석양

향로봉 위의 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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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의 등산객 

향로봉의 등산객 

향로봉의 등산객 

향로봉에서 담은 북한산 파노라마

저 멀리 보이는 원효능선의 고봉들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염초봉 등과

그 앞 의상능선의 문수봉, 보현봉, 나한봉, 나월봉 등

바로 앞의 비봉에 이르기까지 북한산의 내로라하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속 자연공원으로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걸쳐 약 78.5㎢의 면적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도시인들의 삶에 있어서 또다른 도전과 성취를 맛보게 해주며

동시에 도시생활로부터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멋진 산이랍니다.  

아스라히 먼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를 줌으로 당겨봅니다.

정말 멋지게 잘 깎아 놓은 봉우리들입니다. 

수백만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저렇듯 멋진 암봉으로 자리잡은 북한산

산에 오름을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건한 의식처럼 경외지심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사모바위 광장에 모여 산이 떠나가라 고성을 지르며

막걸리를 퍼부어 대는 동호회 패거리를 하산길에 보며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