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끝물이라 말하고 싶지 않은 소백산 눈꽃산행

가루라 2014. 2. 11. 13:01

아무런 명분도 없이 밥한끼 먹자던 친구가 좋을 때입니다.

그저 별다른 뜻도 없이 소백산에 눈 맞으러 가자던 친구도 좋았습니다.

너무나 오랜동안 조직속의 단체생활에 지쳐 이전 혼자라도 어디든 갈 수 있는 나이임에도

멀리까지 혼자 떠나는 건 왠지 낯설기만해서

이 나이에 소백산눈꽃산행을 단독으로 간다는 건 엄두를 내기가 쉽지않은 일이었습니다.

장거리를 운전할 걱정도 없이 관광버스 예약했으니 나오기만 하라던 친구의 전화가 왜 그리 고마운지

 

실로 오랜만에 도시락까지 챙겨가는 겨울산행은

소풍가는 전날 밤의 내 어린시절을 다시 생각나게 하더군요.

설레임으로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일어난 어두운 새벽

출발하기 무려 40분이나 앞서서 탑승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립니다.

 

강원도에 많은 눈이 와서 사고도 많고 피해도 많다는 뉴스조차도

산행을 주저하게 만들지 못하는 매력있는 소백산 눈꽃산행

비록 절기상으로는 금년 겨울의 눈꽃산행 끝물일지라도

아직은 올해의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만큼 매력있는 곳입니다.

비록 계속 날리는 눈발과 세찬 바람 속에서 짱한 풍광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설경에 추위와 시간관념조차 잊게 만드는 환상적인 산행이었습니다.

<눈이 쏟아지는 연화봉 가는 길>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출발한 관광버스는 오전 10시 반경 죽령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죽령휴게소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 43-79번지 소재 5번국도상에 있습니다.

한 때는 죽령고개를 넘는 많은 차들이 한숨 돌리고 가는 명소였으나

이제는 쭉 뻗은 중앙고속도로에 길을 내어주고 뒤돌아 앉은 퇴기의 모습이랄까 그런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주말아침 속속 밀려드는 관광버스에서 울긋불긋한 복장을 갖춘 산객들이 끝없이 내리는 걸 보면

오일장을 맞은 시골장터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입니다.

건너편 산등성이에 보이는 눈꽃에 시선을 빼앗길 틈도 없이

희방사주차장으로 내려와야 할 시간을 가늠해 보며 탐방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여정은 죽령탐방지원센터, 제2연화봉, 소백산 천문대,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 희방폭포, 희방사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완만한 경사의 차도를 걷는 오름구간 7Km, 급경사의 깔딱고개를 내려오는 약 5km 구간

총장 약 12Km에 4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당일치기코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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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휴게소 전경 

휴게서 건너편 산의 눈꽃 

탐방지원센터 앞 

소란스러운 몇 무리의 그룹이 출발하고 난 뒤 복잡함을 피해 우리 일행은 천천히 출발합니다.

소백산 천문대까지는 차량이 교행할 수 있는 차로가 개설되어 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지만

두껍게 쌓인 눈 밑에 숨겨진 빙판에 미끌어 넘어지기도 하고

아이젠에 달라 붙는 눈이 점점 키를 높일만큼 힘들고 더딘 걸음이 이어집니다.

고도 700m에 위치한 죽령휴게소에서 해발고도 1383m인 연화봉까지 약 7Km의 거리를 2시간 30분에 걷는다면

눈에 덮힌 멋진 풍광들이 아니었다면 지질증날만큼 긴 오름입니다.

연화봉 가는 소백산길 

연화봉 가는 소백산길 

출발하고 4,50분이 지날 때끼지도 햇빛이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하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한 멋진 설경을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에 힘을 줍니다.

어느 정도 고도가 높아지자 시선과 발길을 붙드는 환상적인 눈꽃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벌써부터 구름속으로 들락거리며 조바심치게 하는 햇살이 야속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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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같은 눈꽃 

나무가지를 둘러싼 얼음꽃 

마른 풀에 핀 눈꽃 

얼음이 덧씌워진 가지 사이로 눈구름에 휩싸인 전망대의 발치가 보일듯 말듯 할만큼

정상이 가까워집니다.

앙상히 마른 관목 가지들만 늘어서 있었다면 이 길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었을까요 ?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자연이 만들어준 선물을 사진으로 답습니다.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보니 우리 뒤로는 아무도 없나 봅니다.

버스 탑승시각 때문에라도 여기서 지체 할 수만은 없습니다.

흩날리는 눈구름에 갇혀 아랫자락만 보이는 제2연화봉 전망대에 오르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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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탐방객들 

눈꽃 사진 담기 

걸어온 길 

제2연화봉 전망대 

죽령휴게소 쪽을 돌아보니 건너다 보이는 도솔봉과 흰봉산도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 썼네요.

소백산(小白山)은 원래 머리가 하얀 작은 산이라는 뜻이었다고 하네요.

물론 철쭉이 피는 계절이나 야생화가 피는 계절도 아름답겠지만

특히 겨울철이 아름답다고 그리 불리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줌으로 당겨보니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 기운을 띤 건너편 겨울산을 배경으로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낙엽침엽수와 이름모를 관목들이 그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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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줌 인 

소백산로 

 눈꽃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중앙고속도로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군쪽 전경입니다.

오른쪽 산 능선은 소백산 봉우리중 하나인 묘적봉, 도솔봉(1,314m)입니다.

그러고 보니 소백산은 하나의 봉우리가 아니라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제2연화봉, 도솔봉, 신선봉, 형제봉, 묘적봉 등

많은 봉우리를 거느린 산의 통칭이라네요.

가파른 암봉이 없이 아무때나 모두에게 스스럼없이 등걸을 내어주는 소백산

백두대간의 중심허리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고도에 이르자 나무들이 제 빛깔을 되찾은게 보입니다.

능선의 거의 윗부분이라 아마도 바람이 심해 눈발이 미처 나무등걸에 내려앉지 못했거나

햇볕이 좋아 녹아 내려버렸지 싶습니다.

연화봉에서 희방사 계곡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건너편에 손에 잡힐듯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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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로 

소백산로 

깔닥고개 능선 

소백산로 

드디어 산행 시작 약 두시간만에 도착한 백두대간 제2연화봉 표지석

인증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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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화봉 가는 길 

제2연화봉 전망대 갈림길 

제2연화봉 표지석 

약 한시간 전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눈은 제법 양이 늘어나 정상에 오를수록 주변풍광을 볼 수가 없습니다.

점심은 소백산 천문대에서 하기로 하고 계속 걸음을 재촉합니다.

오른쪽 봉우리 정상에 있는 제2연화봉전망대가 눈보라 속에 갇혀 있습니다.

맑은 날 전망대에 오르면 멋진 주위 풍광을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눈구름에 갇혀 아무것도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소백산 천문대에 가는 길 또다시 발걸음을 붙드는 멋진 쉼터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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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대 가는 길

전망 좋은 쉼터 

쉼터의 눈꽃 

 천문대 가는 길

드디어 눈보라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성채처럼 생긴 건물

소백산 천문대와 천문인의 탑입니다.

소백산 천문대 건물 외관을 담아 봅니다.

반쯤의 눈을 피할만한 테라스 밑에 엉덩짝을 간신히 붙이고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머리 위 어깨위로, 도시락 위로 사정없이 쏟아지는 눈

스노우 토핑을 얹어 먹는 도시락 맛이란.....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후다닥 통과의례처럼 해치우고 정상으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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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인의 탑과

구상나무 

소백산 천문대 

천문인의 탑 

소백산 천문대 

소백산 천문대 

뾰족하거나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산과 달리

소백산 연화봉은 마치 연꽃을 펼쳐 놓은 것처럼 봉우리가 평평합니다.

매년 열리는 철쭉제가 여기서 펼쳐지는 만큼 산정상 주위로 넓은 면적의 철쭉군락이 있는 곳입니다.

 연화봉 주변의 설경을 담아 보았습니다.

최근에 EBS방송을 통해 다시본 '닥터지바고'의 설경이 오버랩됩니다.

닥터 지바고에서 보았던 러시아의 설원의 환상으로 인해 재작년 이맘 때 모스크바를 갔을 때

그 설원을 보지않고는 귀국하지 않겠노라 생떼를 써보기도 했었네요.  

 

사방천지가 눈보라에 갇혀 하얀 눈 속에 원근을 구분하기 조차 힘듭니다.

철쭉제 탐방객들 위한 방책 말뚝만이 철쭉 군락지와 길의 경계를 알려줄 뿐입니다.

길을 주제로 담아 본 사진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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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가는 길 

연화봉 가는 길 

비로봉 갈림 길 

연화봉 정상 가는 길

바로 앞이 연화봉 정상입니다.

쏟아지는 눈 속에서도 많은 탐방객들이 정상에 가득합니다.

부지런히 인증샷을 마치고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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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에서 

연화봉의 산객들 

연화봉의 철쭉군락지 

다들 잰 걸음으로 희방사쪽 하산을 서두릅니다.

하산길의 설경들

 

희방사쪽에서 올라오는 길에는 깔딱고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에는 숨이 깔딱거릴 정도로 가파른 경사면을 계단으로 조성해 놓았네요.

다행이 죽령탐방소쪽에서 올랐기에 망정이지 희방사쪽에서 올랐더라면 아찔한 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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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계단 

 이어지는 계단

철제 안전가이드를 잡고 하산 

하산 길의 설경

하산 길의 설경

시간관계상 희방사 경내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얼굴만 담고 돌아섭니다.

서기 643년 신라선덕여왕 때 창건된 고사찰이라는데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희방폭포로 향하는 길입니다.

아찔한 높이의 구름다리를 지나야 희방폭포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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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방사 원경

논 덮힌 희방계곡 바위들 

희방폭포 구름다리 

희방폭포 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본 폭포

높이 28m미터나 되는 희방폭포의 얼어붙은 빙벽사이로 제법 많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봄이 멀지 않은 징후겠죠.

희방사 주차장까지 걸어와 버스에 탑승하니 다리는 천근만근

희방사탐방센터입구에서 주차장까지 약 1km 구간을 오천원짜리 셔틀택시가 운영되는 이유를 알듯합니다.

너무도 멋진 설경에 발목 잡혀 당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더 걸렸네요.

2월 중순 전후면 눈꽃산행은 거의 끝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강원도에 눈 폭탄이 퍼붓던 날 소백산까지 그 여파가 미친 것인지

적당히 쏟아지는 눈속에 몽환적인 멋진 눈꽃산행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었을 눈

또다른 누군가에는 힐링을 주는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마치 인생의 양면성처럼.....

 

<소백산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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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등산지도 

조령-희방사탐방로지도 

소백산등산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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