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도봉산 자운봉의 봄빛

가루라 2013. 3. 11. 14:42

이 산, 저 산에서 올리는 제수

봄 산행은 그렇게 시산제와 함께 시작되나 봅니다.

도봉산 자운봉 아래 옛절터에서의 시산제.

 

시제나 묘사를 지낼 때 육신을 받아주도록 토지신께 올렸던 산신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기 위해 산꼭대기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지냈던 산신제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장묘문화와 농경사회의 잔재가

오늘날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 변형되어

먼저 가신 산악인을 추모하고 한해동안 산악회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에 처음 참석해 봅니다.

 

사실은 시산제 참석보다는 가본지가 오래되었던 도봉산에 대한 향수로

오랜만에 도봉산을 찾았지만.....

 

자운봉,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이 하나의 암봉으로 겹쳐지는 곳일까요 ?

주봉과 칼바위 그리고 석주처럼 보이는 암봉까지

흑백 파노라마로 붙여 봅니다. 

시산제를 지내는 날에는 산 정상을 오르지 않나요 ?

다들 시산제 때 제수로 준비한 술들을 마시고 바로 하산하여 뒤풀이가 길게 이어지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때로는 정상 정복만을 목적으로 산을 찾는 것이 아니고

먼 발치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산

그 산의 웅장하고 아기자기하고 멋진 기운을 좀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면

굳이 힘들여 정상을 가지 않는 것도 나름 좋은 느낌이 있네요.

자운봉을 향해 가는 길에는 벌써 상춘 등산객들로 붐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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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 암릉 통과 

구봉사 옆길 

성불사 아치다리 

 

금강암 산문과 대웅전의 단청도 봄을 맞은듯 산뜻하네요.

구봉사의 금동미륵불도 우중충했던 겨울의 때깔을 벗은듯

황금빛이 돋보입니다.

구봉사 금동좌불 

 구봉사 경내

 

시산제 장소는 옛절터였나 봅니다.

머리에 쓴 모자와 수인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입상 미륵불만이 빈절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연와대위에 선 미륵불 

 자비로운 통인(通印) 수인(手印)

 

시산제를 마치고 정상을 발치로만 보는 아쉬움과 함께 하산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도봉산의 멋진 암봉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몇걸음 내려온 순간

아름다운 도봉산 암봉들을 정면으로 마주대하는 개활지가 나타났습니다.

일행은 벌써 흔적조차 없는데

한참을 셧터를 누르며 사진을 담아 봅니다.

스모그로 인한 확산광, 멍한 빛의 하늘, 아직은 제 색깔을 내지 못하는 나무들

그닥 맘에 드는 조건이 아님에도

꽃피는 봄과 단풍든 가을, 흰눈에 덮힌 겨울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신 셧터를 누릅니다. 

아무래도 날 좋은 날의 출사를 다시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겨우내 꽁꽁얼었던 계곡의 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계곡안에 사람이 가득찰 무렵이면 계절은 또 금방 여름이 되겠지요.

눈 녹은 계곡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물을 즐기는 사람들 

 

제법 소리내어 떨어지는 폭포수에 퍼렇게 멍이 들었나요.

작은 소의 물조차 옥계수라 불러도 좋을만큼 물빛이 좋은 봄날의 도봉산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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