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족두리봉 산행

가루라 2011. 11. 16. 14:08

<족두리봉 동쪽 전경>

가을 햇볕이 좋은 날

북한산 족두리봉을 오르기로 합니다.

고관절이 좋지 않은 마눌님과 함께라 비교적 쉽고 편안한 길을 택해

느릿느릿 가기로 합니다.

구기터널을 지나 독박골입구에서 내려

북한산 둘레길로 접어 듭니다.

오늘 일정은 독박골 -> 불광사 -> 하늘전망대 -> 스카이워크 -> 족두리봉 -> 향로봉 -> 이북오도청으로 예정합니다.

 

<독박골에서 불광사쪽 둘레길 초입>

완만한 경사의 나무계단과 오르내리는 흙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하늘전망대에서 불광동쪽 도심과 오른쪽 스카이워크길을 담아 봅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계곡을 가로질러 나무로 산책길을 만들었습니다.

스카이워크랍니다. 

스카이워크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암릉을 타고 족두리봉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얼마간 오르자 측량지표점이 보입니다.

아직 반도 못올랐는데 마눌님 벌써 힘들어 합니다.

중간에 물개처럼 생긴 바위와 콘처럼 솟아오른 기암을 지나

오르막 암릉이 길게 이어집니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니

길게 이어진 능선 끝자락으로 불광동 이천일아웃렛건물이 정면으로 듭니다. 

암릉끝에 오르자 바로 건너편에 족두리봉이 보입니다.

서쪽면에서 보면 전혀 이름에 어울리지 않은 단순한 암봉일뿐입니다.

정상을 줌으로 당겨 봅니다.

끝부분에 엉덩이만 걸치듯 덩그마니 앉아 있는 바위가 신기하기만합니다.

바로 앞이 족두리봉 정상입니다.

정상은 생각 외로 넓고 편안해 보입니다.

족두리봉 정상 동쪽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스라히 먼 바닥과 맞닿은 직벽에 단전을 찌릿찌릿 자극하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젊은 시절과 달리

이 정도의 높이에조차 아찔함을 느끼는 것도 평형감각이 무너져가는 나이듦의 하나일까요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듭니다.

향로봉, 비봉, 승가봉, 보현봉 등등

마눌님 관절에 무리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저 봉우리들을 한번에 하나씩 올라 볼 생각입니다.

느릿느릿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한번에 쭉 훑고 지나가는 등산동도들과의 산행과는 다른 뭔가가 있겠죠. 

올라왔던 불광동방향쪽을 바라봅니다.

아직 단독주택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연신내쪽과

산자락을 파먹고 들어온 성냥갑을 세워 놓은 힐스테이트아파트단지가 낮은 동산을 경계로 대조적입니다.

울퉁불퉁한 공깃돌처럼 생긴 이 바위는 어떻게 이 정상에 놓이게 되었을까요?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이 공깃돌바위만 남았다는게 도무지 믿어 지지 않습니다.

정상의 암반과 이 바위의 재질이 서로 다른 것 같은데다

도심의 오염된 먼지때문인지 새까맣게 변해버린 표면으로 인해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가 공깃돌놀이를 하다가 떨어 뜨려 놓은 것만 같습니다.

정상의 암반사이에 뿌리박고 자란 화살나무의 빨간 단풍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척박한 바위틈에 이렇게 실하게 자란 것이 더 대견해서일까요 ?

정상을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와 족두리봉 뒷쪽(북쪽)으로 우회하여 향로봉쪽으로 향합니다. 

바로 뒷쪽에서 정상을 올려다보니 천길 단애(斷崖)의 암봉은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동쪽 능선에오르자 비로소 족두리봉의 진면목을 알 수 있네요.

정식명칭이 수리봉이라는데

사람들이 이곳을 왜 족두리봉이라 부르는지 형상으로 능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족두리봉에서 조금 멀리 능선에 오르자

색깔도 아름답고 수형조차 멋들어진 황금소나무(?)가 족두리봉을 떠받치듯 서있습니다.

힘들지 않은 능선을 따라 가면 이내 향로봉의 시원하고 미끈한 능선이 한눈에 듭니다. 

향로봉 역시 북서쪽 사면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당겨집니다.

맘모스처럼 거대한 암반덩어리

아니면 미끈하게 잘 빠진 와인(臥人)의 둔부

아무튼

전면의 울퉁불퉁함만 보던 느낌과는 다른

가슴 벅차오르는 장엄함과 편안한 느낌이 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고관절의 고통스런 신호를 더이상 감내하기 힘들다는 마눌님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향로봉을 눈앞에 두고 하산하기로 합니다.

향로봉 발치를 돌아난 건너편 소로는 탕춘대능선으로 고즈넉하게 이어지고

저 길을 따라 탕춘대능선으로 귀가하기로 합니다.  

차마고도처럼 이어지던 소롯길 끝부분은

탕춘대능선과 맞닿아 있습니다.

탕춘대능선과 구기동과 구기동방향으로 시선이 이어지는 도심을 보며

하산전의 산객들이 한숨돌려 쉬어가는 곳입니다.

탕춘대능선과 연결된 소롯길 끝부분에서 올려다 본 향로봉 끝단 전면부

여기저기 깎여나간 얼굴과 미끈한 후면의 형상이

하나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판이합니다.

동쪽으로는 비봉으로부터 이어지는 능선과 서쪽으로 탕춘대 능선사이 골짜기에 자리한 구기동계곡

이북오도청을 중심으로 노란 은행나무 단풍과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참나무숲들의 갈색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북오도청 근처를 줌으로 당겨보니 단풍으로 물든 꽃동네처럼 아름답습니다.

북동쪽으로 시선을 들자 말끔한 얼굴의 비봉 전면부가 한눈에 듭니다.

남산타워를 중심으로한 시내쪽 전경을 줌으로 당겨 봅니다.

북악과 인왕 골짜기 안에 오종종 모여 앉은 우리동네도 한눈에 드네요. 

탕춘대 능선 끝단으로는 인왕산줄기 능선과 안산이 연이어 이어집니다.

족두리봉에서 향로봉 발치에 이르러 탕춘대능선으로 우회하기 직전

잠깐 쉬어 가는 너럭바위와 같은 암릉을 돌아 봅니다.

탕춘대능선을 타다 족두리봉 남쪽 전면부를 줌으로 당겨 봅니다.

족두리봉에 도전하는 많은 록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암벽에 매달려 있네요.

능력에 맞는 다양한 암벽코스가 있어서 암벽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코스랍니다.

여기서 보니 정상에서 만져보았던 공깃돌같은 바위가

족두리 앞에 매달린 비주같다는 인식에 비로소 족두리봉의 완전한 모습이 완성됩니다.

탕춘대능선 끝부분에서 오늘 산행의 족적을 하나로 담아 봅니다.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비봉과 사모바위는 이미 몇차례 가봤고

다음은 향로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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