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서대문구 안산 산행

가루라 2011. 10. 10. 18:39

인왕산 건너로 내려다 보이는 안산

외출에서 돌아온 오후 자투리 시간에 들러 보기로 하다.

우리 동네에서 버스로 한번에 갈 수 있는 서대문구청쪽으로 올라

금화터널 도심쪽 출구쪽으로 내려오기로 하다.

 

자동차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난 꽃무릇

고향에서 가져온 상사화와 꽃무릇을 울집 마당에 심었으나

앞파리만 싱싱하고

잎이 진 뒤에 피는 꽃을 볼 수 없어서

중부지방에서는 노지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으로만 알았다.

마당 경계에 심은 상사화와 꽃무릇에

올 가을에는 시비를 충분히 해 보아야 겠다.

이내 만나게 되는 갈림길

봉화대를 형상화한 돌무더기탑 두기를 만난다.

여기가 만남의 장소란다.

좌측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기로 하다.

안산에는 계획 조림된 수림대를 몇개 만나게 된다.

첫번째 만나는 리기다소나무 조림지

60~70년대 급속한 삼림조성을 위해 일본에서 들여와

전국토에 대대적으로 조림을 하여

우리 산야의 대부분은 리기다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요란한 새소리에 숲속을 보니

요즈음 거의 사라진 청설모가 있었다.

외래종으로 황소개구리와 함께 한때는 주류를 이루었으나

무슨 연유인지 정착화에 실패하여 그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데

안산에서 청설모를 볼 수 있다니.

산딸나무조림지여서 한참 익는 산딸나무 열매를 즐길 수 있고

갈참나무 열매도 청설모를 안산에 머무르게 하는 것 같다.

산책로를 따라 나무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다.

문화재보호를 위한 예산을 과다하게 쓸 수 밖에 없는 종로구와 달리

서대문구은 공원조성과 정비에 예산을 집중하여

우리동네보다 공원시설이 더 좋다는 집사람의 촌평이다(?)

팔부능선쯤에 오르면 백양목, 자작나무 조림지에 이른다.

하얀 나무등걸이 아름다운 자작나무

역시 70년대 조림 수종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산 여기저기 피어 있는 미국등골나물

외래종인 이 넘은 생명력이 강하여 뿌리내리지 못할 곳이 없다.

노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벚나무잎에 내려앉은 햇빛

숲사이로 내리는 빛살에 투영된 사위질빵 잎파리도 아름답다.

뒤돌아보는 산책로.

제법 높아보이기도 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쭉쭉 뻗어 오른 삼나무조림지

토종 적송은 아니지만 자연스럼게 자란 소나무숲이 멋있는 조림지도 보인다.

무악정에서 한숨을 돌리고 다시 정상을 향하다.

무악정에서 정상에 이르는 길은 자연스러운 흙길로 시작된다.

흙길이 끝나면 소폭의 콘크리트계단이 시작되고

정상의 봉수대와 성곽을 정비하기 위해 설치된 모노레일 위로

바쁘게 오르내리는 카트와 인부가 분주하다.

정상의 봉수대

지금까지 본 대부분의 봉수대는 벽돌로 축조된 전곽 형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화강암은 열을 받으면 표면이 파편으로 튀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봉홧불을 피우는 봉수대를 화강암으로 만든다 ?

게다가 지나치게 하얀 화강암을 써서

주위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다.

북쪽의 홍제동쪽 전경

멀리 보이는 북한산 능선이 아름답다.

오른쪽 인왕산을 장막처럼 둘러싼 아파트들이 답답하다.

한눈에 드는 광화문과 남산을 주로한 도심쪽 동쪽 전경.

맨 앞쪽 빨간벽돌로 성처럼 세워진 서대문형무소건물이 이채롭다. 

남쪽 봉원사쪽 방향으로 여의도 일원과 한강이 한눈에 든다.

인왕산을 한장의 파노라마로 붙여 보았다.

금화터널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늦은 오후, 가을이 내려 앉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큼

산허리에 내려 앉은 해걸음의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어느 산이든 산을 대표하는 기암은 있게 마련

이 암봉의 이름은 무었일까?

암반에 앉아 얼굴 모르던 산객 부부와 커피도 한잔 나누고

그들이 넘겨준 복숭아로 배까지 채우는 호사를 누리다. 

근접촬영으로 금강산처럼 보여지는 바위를 타고 넘어 본격 하산길에 들다.

반정도를 내려와 아쉬움에 정상을 되돌아 본다.

오랜 풍화작용으로 암반만 남은 모습의 산들이 도심 곳곳에 있는 서울

그래서 외국인들도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나.

안산 발꿈치에 해당하는 오른쪽 하단의 작은 암봉에 깊게 패인 발자국들

줌으로 땡겨 확대해 본다.

정으로 파낸 것이 아니고 단순이 사람의 발자국으로만 만들어진 흔적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발길질을 몸으로 받아내야

단단한 바위 위에 저런 상채기가 날까 !

안산의 진면목은 동쪽 사면의 기암괴석과 암부능선에 있는 것 같다.

며느리배꼽에 내려앉은 석양

쑥부쟁이의 얼굴조차 바로 볼 수 없게 금새 어두워진다.

 

조망점에서 북한산과 인왕산을 눈에 넣고 능안정을 건너 뛴다.

빽빽한 아카시아 숲위로 얼굴을 감춘 태양

하산길 마음이 더욱 바빠진다.

어둑어둑해진 산길을 더듬어 내려오니

몸은 천연동 독립문 삼호아파트 앞길에 있다.

 

서대문구청에서 출발하여 정상을 찍고 금화터널로 내려오는 길

 

그다지 힘들지 않은 고즈넉한 산책정도의 오르막코스에

적당한 수준의 암반을 딛고 내려오는 즐거움이 결합된

멋진 도심 산행코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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