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관악산 등산(사당에서 오르기)

가루라 2010. 4. 28. 00:33

전직장에 있을 때 오랫동안 인사교육업무를 담당했던 탓에

신입사원 OJT다, 임직원 한마음전진대회다, 매출목표달성 결의대회다 뭐다해서

과천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에 집결하여 실천선언문 등을 낭독하고

백운정사에서 연주대를 거의 뛰다시피 다녀오곤 했었습니다.

 

그저 직장생활처럼 앞만 보고 뛰었던게지요.

 

그래서 관악산에 거북바위, 하마바위, 강아지바위, 독수리바위, 마당바위, 왕관바위,

심지어 남근바위 등 숱한 기암괴석이 있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제 각각 특이한 모습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랐었습니다.

 

평소에 다니지 않던 사당역에서 산행을 출발한다기에

고교동창생 산악회를 따라 나섰습니다.

게다가 관절 이상으로 산행을 죽기보다 싫어하던 집사람도

관악산을 평생 처음 가 보는거라며 따라 나섰습니다. 

 

어렵게 나섰던 걸음이라 능선 하나 하나, 암봉 이모 저모를 뜯어 보고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아 보고 갔으면 좋으련만

이제는 그저 건강유지 목적으로 산행한다는 암묵적 동의하에

앞 사람한테 이끌리고

뒷 사람들 한테 등 떠밀려서 주마간산격이 되었네요.

 

비록 번개불에 콩 볶듯이 다녀 왔지만

아무래도 따로 시간내어 여기 저기 보듬어 주고 싶은 산이네요.

 

매표소를 지나 변덕스런 날씨탓에 두껍게 입었던 겉옷을 벗고 본격 산행준비에 들어 갑니다.

낙엽수들은 새잎이 나오는 요맘 때쯤이면 색깔이 가장 예쁩니다.  

 능선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 보니 벌써 여기저기 바위산 봉우리, 능선들이 눈에 듭니다.

큰산 악(岳)자가 들어가는 관악산의 이름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에 바위명과 위치를 알고 갔더라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일행의 속도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였더라면

알려진 바위들을 찾아서 화면에 담을 수 있었을텐데...

이번 산행은 대체적으로 능선과 암릉을 원경으로 감상하는데 만족하렵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암릉은 멀리서 보기에도 이슬아슬한데

그래도 능선을 타는 사람들은 여유롭습니다.

 제가 타고 넘던 이 암릉지대도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이겠죠.

아마 이쯤이 하마바위가 있지싶습니다.

비교적 평이한 우회코스를 타는 일행들 틈에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당바위를 지나 417봉에 오르자 멀리 나바론요새같은 연주대가 보입니다.

 갈수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연주대는 어찌보면 산정상에 거대한 노적가리를 쌓아 놓은듯

정상만 거의 수직으로 불쑥 솟아 있습니다.

연주대의 오른쪽 능선을 타고 수직벽을 쇠줄에 의지하여 올라야 하는 길은

동행한 부인들의 체력을 감안하여 과감히 포기합니다.

 559봉 분기점에서 연주대 좌측 우회로를 타고 관악사지터에 도착합니다.

이 곳에서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이쯤 오르면 배가 고플 때도 되어 국물없는 김밥도 맛있습니다.

식사 중에 주위를 돌아 보니

절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사라진 절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연주대와 기상대를 빤히 올려다 보며

이 곳을 자주 찾는 일행은 여기서 바로 하산할 거랍니다.

 무릅보호대를 고쳐 매고 예까지 힘들여 왔는데 

저렇게 멋있어 보이는 연주대를 눈앞에 두고 그냥 하산하기를 아쉬워하는 집사람때문에

일행을 기다리게 하고 몇사람만 한시간내에 정상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오르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주대, 멀리 보이는 도심 건물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여기가 관악산 정상입니다. 비스듬하게 40도 정도 경사진 바위끝은 그야말로 하늘, 낭떠러지입니다.

이젠 간덩이가 작아졌는지 오금이 저려서 그들처럼 바위끝에 다리 걸치고 앉지는 못하겠습니다.

 건너편에 바라 보이는 기상대외 특이한 바위가 눈길을 끕니다.

구름다리를 통해 기상대까지 보고 하산하기로 합니다.

측면에서 보는 암자는 뒷쪽 바위의 균열로 금방이라도 바위가 흘러 내릴듯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밑에서 고압펌프로 물을 끌어 올리는지 파란 호스도 보입니다.

안그러면 지게로 물통을 져 날라야겠지요.ㅋㅋ

마실 물은 제공하되 담아가는 것은 지양해달라는 법당에 붙은 경고문이 생각납니다.  

기상대 오른 쪽의 특이한 바위가 불꼿처럼 생겼습니다. 

휴일이라 오르내리는 많은 사람들로 제법 붐빕니다. 

다른 각도에서 기상대와 바위를 잡아 보았습니다.

무엄하게도 하늘을 향해 뻑큐를 날리는 것 같습니다.ㅎㅎ 

 기상대에서 잡은 바위의 앞쪽면입니다.

 기상대에 진출입하는 통로도 암도처럼 어둡습니다.

비록 폭이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구름다리인지라 하늘에 떠있는 느낌을 만끽합니다. 

 구름다리 위에서 연주대를 바라본 전경입니다.

출발해서 차근 차근 밟고 올라온 사당쪽 능선이 저 멀리 한눈에 듭니다. 

내려오는 길에 연주대를 다시 한번 눈으로 만져 봅니다.

암자가 없었더라면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을 돌기둥을 상상해 봅니다.

저 돌기둥들을 불꽃바위라 하나 봅니다만 얼핏 파르테논신전을 연상시킵니다.

서기 677년 신라문무왕 17년 의상대사에 의해 관악사와 함께 의상대로 창건되었던 것을

조선초에 현재의 모습으로 석축을 쌓아 증축하였다지만

어떻게 저런 세상의 끝에 암자를 세울 생각을 하였을까요 ?  

아무래도 면벽 수행을 위해서는 속세로부터 유리된 세상의 끝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 깨달음을 얻기에 더 좋아서 일까요 ? 

내려 오는 길에 만난 계곡이 제법 깊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바위산이라 산이 머금고 있는 수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쉽게도 계곡 중간에서 물길이 끊깁니다.

 

관절 이상으로 보기 드물게, 아마도 평생 가장 긴시간을 산에서 보냈을 집사람이 말합니다.

한 발 한발 떼다보니 벌써 내려왔네 !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힐러리경에게나 산을 잘 타지 못하는 집사람에게나

등산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합니다.

 

그래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삶을 공평하게 품어 주는 도심 속의 산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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