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우이령을 넘다.

가루라 2009. 7. 28. 01:29

강북구 우이동과 남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연결하는 우이령.

쇠귓재는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한 페이지였다.

1963. 1. 21. 김신조등 무장공비들에 의한 소위 1.21사태로 굳게 닫히고

금단의 고개가 된지 36년만에 다시 그 길이 열렸단다,

세상의 모든 길은 사방팔방으로 열려야 한다.

그래서 세상을 돌고 돌면 제자리로 다시 연결되는 것이

인간사의 이치이거늘

답답한 세상사로 혹시나 하는 기대에 다시 뚤렸다는 길을 찾아 나서다.

7월 26일 일요일, 지하철 수유역에서 타는 우이동행 버스는

130번, 153번, 120번 모두 70년대의 그것처럼 콩나물시루다.

내일부터는 인터넷 예약제로 바뀐다는 발표로

통제에 조급증을 느낀 사람들이 막차를 타듯

앞뒷문 가릴 것 없이 버스의 답판에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인파는 우이령 고개를 넘는 내내 지속되었고

해금된 금단의 구역에 대한 신비감이나

신선한 느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봉의 진면목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지만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 자연은 망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머지않아 쇠귓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나의 기우가 기우로 끝나기를 바란다.

 

우이동 유원지입구에서 이 곳까지 약 1.5Km.

우이동에서 출발하는 우이령 탐방길은 이곳 전경 초소에서 시작된다.

 

 밋밋하고 차가 다닐 수 있는 정도의 경사로를 30분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대전차 방호벽.

 이 곳이 우이령, 초소에서 약 1.6Km, 소귀고개, 쇠귓재 정상이다.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첫번째 쉼터와 화장실을 지나면

 오봉을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한참을 서서 사진찍을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대부분의 단체로 오는 무리들이 왁자지껄 한꺼번에 몰렸다가

 밀물처럼 빠져 나가고 나면 잠깐 동안 한산해지는 틈을 기다리는 것이다.

 

 아침 나절 내내 우울한 하늘에 갇혀 있는 오봉.

 오봉의 머리에 이고 있는 전설속의 공깃돌이 한층 무거워 보인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짱한 햇살에 환한 얼굴을 드러내는 오봉.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얼굴색이 더욱 경쾌해 보인다.

 

 다시 칠흙같은 먹구름에 갇혀버린 오봉.

 교현리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 봐야 9Km밖에 되지 않은 거리를

 왕복하면서 하늘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오봉의 얼굴이 이채롭다. 

 

 천년 고찰 석굴암 가는 길도 사람으로 가득하다.

 

 오른 쪽으로는 오봉 중의 주봉인 장군봉의 호위를 받으며

 

 병풍에 둘러 쌓여, 주름진 도포를 걸친 관음보살과 같은 형상을 한  관음봉의 보살핌 아래에

 

 조용히 자리한 석굴암은 작고, 소탈하고, 아늑하다.

 우이령이 개방되기 전에는 정말 고즈넉한 고찰이었지 싶다.

 

 신라문무왕 시절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가

 1357년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의 암굴정진을 시작으로

 비로소 사찰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니,

 크기에 비해 연조가 깊은 만큼 도량이 깊은 불자들이 많았겠다.

 1455년 단종왕후의 천일기도로 사찰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으나

 6.25동란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가

 1953년부터 초안선사에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단다. 

 많은 인파로 인하여 대웅전 앞은 정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잣거리처럼 붐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바위산에는 이러한 형식의 암자들이 많다.

 소요산의 석굴암에서부터 가까운 인왕산 중턱에도 자연 석굴을 이용한 석굴암이 있다.

 이 곳 석굴암이 더욱 유명해지게 된 것은

 좌측 맨위에 있는 삼성각옆 바위에서 나오는 석간수, 즉 용왕샘에 얽힌 이야기란다.

 지금은 수원이 말라 버려서 지하수를 파서 쓴다는데,

 과거 석굴암의 유일한 식수원이기도 했던 샘은

 부정한 음식을 먹거나 행실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다가오면

 신기하게도 물이 말라 버렸단다.

 

 초안선사는 이 곳은 '하늘이 넓은 곳'이라 했단다.

 삼성각에서 눈을 드니, 멀리 북한산의 능선이 눈에 들고,

 하늘은 막힌데 없고, 거칠 것 없이 넓다.

 날이 좋으면 임진강 하구도 보인다고 한다. 

 

 석굴암을 돌아 나오는 길, 곳곳에 주둔지임을 알리는 군사시설물들이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외줄타기 훈련장이다.

 

 교현리로 향하는 내리막 길. 길은 비포장이지만 잘 다져지고 단단하다.

 

 개방을 위해 설치한 이정표도 주변 경관에 어울리게 깨끗하다.

 

 두번째로 만난 전망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계곡은 쓰레기 한조각 없이 깨끗하여

 물을 한 웅큼 움켜 쥐면 햇살까지 그대로 흘러 나올 것만 같다.

 다시 돌아 오는 길, 개방 한달 밖에 안된 오염되지 않은 길의 유혹에

 맨발로 걷기를 시작하다.

 발바닥에 전해 오는 차가운 대지의 힘과 맨살이 닿는 느낌이 좋다.

 

 

 <우이령의 다른 사진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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