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종주

가루라 2010. 5. 4. 12:42

2010년 5월 1일 토요일

오랜만에 전직장 동료와 둘이서 북한능선을 돌기로 하다.

백련사 매표소쪽에서 진달래능선을 올라 대동문을 거처 북한산성 계곡을 내려왔던 5년전 가을의 기억 이후

매번 전화로 안부를 묻고 북한산에서 다시 만나는 것으로 말을 맺곤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비봉에서 승가봉,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백련사매표소로 코스를 잡다.

5년여의 세월의 간격만큼이나 지난 세월에 대한 할 얘기가 많은 만큼

그저 발길이 가는대로 쉬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가다가 또 쉬고

아무런 경쟁없고 목표도 없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산행으로 삼다.

 

도심 가까이에 이런 산행코스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아침 여덟시 20분 이북오도청앞을 출발 비봉능선에 오르다.

아침 햇살 아래 번들거리는 향로봉과 암릉이 모로 누운 여인의 엉치처럼 뻗어있다.  

비봉은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올라 오기를 유혹하는데 그나 나나 정상에 올라 앉는 것이 무리인 나이

그냥 발치에서 우회하기로 하다. 

 금새 사모바위 앞 광장에 도달하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사모바위 발치에 올라 앉으니 비봉과 향로봉이 한 눈에 든다.

비봉과 향로봉을 당겨 큰 그림으로 담아 본다. 

다시 길을 나서 승가봉에서 지금껏 온 길을 되돌아 보다.

향로봉과 비봉, 사모바위가 제법 멀어졌다.  

보현봉을 주봉으로 한 사자능선은 아직도 아침 그늘에 잠겨 있다.  

비봉과 사모바위를 135mm 렌즈로 눈앞으로 가까이 당겨 본다.

이미 내 발치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만용이다.

아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눈으로, 인간의 마음으로

맘껏 재단하고 재배치하려는 만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렌즈의 똑딱이가 훨씬 자연스럽다. 

승가봉에서 내리막길을 통하는 관문, 일종의 통천문인셈이다. 

 다시 청수동암문으로 오르는 길, 발은 무거워 지고 우리의 발걸음을 앞서는 사람들이 제법 늘어간다.

 대남문에 이르자 여러 오름에서 오른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도심의 산의 많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를 내치기도 한다.

 형제봉능선을 일별하고 배가 고파질 때까지 가기로 하고 서둘러 갈길을 재촉한다.

 성곽을 따라 계속되는 오름과 내림, 무릎이 서서히 아파온다.

5년간의 세월을 건너 뛴 동행임을 너무 무시한 것일까. 

 문수사를 발뒤꿈치에 두고 오름은 계속된다.

 보현봉과 사자능선도 옆길로 지나치고

 불문봉이라 각자해 놓은 선돌같은 특이한 바위 사이에 서다.

바위 앞쪽은 바로 아찔한 낭떠러지이지만

모두들 통과의례처럼 바위 사이에 서서 도심을 내려다 본다.

불문에 귀의하기 위해서는 그 문에 서서 벼랑 끝에 서 있는 중생을 깨달아야만 하는 것일까 !  

 불문봉 아래서 준비한 과일과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내리막을 걷자 어느 덧 대성문에 당도하다.

성곽은 온 봉우리를 구비구비, 걸어온 거리만큼 길게 도열하고 서 있다.

도성을 쌓기 위해 석축을 이고진 옛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계속되는 내림과 오름만큼이나 발바닥과 무릎이 아파 오고 

 산성 주봉능선에서 도심을 바라보는 전망 좋은 곳.

스모그로 인해 시계는 제한적이나 아마도 고성(古城)에서는 이 곳이 망루가 서 있어야할 요충지가 아니었을까

다들 성곽에 걸터 앉아서 저만큼 떨어져 있는 도심에 두고 온 삶의 잔재들을 굽어 본다.

무슨 생각들이 오갈까 ?

 뒤편으로는 나한봉, 나월봉, 중취봉, 용철봉, 용출봉,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봉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험난한 코스를 즐기려는 이들은 정릉에서 칼바위능선을 타고 오른다.

멀리서 보기에도 칼날 위에 선 당골처럼 위태롭다. 

마치 산 한쪽이 들리어 산등성이가 만들어 진 것 처럼 생긴 칼바위능선   

느릿느릿 걸음에도 어느 덧 대동문에 이르다.

주말 산행을 즐기는 인파로 문전은 시끌 버끌

지나는 산행인에게 인증샷을 부탁하고 진달래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네시간을 넘겨 가는데

이제 발바닥은 산성주능선의 봉우리들처럼 울끈 불끈 아파오기 시작한다.

갈길은 이제 끝나가는지 주능선의 용암봉과 만경대의 바위들이 병품처럼 당겨진다. 

 인수봉은 오늘도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달라 붙어 있고

과욕으로 인하여 자연으로 부터 엄한 내침을 당한 이가 있는지 구조 헬기가 인수봉 발아래 머물러 있다.

 저 멀리 영봉까지 손에 닿을듯 눈에 든다.

 진달래능선에서 수락산과 불암산 쪽으로 보이는 아파트들로 가득찬 도심은 스모그 만큼이나 아스라하다.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를 둘러 싼 계곡의 봄꽃, 고향의 봄과 같은 풍경을 눈에 담고

6시간여의 느린 산행을 백련사매표소 근처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 가슴에 담는다.   

 

 

북한산에서 만난 야생화들

<말발도리>

누군가 꽃대를 꺾어버린 <처녀치마> 

이미 꽃은 없어진 <홀아비바람꽃>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인 <노랑제비꽃> 

 

<현호색> 

 <양지꽃>

 낮은 야산에는 이미 꽃이 졌을 <솜나물>이 이제 막 피고 있다.

  아직은 메마른 산야를 밝혀 주는 <노랑제비꽃>

 <고깔제비꽃>

 <잔털제비꽃>인가 <태백제비꽃>

 <민둥제비꽃>

 <산벚나무>

 <산철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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