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보현봉 돌아보기

가루라 2013. 4. 25. 12:47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들 중에서 도심과 가장 가까이 있는 봉우리

보현봉을 한바퀴 돌아 봅니다.

훼손지 확산방지와 식생복원을 위하여 입산금지중이라

직접 올라 갈 수는 없고 먼발치로만 봅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또 가을은 가을 모습으로

광화문 대로에서도, 울집에서도 빤히 보이는 보현봉

간혹가다 높이 치솟은 바위 위에 동상처럼 서있는 산객들이 보이면

불현듯 쫓아 올라가고픈 보현봉

그래도 입산 금지가 풀릴 때까지는 참아내고

이 길로나마 가까이 가봅니다.

 

집에서 반나절 길로 느릿느릿 세시간여를 생각하고 출발합니다.

평창공원지킴터->일선사->대성문->대남문->문수사->구기탐방지원센터까지

거리상으로는 5.2km에 불과하지만 정상적인 보폭으로도 약 170분이 소요되는 구간입니다.

지난 겨울에 찍은 아래 사진의 보현봉 우측으로 올라

뒷편을 돌아서 좌측으로 내려 오는

감칠나는 산행입니다.

눈보라가 보현봉 허리를 감싸던 작년 12월 어느 날

평창동 평창공원지킴터를 지나 완만한 오름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내 형제봉 산자락과 맞닿은 암릉 사이로 보현봉이 손에 잡힐듯 보입니다.

 보현봉 원경

보현봉 줌인 

 

입구에서부터 비교적 넓고 순탄한 길을 약 40분쯤 오르면

형제봉 능선과 맞닿은 길이 이어지고

그곳에서 약 10분쯤 더 오르면 일선사로 가는 갈림길에서 정릉에서 넘어 오는 길과 합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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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능선 연결 계단 

형제봉 능선 연결 이정표 

일선사, 정릉 갈림길 

 

산속은 아직 겨우내 두껍게 내려앉았던 찬기를 벗어나지 못한듯 바짝 말라 있습니다.

일선사 정릉 갈림길에서 대성문까지 산허리를 도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소롯길의 산책이 이어집니다.

마른 나무가지 사이로 대동문쪽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성곽과 칼바위능선이 보입니다.

오늘은 가지 않는 대신에 구간별로 줌렌즈로 당겨서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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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성곽 

산성 성곽 

칼바위 능선 

 

대성문에 좀더 가까이 이르러 성곽과 칼바위능선을 측면에서 보니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성곽의 남쪽을 면하는 가히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곽과 산성길 

 뒷쪽으로 이어지는 칼바위능선

좁은 숲속 길 사이로 이내 대성문이 눈에 들어 옵니다.

 

대성문은 북한산성을 구성하는 열두대문중 동남쪽 문입니다.

산성이 축조된 1711년에 지어졌다가 소실된 것을 1992년 다시 재건한 것이랍니다.

성문 하부는 홍예문 형태로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우진각 형태의 지붕으로 문루를 만들어 사면에서 불화살 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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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좌측 사진 

정면사진 

 성문 아래에서

 성문 안쪽에서

 

성곽을 따라 대남문방향으로 오르다 보니 문루의 지붕이 완전하게 잡힙니다.

가파른 경사에 아우성치는 무릎을 달래며 계단을 오릅니다.

바로 코앞이 산성의 정상입니다.

요즈음이야 헬기로 공수하지만 변변한 운반도구조차 없었을 옛날

인간의 힘만으로 이런 험지에 성곽을 세워야했던 왕조의 절실함이 느껴집니다.

성곽 정상에 서서 남쪽을 보니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형제봉능선과 서울 도심이 발아래 있습니다.

다음에는 백사실-> 북악스카이웨이-> 형제봉능선-> 보현봉 코스를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칼바위능선 건너에

수락산, 불암산, 봉화산, 아차산에 둘러쌓인 도심의 하얀 아파트들이 군상을 이룹니다.

동북쪽으로 능선을 따라 백운대 자락에 이어지는 북한산성이 한눈에 보입니다.

보국문, 대동문까지 가서 하산하는 코스는 여러차례 갔었지만

동장대를 지나 이어지는 코스도 한번은 가봐야 할 명소로 점찍어두고 있습니다.

산성능선 뒷쪽으로 스모그 속에 도봉산 자운봉과 오봉이 한눈에 듭니다.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그 곳에 오르면 모든 성곽이 한눈에 들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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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도봉산 자운봉 

칼바위능선 

 

기이하게도 거대한 바위가 얹혀져 자연적인 암문을 이룹니다.

누군가 붓으로 불문봉이라 써놓았네요.

그 건너편은 바로 보현봉 뒤쪽입니다.

손에 잡힐듯 자리하고 있는 보현봉을 입산금지로 바라만 봅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성곽을 따라 대남문쪽으로 내려섭니다.

성곽은 오른쪽 의상능선으로 계속 이어지고 이곳 역시 점찍어 둡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스무살 나이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행선지를 묻지 않았던 여정이었다면

쉰살에는 어딜가도 유서깊은 역사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답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지는 나이라 하나라도 더 기억에 남기고 싶은걸까요. 

건너편 산중턱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문수사와 문수봉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대남문 문루에서 걸어내려온 성곽길을 돌아다 봅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문수사를 거쳐 하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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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의 기암 

대남문 문루에서 문수봉 

대남문 문루에서 보현봉 

 

문수사는 좌측의 삼성각과 중앙의 문수굴, 대웅전과 우측의 응진전이 일자로 펼쳐진 작은 사찰입니다.

보현봉과 문수봉에 둘러쌓인 풍광 좋은 곳으로

서울시내와 한강, 관악산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일 정도로 시야 또한 넓습니다.

맑은 날 우리집에서도 문수사가 선연하게 보이지만

요즈음 계속되는 봄철 스모그로 인해 오늘은 위치를 확인할 수가 없네요.

문수사는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모시는 오대산 상원사 등과 함께 삼대성지중 하나랍니다.

고려 예종 4년인 1109년 대감탄연국사가 개산하여 암굴 사찰형태로 내려 오다가

1921년 중창과 1983년 혜정스님의 재중창을 거쳐 대웅전, 삼성각, 응진전 등 오늘의 형태를 갖추게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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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동굴 법당

문수봉쪽 경내 

보광당혜정대종사비 

대웅전 

 

곧 굴러내릴듯 위태로운 문수사 뒷편의 암봉입니다.

 

문수사 뒷편 암봉 

문수사 뒷편 암봉 

 

문수사 경내에서 보현봉 능선을 담아 봅니다.

족두리봉에서 망원으로 담았던 보현봉, 사자능선의 암사자봉, 숫사자봉입니다.

하산길에 문수봉과 대남문을 원경으로 잡아 봅니다.

문수봉과 보현봉 사이 계곡에 자리한 대남문의 위치가 북한산성의 요충지라는 인식이 확연해집니다.

 

문수봉 줌인 

보현봉 줌인 

 

북한산 계곡에 애천(愛泉)을 만들어 놓았네요.

아마도 계곡 물속에 잠긴 평원석에 누군가 동전을 던져 놓은 걸 보고

지나던 산인들이 하나둘씩 던져 놓은 것 같습니다.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십원짜리 동전부터 오백원짜리까지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이 한곳에 모인다면 그 꿈은 역사가 되겠죠.

물속의 동전

동전에 담긴 소원들 

좋은 의도로 시작된 발원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해 보며 산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