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불곡산, 양주의 진산을 가다

가루라 2014. 2. 26. 01:13

40년지기 고교친구들과 양주의 진산, 불곡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간혹 연천을 오가는 차안에서 멀리 차창 밖으로 보았던 특이한 산봉우리

어찌보면 상투 같고 달리보면 노적가리처럼 보이던 그 산을 언젠가는 오르리라 되뇌이곤했었네요.

등산객들은 보통 1호선 양주역에서 가까운 양주시청 뒤편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길게 누운 상봉, 상투봉, 임꺽정봉 순으로 등정하는데

우리일행은 지역 기관장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제공하는 차편으로 양주역에서 이동

대교아파트건너편 김승골쉼터쪽에서 오르기로 합니다.

<상투봉 서쪽 암릉길>

남방에서 넓게 보면 불곡산은 동서로 길게 누운 다소 밋밋한 산으로 보이지만

약 432m인 상투봉을 사이에 두고 주봉인 470고지 상봉과 약 450m인 임꺽정봉의 암봉이 정상을 이루어

암벽과 암릉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하는 산입니다.

특히나 악어바위, 코끼리바위, 복주머니바위, 물개바위, 생쥐바위, 팽귄바위,  엄마가슴바위 등 형상화된 기암과

임꺽정이 가지고 놀다 던져 놓았다는 공깃돌바위 등 다양한 괴석들

그리고 암벽을 뚫고 자라난 명품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동양화를 현실에 재현해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회양목이 많아서 가을철에는 붉게 보인다는 의미를 지닌 불곡산(佛谷山)을 오르는 여러 코스 중

짧게는 1.3km에서 길게는 2.8km 구간까지 본인의 체력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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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 

불곡산 원경 

불곡산 정상 줌인 

완만한 골짜기 오름 

길은 잠깐 사이에 정상 능선에 닿습니다.

왼쪽은 군사보호시설이라 접근이 금지되어 있고 이정표를 보고 우측 능선을 타고 임꺽정봉으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약간의 급한 오름을 지나면 일차로 전망 좋은 너럭바위가 나타납니다.

너럭바위 바로 위편 임꺽정봉 아래에 있는 전망대까지는 목재계단이 지그재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암봉을 둘러 싸듯 휘감아 돌아 올라갑니다.

<임꺽정봉 아래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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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시작구간 

너럭바위 위에서 

전망대 계단 

전망대 계단 

숨이 가빠지고 허벅지가 땡기기 시작할 무렵 전망대 정상이 손에 닿을듯 보입니다.

전망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봉이네요.

로앵글로 잡은 오름이나 위에서 되돌아본 계단의 경사나 높이가 장난이 아니군요.

전망대 오름계단(상향)

전망대 오름계단(하향) 

전망대 정상에 서면 바로 앞에 둥그렇게 솟은 임꺽정봉과 기이한 바위들이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선 악어바위능선이 눈에 듭니다.

임꺽정봉은 짧은 구간이지만 암벽타는 초보 록크라이머들이 즐겨 찾는 곳인가 봅니다.

혼자서 줄에 매달려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록클라이머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안타깝게도 악어바위능선 뒤로 보이는 의정부 시내의 일부가 짙은 미세먼지에 뽀얗게 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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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봉 록클라이밍 

악어바위능선 

임꺽정봉을 배경으로 

전망대에서 임꺽정봉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적설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할만큼 위태롭지만 머물렀던 전망대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의 구간을 안전로프와 가이드 말뚝을 설치해 놓아서

만용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위험하지는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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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봉 가는 길 

임꺽정봉 가는 길 

임꺽정봉 북쪽 아래길 

해발고도 449.5m 임꺽정봉 정상입니다.

일대를 호령했던 임꺽정의 드센 기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일까요?

느닷없이 카메라의 셔터막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18mm에서 좌우에 둥그런 검은 막이 걷혀지질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바람에 정상에서 담으려했던 광각의 원경을 제대로 담을 수도 없었는데

희한하게도 임꺽정봉을 내려오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듯 원상회복되었네요.

거의 7~8년을 모스크바와 아프리카까지 들고 다니며 수십만 컷을 담았던 니콘 D80

이젠 이 아이도 지쳐서 고장이 날만도 합니다.

임꺽정봉 봉우리 주변도 방책과 안전줄로 추락에 대비할만큼 위험하지만 정상은 생각보다 넓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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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어둔동 방향 

서쪽 광백저수지쪽 

북동쪽 덕정향표지판 

남동쪽 

 송림사이로 상투봉과 오늘의 최종 목적지 상봉이 뿌연 스모그에 묻혀있습니다.

임꺽정봉 바로 아래에서 만난 제8보루(堡壘)

불곡산 일대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에 의해서 조성된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방어할 수 있는 망루인 보루 총 9기가 발견되었답니다.

양주분지 일대에서 가장 높은 불곡산에 설치되었던 보루는

당시 삼국간에 한강유역권 쟁탈전이 치열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8보루 표지만

제5보루와 표지판 

 임꺽정봉에서 상투봉 가는 길 정면 오른쪽 능선에 늘어선 기암군들.

악어바위능선입니다.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동쪽사면에서 임꺽정봉을 담았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상투봉과 상봉이 희미합니다.

 상투봉 오르는 길 암릉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들을 줌으로 당겨 봅니다.

상투봉 오르는 길 기암 위의 사람들 

상투봉 오르는 길 암릉의 사람들 

임꺽정봉에서 상투봉쪽으로 내려오는 구간은

급경사의 암벽구간으로 바위에 쇠말뚝을 박아 안전로프를 걸어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추가로 로프까지 설치해 놓았습니다.

산행하는 내내 불곡산의 곳곳의 위험구간들에 비추어 볼 때

아마도 불곡산이라는 이름이 곡소리를 떨쳐내어야 오를 수 있는 불곡(拂哭)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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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봉 남쪽 사면 

암벽구간 

임꺽정봉 남쪽 암벽구간 

이 구간을 다시 상투봉쪽에서 담았습니다.

오른쪽 가파른 바위지대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위태롭게만 보입니다.

같이한 일행이 20명이나 되다보니 선두와 후미가 상투봉 올라가는 길에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상투를 우(右)로 틀어 버리는 바람에 사진을 찍느라 뒤쳐졌던 저와 후미 몇몇이

오른쪽 허리를 타고 상투봉을 우회하는 길로 잘못 들어서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상투봉 정상에서 금방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임꺽정봉에서 보았던 상투봉 암릉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악어바위능선의 기암들도 볼겸 후일 다시한번 찾아야 할 명분이 또 생긴 것입니다.

 

<상투봉 정상에서 담은 임꺽정봉과 능선들>

임꺽정봉 왼쪽 악어바위능선을 줌으로 당겨 봅니다.

진한 스모그로 그림자만 보이지만 멀리 희미하게 어둔저수지와 어둔산도 보입니다.

상투봉 정상 오름암릉과 뒷편에 보이는 상봉입니다.

안전가이드가 없었을 때 오금이 절릴 것만 같은 이 길을 어떻게 다녔을까 ? 

상투봉 정상 표지석과 상투처럼 보이는 바위만을 담은 사진이 달리 없어서

특정인의 초상권보호를 위해 얼굴을 못 알아보게 처리하여 올립니다.

 잠깐의 휴식과 간식을 취한후 오늘의 마지막 목표지 상봉으로 향합니다.

 

<상투봉에서 담은 상봉 정상>

상봉 올라가는 길에 담은 상투봉, 임꺽정봉 전경입니다.

임꺽정봉을 줌으로 당겨 봅니다.

역시 왼쪽은 깎아지른듯한 단애입니다.

 불곡산의 멋진 암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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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봉 아래 

 임꺽정봉 북사면

상투봉 암반 

상투봉 

 상투봉 절벽

불곡산의 주봉인 상봉을 올라가는 길도 목재계단으로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상봉으로 연결되는 목재데크 길 바로 아래는 보기에도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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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오름 계단 

 상봉 입구

상봉 연결 목재데크길 

상봉 정상에는 양주시청쪽에서 올라온 산객들로 초만원이었습니다.

좁은 암봉 위쪽에 다들 표지석을 중심으로 인증샷을 남기려 모여있다보니 자칫 사고라도 날까 걱정됩니다.

 상봉의 암반에서 내려오는 그리 높지 않은 길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목재사다리와 줄을 매달아 놓아서 깨알같은 유격훈련의 재미를 맛보게 합니다.

상봉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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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봉에서 본 상봉 

상봉 전면 

상봉 전경 

상봉 동북쪽 얼굴 

상봉에서 내려오면 넓은 너럭바위에 얹혀놓여 있는 팽귄바위가 있습니다. 

비록 악어바위능선을 타지 못해서 불곡산의 다양한 바위들을 담지 못했지만 산행중에 만난 기암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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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바위 

무명바위 

물개바위 

팽귄바위 

불곡산의 품격을 한층 높이는 데 일조를 담당하는 명품 소나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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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소나무 

소나무 

소나무 

소나무 

아쉬운 불곡산 상봉을 뒤로 하고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돌아보니 상봉 동쪽의 가파른 단애가 말할 수 없을만큼 아찔해 보이네요. 

양주시청방향과 백화암 갈래길에서 우측 백화암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참나무 골짜기의 바위와 흙길을 내려오면 이내 백화암(白華庵)에 도달합니다.

단청이 비교적 깨끗하고 암자도 아담해서 최근에 만들어진 사찰인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백화암은 조계종 봉선사의 말사로써 신라 효공왕 2년인 서기 898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랍니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다시 중건했으니 6.25동란 때 또다시 화마를 당했으나

1956년 복원과 1968년 중건 1985년 중수를 거쳐 오늘날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채 2동의 면모를 갖췄답니다.

대웅전 측면과 산신각

대웅전 오르는 길에 하늘을 덮을듯 서있는 거대한 노거수는 양주시 지정보호수로 350년된 느티나무랍니다.

직경이 3.8m나 되는 노거수의 수령이 오랜 고찰의 산 역사를 말해줍니다.

암자 입구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 약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한 바가지 받아 마셔보니 산행의 갈증탓인지 물이 달달하네요.

목마른 산객들에게 좋은 보시(布施)가 될 약수입니다.

백화암을 내려오는 길 거대한 바위를 기이하게 두동강낸 틈에 자라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나무 밑둥의 굵기로 보아 수령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재질도 무른 나무가 단단한 바위를 어떻게 깨뜨렸을까요 ?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네요.

세상의 이치가 자연에 있음을 좀더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환갑을 코앞에 두고서야 비로서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하나씩 둘씩 쌓여갑니다.  

그래도 인생은 기차역처럼 때로는 가득 채우기도 하여야 하지만 때로는 내려 놓기도 해야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할 나이

불곡산 산행에서 이 나이에 비로소 받아든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삶의 명제

유능제강(柔能制强) 또는 유승강(柔勝强), 이유제강(以柔制强)입니다.

천하지지유(天下之至柔) 치빙천하지지견(馳騁天下之至堅) 무유입무간(無有入無間)이라 하여

천하의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견고한 것으로 달려가 들어가지 않는 틈이 없다고 노자는 도덕경에서 가르칩니다.

고래로부터 내려온 불변의 명제이지만 현실 생활 속에서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살았나봅니다.

양주 불곡산 산자락 백화암에서 바위를 깨뜨린 나무를 보고 얻은 귀중한 명제를 안고 귀가합니다.

 양주역

양주역 

불곡산 등산지도

불곡산 남쪽 사면 중심 등산지도 

불곡산 북쪽 사면 중심 등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