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장미동백나무

가루라 2014. 7. 21. 16:12

장미동백나무랍니다.

아마도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개량한 하이브리드종으로

학명은 Camellia japonica x reticulata가 아닐까 싶네요.

전세계에 서식하는 Camellia는 약 150~200여종이 됩니다.

사실 이파리가 비슷한 것처럼 차나무도 카멜리아종인데

그것까지 포함하여 히말라야로부터 인도네시아 일본에 이르는

남부아시아, 동부아시아 그 주요 식생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남부지방에 자라고 있어서

어려서부터 동백나무를 매우 흔하게 보고 자랐습니다.

광택있는 두품한 이파리의 관엽적 가치는 물론

매끈한 줄기, 정렬적인 빨간 꽃

그리고 장부의 기개처럼 봄바람에 후두둑 통째로 떨어지는 꽃

다 익으면 동백기름을 채취하던 반질반질한 동백열매까지...

집집마다 집안에 동백나무 한그루쯤 심어두고 보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동백의 아름다움은 시나 소설 심지어는 유행가의 가사에도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어려서는 오동도의 동백을, 성인이 되어서는 감수성이 잘 버무려진

선운사 동백을 더 익숙하게 듣네요. 

서정주 시인은 <선운사 동구>에서 이렇게 읊습니다.

선운사(禪雲寺)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작년 것만,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다니 애가 타네요.

가인 송창식의 <선운사> 노래 속의 동백은 더 슬픕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을 말이예요.

-이하 생략-

그러나 장미꽃처럼 만들어진 하이브리종 동백꽃을 보니

그런 시어나 시상, 음감이 싹 사라집니다.

이렇게 생긴 동백꽃을 보고 서정주의 시가 송창식의 노래가

읊어지고 불리워질 수 있었을까요?

동백꽃의 꽃말이 신중과 허세부리지 않음이라는데

이 꽃을 만들어낸 일인(日人)들은 꽃에 허세를 너무 부려 놓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원종이 지닌 순수함이 없는 식물의 세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동백꽃-목포>

<내 나이보다 오래된 고향집 겹동백나무>

이 할배 동백나무 종자에서 싹튼 동백나무 묘목을 벌써 대여섯차례

서울로 옮겨와 심었는데 안타깝게도 모두 동사해버리네요.

아직은 서울에서 노지월동을 못하나 봅니다.

고향집 사랑채 앞 아버님과의 그 추억을 서울로 가져오고 싶은데

추억은 과거속에 그대로 놓아두라는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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