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昆蟲世上

추억의 곤충 꼽등이

가루라 2014. 10. 19. 10:34

실로 오랜만에 마당에서 보는 꼽등이입니다.

맨땅과 습한 곳들이 여기저기 있던 단독주택에서 건조한 아파트로 주거구조가 바뀐 탓일까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게 된 꼽등이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에일리언의 영화에 나오는 외계생명체처럼

등허리가 심하게 굽었다고 꼽등이라고 부릅니다.

노틀담의 꼽추처럼 정상적이지 못한 신체적 특징을 빗대어 지어진 이름이 왠지 슬퍼 보입니다.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특징만으로 해충으로 오해 받고 있는 꼽등이.

다시보니 추억의 곤충 여치를 닮았습니다.

 

귀뚜라미가 많은 곳에 무리지어 있어서

귀뚜라미의 일종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여치의 일종입니다.

연탄을 때던 예전에는 연탄광에 많이 살았으며

심지어 레일식 연탄 보일러를 넣은 아궁이에까지 무리지어 살았었습니다.

습기가 많고 어두운 곳에 주로 살던 꼽등이가

도심 속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지 환경 재앙의 전조로 보아야 할지

가늠을 할 수는 없습니다.

 

<꼽등이>

절지동물 메뚜기목 꼽등이과의 곤충

학   명 : Diestrammena coreana

분포지 : 한국, 일본, 대만

서식지 : 어둡고 습한 곳

어린 시절 매미처럼 길게 우는 여치를 잡아서 길러 본적이 있나요?

지금은 멸종되어 찾을 수 없지만

여름철이면 산에서 잡아 온 여치를 보릿짚으로 만든 소라껍질처럼 생긴 집에 넣어

시원한 여름을 부르는 여치소리를 들으려 처마 밑에 매달아 두곤 했었습니다.

등허리는 꾸부정하게 구부러져 있고 꼬리부분에 긴 산란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날개만 없을 뿐 영락없는 여치의 모습입니다.

야행성인 꼽등이는 전세계에 약 300종이 분포하지만

청력이 없어서 모든 것을 더듬이에 의존한답니다.

이 꼽등이가 도시생활의 척도를 측정하는 환경지표종이라는 얘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 속에 너무 친숙하게 공존하던 꼽등이

우리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습하고 어두운 곳을 지키던 꼽등이가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면

어린시절 여름 한페이지를 장식하던 여치처럼

책으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되겠지요.

어쩌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삶을 추억으로 가두어야 살 수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