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풍경사진의 명소 간월암

가루라 2015. 9. 21. 00:09

바다에 떠있는 작은 사찰 간월암(看月庵),

일몰이나 일출 풍경사진을 찍는 명소를 찾아다니는 사진작가들이 꼽는

명소 중 하나지요.

무학대사가 이 곳에 조그만 암자를 짓고 정진하다가

문득 달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간월암이라 불리웁니다.

 

무학대사가 태조의 국사가 되어 떠난 후

폐허만 남았던 사찰터에

1914년 송만공(宋萬空)대사가 절을 세우고 간월암이라 불렀답니다.

 

밀물 때는 외로운 섬이 되었다가

썰물이 되면 육지로 변하는 섬.

불륙부도(不陸不島)!

어쩌면 아직 세속에 미련이 남아 있어서

탈속을 했으되 탈속을 하지 못한 구도의 마음을 담았던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반야심경의 제법(諸法)이 공상(空相)임을 말하는 것일까요?

불멸불생(不滅不生),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 불래불거(不來不去),

부단불상(不斷不常), 불이불일(不異不一) !

서로 반대되는 것을 대비해 보아도 그것이 허상(虛像)인 것을...

<간월암교차로쪽에서 망원으로 담은 간월암>

본래 '볼 간(看)'자는 '눈 목(目)'위에 '손 수(手)'가 있어서

눈 위로 햇빛을 가리고 멀리 보는 형국을 묘사하는 상형문자입니다.

암자가 면하고 있는 방향이 서쪽 안면도 방향이니

무학은 서녘으로 멀리지는 달를 보다가 도를 깨달았나 봅니다.

간월암을 향해 구도 중인 백로들

간월교차로쪽에서 본 간월암

계절에 따라 간월호 건너에서 떠서 간월암을 비추는 일출도

멋지기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간월도의 으뜸인 풍광은

밀물에 섬으로 바뀐 암자 너머로 걸린 지는 해와

수면에 드리워진 암자의 그림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요?

무학은 달을 보며 도를 깨우쳤지만

저는 간월암 너머로 지는 노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석양을 꿈꿔 왔었습니다.

<간월도 주차장에서 본 간월암>

안타깝게도 일출, 일몰, 둘 중 어느 것도 담지 못하고 돌아서는 게 아쉽습니다.

애시당초 사진을 담기 위한 출사가 아니라

고향에 갔다 오는 길에 들른 곳이라 해도

노을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내게는 남아있지 않음이 한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들린 것이나

어디를 가는 길에 잠깐 들리는 것이나

보는 시각은 다를리 없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이 다르니

아무리 명승이라해도 샅샅이 보는 것이 아닌 대충 훑어보는 격이 될 수 밖에요...

암자 진입로

간월암 입구의 천연목 장승

간월암 입구 해탈문에는

날아갈듯 흘려 쓴 "염궁문(念弓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서산 천장사에서 송만공 만공선사를 지도하였던 경허선사(鏡虛禪師)의 글이랍니다.

조선 말 선종의 중흥기를 이루어낸 대선사였던 경허선사는

전북 전주 사람으로 과천의 청계사에서 출가하여

선(禪)의 생활화, 일상화를 주창하셨던 분이랍니다.

"염궁문"

"생각을 활처럼 날려버리고 입문하라"는 말씀일까요?

그래도 멀리서 보여지는 모습 보다는 제법 넓은 암자입니다.

중앙에 팔작지붕 형태의 본당인 간월암이 자리하고

좌측에 맞배지붕의 산신각 그리고 우측 미니2층의 종무소와

전면에 우뚝 솟은 작은 용왕단 아래쪽에 요사채가 있습니다.

일반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용왕단은

아무래도 바다를 면하고 있는 간월암만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외래종교인 불교도

토착신앙과의 화해를 통한 교세 확장을 해왔던 터라

대부분 사찰 경내에 산신각을 두고 있습니다.

해수면 가까이 있는 요사채

이 곳에서 하루밤 묵어 갈수만 있다면

밤새 속을 끓여낼 파도소리를 이겨낼만큼 내공이 쌓이겠네요.

간월암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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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문

미니어처 불상

200년묵은 사철나무

본당 좌측면에서

바다쪽을 향해 기도할 수 있는 용왕단입니다.

이것 때문일까요?

간월암을 떠날 때쯤

한 떼의 무리가 버스로 간월암에 도착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용왕신앙을 믿는 무속인들이었는지

물 빠진 해변에 제물을 진설하고 기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간월암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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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전면

요사채로 가는 길목에서

요사채 지붕위 용왕단

간월암을 나와 남쪽 해변으로 물러서서 암자를 봅니다.

정말 위치나 구도가 멋진 곳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반대쪽에 있는 방파제쪽에서도 몇 컷 담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상경해야 할 약속시간에 쫓기어 그냥 돌아오는 길이 아쉽습니다.

주차장에서 소나무 사이로 담은 간월암

잔잔한 바다처럼 깊은 침묵에 빠져 있습니다.

비록 백년도 안된 사찰이건만

그 이상된 고찰이나 다름없는 무게와 깊이로 가슴에 새겨집니다.

오늘의 삶 또한 온전히 내 소유가 아니라

그저 순간 순간 지나갈 뿐임을 알기에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간월암 여기저기에 묻어 두고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합니다.

 

비록 찬란히 떠오르는 일출과 함께 하지 못하거나

처연하게 지는 타는듯한 노을 속의 간월암이 아니어도

여행자가 보는 만큼의 깊이로 아름다움을 온전히 돌려 줄 간월암.

꼭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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