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진천 농(籠)다리를 아시나요?

가루라 2015. 6. 3. 23:59

좌우에 많은 다리를 가진 지네를 닮은 진천 농다리(籠橋)를 아시나요?

농다리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에 있습니다. 

다리 진행방향 한쪽 끝 윗편에서 내려다 보면

지네가 몸을 뒤틀며 수면을 박차고 나오는 것 같은 형상입니다.

 

이름이 차라리 오공교 또는 지네다리였다면 그닥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뜬금없는 '채롱 롱', '대그릇 롱(籠)'을 쓴 지네다리라니....

 

일설에 의하면 고려시대 이 다리를 만들었다는 굴티마을의 상산임씨 임연장군이

친정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내를 건너려던 아낙이

불어난 물에 건너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것을 보고

용마(龍馬)로 돌을 실어날라서 하룻밤 사이에 이 다리를 만들었답니다.

돌을 나르느라 지친 용마는 힘이 빠져서 등에 진 마지막 돌을 떨어 뜨리고 죽는데

그 떨어진 돌이 마을의 용바위이고

돌다리 이름도 용다리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롱-> 농다리로 바뀌었답니다.

제 어린시절에만 해도 여름이면 물에 빠져 죽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배산임수로 자리잡은 마을 앞을 흐르는 조그만 냇물의 다리라는 것들이

대부분 돌을 어설프게 놓은 징검다리가 태반이었었죠.

그래서 여름비에 조금만 물이 불어나도 위태로워서

돌다리 사이에 짚으로 짜서 만든 망태 속에 모래와 자갈 사이에 돈을 넣어서

보조다리를 만들곤 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뱅이를 놓는다 했습니다.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막는 액맥이 다리인 것이죠.

북쪽 끝 상류쪽 전경

남쪽 끝 상류쪽 전경

교통기반시설 조성과 관리를 나라에서 다 커버해줄 수 없었던 옛날

지방 세도가나 토호들이 마을 사람을 위해 다리를 만들어주곤 했었습니다.

요즈음 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인것이죠.

이 농다리는 기록에 의하면 고려 말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고

일부에서는 이보다 앞선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합니다.

외관상 허술하기 짝이 없게 보이는 돌다리지만

천년이 넘도록 려말이라 해도 800년이 지나도록

무너지지 않고 견뎌낼 정도로 튼튼한 다리인 것으로 보아

당시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형식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교각의 구조를 잘아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농다리는 보기와는 달리 아주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총장 93.6m의 농다리의 당초 교각은 하늘의 별자리에 맞추어 28개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양쪽 두개씩이 줄어서 24개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실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땅이 옛날에는 다 논이어서

논두렁길을 지나 연결되는 농다리의 면모와 정말 잘 어울렸었는데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주차장이 되어버려서

제 빛깔을 잃어버린 것이 많이 아쉽다고 고건축 전문가님이 설명해 줍니다.

문화시설을 관광지로 개발할 경우

가급적 원래의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편의시설은 멀리 떨어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교각은 인공적으로 다듬은 것 같지 않은 돌을 성기게 쌓아 만들었고

교각의 양 끝도 유선형으로 만들어서 류속의 저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구조랍니다.

나아가 교각의 위치를 일렬로 배열하지 않고 약간 들쑥 날쑥하게 만든 것도

이런 돌다리가 천년을 견딜 수 있게 만든 비결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토목공사나 교각이나 성을 쌓는 축조기술 등은

현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다리를 농암정에서 내려다 보면 유선형 교각구조가 보다 확실해집니다.

게다가 물고기의 머리 형상을 본떠 만든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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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다리기념관

농다리 북단

교각 하류구조

교각 상류 구조

조상들의 지혜와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

천년을 내려온 농다리에 담겨있는 우리 역사의 산 기록입니다.

<농암정에서 내려다 본 농다리>

농암정(籠岩亭)가는 길입니다.

일행들과의 대오에서 벗어나 위에서 농다리를 담기 위해 서둘러 농암정으로 향합니다.

<농암정>

농다리가 지방유형문화제 제28호로 지정되어 있으나

농암정은 별도의 지정물 표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정자는 아닌가 봅니다.

그러나 천장의 단청이 일반 정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양이 아니고

왕궁의 천장에 그려진 것과 유사해서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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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정 현판 

농암정 단청 

농암정 계단 

농암정 

<농암정 오르는 길>

<농암정에서 내려다 본 초평저수지>

농암정에서 초평저수지쪽으로 내려 옵니다.

농다리와 초평저수지를 연결하여 수변공원을 잘 조성해 놓았네요.

생각 같아서는 저수지 호반을 둘러 조성해 놓은 길을 따라

끝에 있는 하늘다리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안타깝게 다음 행선지인 보탑사에서의 점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뒤돌아서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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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평저수지

초평저수지

초평지 가는 길

잘 만들어진 호반산책로를 포기 하고 서둘러 내려오는 길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늘다리>

언젠가 부러 시간내어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명승지 중 하나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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