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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보탑사 탐방기

가루라 2015. 7. 31. 00:46

충북 진천소재 보탑사를 다녀왔다.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각 층 실내에서 법회가 가능하게 건축한 3층 목탑,

공식 명칭 "보련산 보탑사 통일대탑"을 건축한

고건축전문가 김영일회장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10여년전 기초공사중일 때 한번 찾았었다.

1991년 5월 12일 착공 첫삽을 뗀 후

1996년 6월 9일 회향식까지 무려 5년이 걸린 대규모 불사였다.

 

완공된 후 한번 보리라 했었지만

바쁜 회사 일 등 여러가지 이유로 여유를 내지 못했던터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었다.

그랬던 터에 새로 일하게 된 법인에서의 행사차 가는 보탑사 탐방길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주차장에서 담은 보탑사 전경>

   보탑사 건축에 재현된 고건축 기술은

김영일 장인의 자부심만큼이나 넓고 깊어서

나 같은 문외한은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른다.

하지만 한옥과 불사에 녹아들어 있는 우리 선조들의 건축기술은

설명을 듣는 순간 "아!"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보탑사는 일반 사찰과 달리 일주문이 없이 천왕문을 통해 진입한다.

<보탑사 천왕문>

 천왕문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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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서 본 천왕문 

증장천왕.광목천왕 

다문천왕.지국천왕 

천왕문에서 본 경내 

천왕문을 지나 계단에 오르면

좌측의 범종각과 우측의 법고각 사이로

웅장한 3층 목탑이 쓰러지듯 눈에 들어 온다.

탑이라고 부르기에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통일대탑 3층에서 담은 범종각과 법고각>

특이하게도 좌측의 법고각 지붕은 9각, 우측 범종각 지붕은 7각이다.

보통은 육각, 팔각 등 짝수각의 지붕이 일반적이지만

보탑사 경내에 있는 건물의 지붕은 제각각 다 다르다.

4각, 5각, 7각, 9각, 원형 등

모가 난 돌이 구르고 구르다가 최종에는 원형으로 완성된다는 것일까?

불가의 심오한 뜻을 건축으로 풀어낸 김영일선생의 의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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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서 본

천왕문에서

석등과 범종.법고각

범종각

 

뭐니 뭐니해도 보탑사의 중심 건축물은 3층 목탑이다.

우리나라 고건축물 중 고려 고종 때 몽골의 침략으로 불타버린 황룡사 9층 목탑만이

실내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 갈 수 있는 구조였다.

현존하는 법주사 5층 팔상전이나 쌍봉사 3층 대웅전은

1층만 개방되어 있을 뿐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다.

그런 의미에서 보탑사 3층 통일대탑은

사라진 고건축의 정수들을 다시 복원하였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는게 아닐까?

 

백제의 장인 아비지를 꿈꾸었던 그들이 없었다면

역사 속 전설로만 남았을 고건축기술이 후대로 전수될 수 없었을 것이다.

<보련산 보탑사 통일대탑>

상륜 9.9m를 포함하여 52.7m에 달하는 3층 목탑은

사실 각층 사이에 암층이 있는 5층 구조의 거대한 건축물이다.

요즈음 아파트로 따지면 14층 정도의 높이나 된다.

각층의 면적을 보면

1층 198.81㎡(약 60여평), 2층 166.41㎡(50여평), 3층 136.89㎡(41평)이다.

1층 금당에는 중앙 찰주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간방에 사천주와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아미타여래불, 약사유리광불 등 사방불을 모셨다.

중앙의 찰주에는 999기의 백자 소탑을 봉안해 놓았다.

 

3층 목탑은 총 12개의 법당인 셈이다.

각층의 외면에는 남서북동 시계방향으로 각각 4개의 편액이 걸려 있는데

1층 대웅보전(大雄寶殿), 극락보전(極樂寶殿), 적광보전(寂光寶殿), 약사보전(藥師寶殿)

2층 법보전(法寶殿), 수다라전(修多羅殿), 보장전(寶藏殿), 삼장전(三藏殿)

3층 미륵보전(彌勒寶殿), 대자보전(大慈寶殿), 두솔타전(兜率陀殿)이 그것이다.

 

특히 1층 약사유리광불 앞에 4월 초파일에 진설된 수박이 동짓날까지도 상하지 않아서

그 수박을 먹으면 무병장수해진다고 수박 먹는 날은 구름처럼 신도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김영일선생의 설명에 의하면

보탑사의 건물들은 바람길을 막지 않도록 배치해서 지었기 때문에

1층 동쪽면인 약사유리광불 앞에 와류가 생겨서 1년 내내 온도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로 인해서 약사보전에 놓여진 수박이 9개월이 되도록 상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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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 면

북서쪽 면

서쪽 면

남동쪽 면

1층 금당의 사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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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불(남) 

아미타여래불(서) 

비로자나불(북) 

약사유리광불(동) 

1층과 2층 사이의 암층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2층 법보전 내부에는 중앙에 커다란 윤장대가 서있다.

윤장대 안에는 팔만대장경을 새겨 넣었다.

회전형 서가인 윤장대는 경전을 돌리면 그 안에 있는 불교의 가르침이

내 안으로 들어 온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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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대

윤장대와 아치형 문

3층 오르는 계단

2층과 3층 사이의 암층에는 불교문화권 각국의 다층탑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목탑을 짓기로 한 후 일본, 중국, 인도 등지를 다니며 조사하고

우리나라 고대사 자료들을 찾고 검증하기를 반복했다는 기록이 이 곳에 사진으로 남아 있다.

암층을 지나 다시 한층을 오르면 이곳이 3층 미륵전이다.

이 곳에는 석가모니 이후 미래를 열 부처 미륵삼존불을 모시고 있다.

특별한 인연으로 기회를 주셔서 3층 미륵전 밖 베란다에 올라섰다.

그 높이로 인해 난간을 붙들고 서있는 다리가 아찔하다.

집이 아닌 탑에 올라섰다는 느낌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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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삼존불 입상

3층 베란다 난간

미소실과 수련원

법고각과 범종각

3층 탑을 나와 서쪽 극락보전 정면에 있는 영산전을 찾았다.

영산전 지붕은 8각이고 상륜은 구리로 제작했단다.

내부 중앙에는 부처님 좌상과 주위에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오백나한상이 있다.

뒷편 북쪽 벽에 히말라야 설산과 동쪽 벽에 고구려의 오녀산성

그리고 남쪽 벽에는 아름답게 핀 꽃이 그려져 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온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란다.

<영산전>

<영산전 지장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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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전 오백나한상

영산전 오백나한상

 부처님 좌상

<영산전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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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전 남동쪽

영산전 북쪽

3층탑에서 본 영산전

3층탑 북쪽 적광보전 건너편에는 단정하게 지어진 지장전이 있다.

이 곳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사바세계에 미륵불이 출현하기까지

죽은 이의 영혼을 구원해 주는 부처님인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지붕이 원형으로 만들어진 수각과 하늘로 치솟는 듯한 지장전>

지장전 옆 수각에 솟아나는 약수는 물맛이 좋다고 한다.

<지장전>

지장전

지장보살

3층탑 동쪽 약사보전 앞에는 거대한 부처님 열반상이 있는 적조전이 있다.

이 열반상은 인도 쿠시나가르의 열반상을 실측하여 똑 같은 크기로 만든 것이란다.

<적조전의 외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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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탑에서 담은 적조전

미륵반가사유상과 적조전

극락보전 앞에서 본 적조전

보련산의 바람길을 따라 지어 놓은 보탑사의 아기자기한 부속 건물들을 보자.

 

북동쪽에 자리한 산신각 바로 앞에는 정갈한듯 소탈한 삼소실이 있다.

삼소실(三笑室)은 보탑사 건축 당시 사무실로 쓰던 컨테이너를 개조하여

지붕을 너와로 엮고 벽에 황토벽돌을 덧대고 흙칠을 하여 만든 원장스님이 기거하시는 집이다.

떨어져 나간 토분칠과 갈라진 벽이 고향집처럼 정겹다.

삼소실 뒤편에 있는 산신각(山神閣)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흙을 채워 넣어 지은 우리나라 전통의 귀틀집 형태다.

수각 좌측편 뒤쪽으로 한걸음 물러나 조용히 앉아 있는 건물은

해행당(解行堂)이다.

소나무 동산 사이에 앉혀진 삼층 흑탑

작은 연못 연화대 위에 앉은 부처님 좌상

보탑사 입구에 있는 327년 수령의 연곡리 느티나무

높이 18m, 가슴높이 둘레 5.3m 뿌리부분 둘레 7.8m의 노거수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보탑사의 숨은 보물은 일명 백비라 부르는 "연곡리 석비"다.

거북받침 위에 세워진 비신(碑身)에 비머리가 씌워져 있는 평범한 석비인데

특이하게도 무자비(無字碑), 즉 비문(碑文)이 없다.

그래서 비문이 없다하여 백비라고도 부른다.

더 특이한 것은 거북모양의 석비 받침돌 겉 표면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데

떨어져 나간 표면의 쇄열석 속에도 여전히 거북등 무늬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사진으로 담아 오지 못해서 아쉽지만 현장에 가거든

비석 뒤편 받침부분을 유심히 보면 볼 수 있다.

<백비>

연곡리 석비

연곡리 석비

보탑사는 비구니 도량이다.

이곳 원장스님은 꽃을 좋아하고 잘 가꾸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5월 보탑사에 가면 활짝 핀 원예종 화초는 물론 토종 야생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정갈하게 만들어진 화원>

지면과 전문지식 부족으로

보탑사 건축에 적용된 고건축기술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루지 못한 게 아쉽다.

김영일 선생이 지은 "한옥 - 사람이 살고 머무르는 곳"이라는 책을 보면

보탑사 건축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와

보탑사 건축에 적용된 고건축 기술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오래된 고찰이 아닌 보탑사.

그래도 고건축기술이 담겨 있어서 인지 천년을 그 자리에 있었던듯 고색창연하다.

보탑사 경내의 백당화 

김영일 선생의 저서 

생건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살아서는 진천에 살지 못 하더라도

진천에 가거나 지나는 일이 있으면 꼭 보탑사를 한번 둘러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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