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박사와 함께 하는 세로토닌문화행사로 보았던 영화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의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작년 12월 대기업과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개봉관을 장악한 국제시장에 밀려

개봉 2주만에 극장을 떠나야 했던 감독판 재개봉 영화입니다.

유지태 주연의 이 영화는 지금도 다시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배재철씨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작곡가가 된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전기로 쓴

로맹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를 읽고 감동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휴먼 석세스 스토리는 늘 우리를 감동에 빠지게 합니다.

고교시절 마리오란자의 공연을 본 후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소위 빅쓰리 테너 등 해외 성악가에 열광했었습니다.

한국의 테너 성악가는 엄정행씨처럼 우리 가곡을 부르는 성악가쯤으로 좋아했을 뿐입니다.

그것은 동양인의 음색, 음폭, 성량 등이 선천적으로 서양 오페라와 맞지 않는다는

어줍잖은 선입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동양인으로서는 물론 서양 성악가도 쉽지 않은 리리코 스핀토로 불리웠다는

배재철씨의 이야기는

저의 문화적 무관심을 뛰어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Lirico Spinto는 서정적인 음색에 힘있고 드라마틱하게 꿰뚫는 발성을 구사하는

백년만에 한번 나올만한 성악가를 지칭하는 말이랍니다.

유럽오페라계에서 그렇게 인정을 받던 배재철씨가

갑상선암 제거수술과정에서 성대신경이 끊어져 노래는 커녕

말도 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졌지만

일본 오페라공연 기획자 코지 사와다의 도움으로 다시 무대에 서게 된다는

감동적인 스토리입니다.

세르비아 오페라단과 함께 하는 무대도 볼만하지만

마지막 재기의 일본 무대에서 Amazing grace를 부르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무라까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보면

미국의 째즈음악을 사실 일본이 키웠다는 자부심이 깊게 뭍어 있습니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일본의 음악시장이 우리나라의 5~10배정도 크다 보니

이런 위대한 성악가를 배출하고도

그들이 설 국내무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나아가 국내영화로서 완성도도 높았지만

대기업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입맛에 따를 수 밖에 없을만큼

영화 개봉관 선택의 폭도 제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확인하는 밤이었습니다.

주인공 배재철씨는 방송출연 스케줄로 인해 참석을 할 수 없었지만

고맙게도 극동방송 '내 영혼의 클래식'을 진행하는

테너 유정현씨를 대신 보내 회원들을 위한 오프닝 및 소개를 해주셔서

더 감동적인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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