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고 누군가 노래했습니다.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보자고
그것이 아름다운 서울, 사랑스러운 서울이라고
이웃집 담장아래 자투리 공간에 만들어진 화단에 어느날 사과나무가 세그루 심어졌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맺히더니
늦 여름에 이렇게 빛깔 좋은 사과가 달렸습니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베이비부머는 베이비부머대로
헬조선이다 탈한국이다 아우성을 칠만큼 심각해도
담장 밖에 심어진 탐스러운 사과는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서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처 빨갛게 익기도 전에 대여섯개가 달렸던 사과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치 우리집 담장 위에서 이제 막 노릇노릇 익어가던 호박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듯이...
정말 조금의 여유도 가질 수 없을만큼 지옥에 빠진 것일까요?
헬조선이 맞는 걸까요?
막대한 재력을 비축하고도 골목 상권까지 기웃거리는 대기업
막대한 권력을 갖고도 그 권력에 철옹성을 쌓으려는 권력층
집안에 먹을 것을 쌓아두고도 보기에 좋으라 놓아둔 관상용 작물까지 탐내는 이웃...
우리의 삶이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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