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버즘나무 수피의 문양들

가루라 2017. 1. 27. 00:41

어린시절 통칭 플라타너스라고 불렀던 버즘나무.

가을이 되면 여러가지 크고 다양한 문양으로 줄기의 껍질이 벗겨집니다.

벗겨진 껍질 속에는 회백색, 암회색 새 속살이 굳어지면서

진한 암녹색으로 변하면 또다시 바깥껍질이 벗겨져서 떨어져 나갑니다.

겉껍질이 벗겨져 나간 자리에는

사진처럼 아름다운 문양이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진 문양의 선은 대부분 부드러운 곡선이지요.

어쩌면 넓은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 잎의 끝이 날카롭거나 예리한 거치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나무 등걸은 더할나위 없이 부드럽고 매끈하게 보이게 만드나 봅니다.

이것이 자연의 균형감각이 아닐까요?

어린시절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담장을 빙둘러 플라타너스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운동장 가득 쏟아지는 많은 이파리 때문에

학교 청소와 잡일을 맡아하시던 소사아저씨는

손수레 가득 플라타너스 이파리를 실어 내버리시기에 늘 바빳지요.

우리는 그 넓은 이파리 서너장을 모아서

가는 가지에 꿰어 왕관을 만들어 쓰곤 했었습니다.

특별한 장난감이 없었던 그 시절 아이들에게 플라타너스 잎과

긴 자루에 달린 곰밥이란 열매는

좋은 놀이개감이었습니다.

그래서 곰밥나무라고도 불렀지요.

이파리나 열매 뿐만아니라 하얗게 껍질이 떨어져나간 자리를 만지면

손바닥에 매끈매끈하게 느껴지는 감촉도 좋았었습니다.

대부분의 플라터너스 수피는 사진처럼

마블링 모양의 큰 문양으로 껍질이 떨어져 나갔지만

몇몇은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국생종에 보면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 세가지가 실려 있지만

구분이 그리 명확하지는 않나 봅니다.

껍질이 크게 떨어져나간 것은 버즘나무 그렇지 않은 것은 양버즘나무로 보이는데

양자간의 교배종도 있다니 혼동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보아도

똑 같은 문양으로 떨어진 수피 자국은 없었습니다.

수피가 막 떨어진 자리의 회백색과

그것을 둘러싼 기존의 수피는 암녹색에 가까운 암회색도 있지만

옅은 암회색도 있어서 자연이 만들어 놓은 멋진 문양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예술적 영감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동네에 있는 버즘나무 등걸의 수피를 담아보았습니다.

<버즘나무>

쌍떡잎식물 프로테아목 버즘나무과의 큰교목의 총칭

학   명 : Platanus orientalis L.

원산지 : 유럽남서부와 아시아 남서부

분포지 :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이란, 일본 등

꽃   말 : 휴식과 용서

이   명 : 방울나무, 단풍버즘나무

효   용 : 대기오염에 강하고 공기정화능력이 탁월하여 가로수, 공원수, 녹음수로 쓴다.

              포장재, 단판, 상자, 주방가구, 차량내장재 등 목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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