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백운대에서 북한산성주능선을 타다

가루라 2019. 11. 26. 04:26

5년만에 백운대에 다시 섰습니다.

사기막골에서 숨은벽을 거쳐 뒷치기로 올랐던 그곳

이번에는 북한산 우이역에서 지루하게 긴 길을 걸었습니다.

정직하게 정면도전을 택하는 것은 늘 그렇게 지루합니다.

그래서 인생에도 변칙이 통용되나 봅니다.

그래도 단풍철이라 애면글면 오르다 보면

눈이라도 호강할 것으로 생각했지요.

더구나 북한산성종주능선을 끝까지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는 족두리봉에서 대동문까지에 그쳤었네요.

이번 산행에 친구 둘과 함께 백운대에 올랐다가

북한산성종주능선을 타고 보국문에서 정릉으로 하산하기로 했으니

날만 도움을 준다면 멋진 단풍산행도 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아쉽게도 단풍이 물들 무렵의 가뭄으로

채 펴지도 못하고 말라버린 단풍잎들이 많네요.

색깔을 그리 아름답게 그려내지는 못했어도

아름답게 보기만 하면 그것 또한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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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길

단풍산행

단풍산행길

붉은색은 더 붉게

노란색과 초록색은 또 제각기 제 빛깔을 내게 만들어 주는 것은

맑고 강렬한 햇살이지요.

그래도 다행히 오전에는 제법 맑은 하늘과

은혜로운 햇빛이 지루한 산행길을 축복으로 만들어 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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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인수암 

단풍산행길

채 물들지 않은 연녹색의 이파리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색상의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단풍

북한산의 다양한 식생대만큼이나

다채로운 단풍 사진을 만들어 줍니다.

단풍산행길

단풍산행 

원래 단풍산행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었었습니다.

백운대에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는 친구를 위해

그 친구의 일정에 맞추어 백운대를 등정하고자 했던 길이었을 뿐

단풍계곡

백운산장

그래서 단풍 구경은 덤으로 받은 축복이었습니다.

우이역에서 출발한 길은 오름이 길고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백운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산장 뒤로 보이는 백운대 정상.

줄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걸음을 옮기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발길을 재촉합니다.

드디어 마주선 백운대.

거대한 암봉이 가슴을 압박합니다.

앞으로 몇살까지 여기를 오를 수 있을까? 

갑자기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5년전과 다른 발걸음으로 조심스레

정상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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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산성성벽과 백운대 

백운대 오르는 길

인수봉을 배경으로

철책과 쇠줄에 의지해 올라야 하는 가파른 경사와

아찔한 능선을 지나 인수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컷 담고 올려다 본

백운대 정상

카메라의 앵글로 인해 사진상으로는 거의 직벽처럼 보입니다.

좁은 공간의 백운대 정상 깃대봉과 표지석 앞

평일임에도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빼곡한 속에서

간신히 폰카로 한 장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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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백운대 정상

백운대 정상에서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인수봉 넘어 멀리 도봉산 주봉과 오봉이 한눈에 듭니다.

서쪽으로는 빈번한 사고로 인해 통제하고 있는 염초봉과 숨은벽능선

그리고 몇년전에 올랐던 원효봉도 가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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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과 도봉산

염초봉과 숨은벽

원효봉과 염초봉

백운대 정상에서 망원으로 담은 도봉산

도봉산 주봉 

도봉산 오봉 

남동쪽으로 바로 앞의 만경대와 노적봉

그리고 오늘 가야할 산성종주능선, 보현봉과 비봉능선,

우측으로는 길게 뻗은 의상능선이

파노라마로 한눈에 듭니다.

그래서 비봉 정상에 앉아 먹는 점심은

마치 세상을 밥상으로 받아든 것처럼 여유롭지요.

바로 건너 편에 보이는 인수봉에는

밧줄에 의지한 사람들이 딱정벌레처럼 가파른 암벽에 붙어 서있습니다.

저게 가능할까 싶은데도

그렇게 정상에 올라 선 사람들.

두팔 벌려 소리쳐 만세를 불러도 그에게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있을까요?

도전해 보지 않은 나도 그 희열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인수봉

인수봉 정상의 암벽등반가들

백운대를 내려와 만경대 오르는 초입의 초소옆 바위를 보면

크고 단단한 근육질의 만경대 축소판을 보는듯 합니다.

만경대 역시 초소에서 출입을 통제할 정도로

장비를 갖춘 전문가가 아니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위험한 곳이라네요.

우리는 위문이라고도 부르는

백운봉암문을 거쳐 북한산성주능선을 향합니다.

정오를 지나 흐려진 하늘빛에도

가파른 백운대 직벽을 감싼 단풍과 염초봉 아래의 대동사

그리고 원효봉과 북한산산성계곡이 색색으로 물든 단풍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백운대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입니다.

아래에서 보니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를 걷는듯 위태롭게 보입니다.

저렇게 위험한 곳을 올라갔다 왔다니

금년 산행기록으로 남겨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멋진 곳입니다.

5년전에 올랐을 때는 우이동쪽으로 하산해서

볼 수 없었던 장관입니다. 

하산길에 본 노적봉 정상입니다.

평범해 보이는데 노적봉도 위험지구로 입산 통제되고 있다네요.

이제부터 주능선을 타고 보국문에 이르는 길은

숲속으로 이어진 긴 길을 단풍 속에 푹 파묻혀 걷는다네요.

오후부터 흐려진 날빛으로

제 빛깔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도심 가까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은

수도 서울에 사는 축복입니다.

단풍숲

단풍계곡

성벽 가까이 돌을 깎아 쌓아서 만든 길

단풍 숲을 더욱 더 격조 있게 만들어 줍니다.

산성을 쌓던 옛사람들도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었을까?

용암문을 지나고 동장대로 향하는 길입니다.

용암문

단풍산행길

특별히 단풍이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는

길게 이어지는 종주능선 속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어김없이 모여 있습니다.

소로의 걷기 편한 흙길 주변의 다양한 단풍.

누렇게 변한 참나무잎, 노랗게 변한 생강나무잎

노랑, 빨강, 주황 단풍

그리고 여전히 초록색을 띤 이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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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흐려진 날씨 속에서도 다양한 단풍을 즐기느라 느려진 걸음.

그래도 어느새 대동문에 이르렀습니다.

단풍만 쳐다보고 오다 보니

아쉽게도 동장대를 놓치고 지나쳤네요.

몇년전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쪽에서 대동문을 거쳐

북한산산성계곡을 거쳐 효자동으로 넘었던 기억이 나네요.

대동문에서 보국문에 이르는 길도

단풍은 숲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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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북한산성과 단풍

작은 사진들을 눌러 보시면

큰 사진으로 단풍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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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단풍산행길

보국문을 지나 정릉으로 하산 하는 길은

너덜바위지대처럼 생긴 돌계단이 길게 이어집니다.

몇년전에는 정릉계곡까지 환상적인 단풍이 이어졌었는데

올해는 계절이 이른 탓인지

정릉계곡에는 단풍든 나무를 거의 볼 수가 없네요.

정릉탐방지원센터 지붕의 구절초가

여전히 연분홍 빛을 띤 시기였으니 말입니다.

예전에 평창동에서 일선사를 거쳐

대성문, 보국문, 칼바위로 하산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북한산성주능선을 타고 백운대까지 가보고 싶었었지요.

혼자 다니던 때여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걸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오랜 숙제를 풀듯 해치웠습니다.

등산을 즐겨 하거나 전문적으로 하는 편이 아니어서

어쩌다 한번 이런 산행을 하지만

한번씩 하고 나면

등산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몸은 모르지만 산악회를 따라가 볼 마음의 여지는

아직도 제게 남아 있나 봅니다.

백운대 등정 : http://blog.daum.net/milvus-migrans/1571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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