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백로
해 진 후 늦은 귀갓길에 만난 백로 한 마리
구각이 눈 뒤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아 중대백로다.
천변의 수풀에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는데
목에 뭔가가 걸린 듯
긴 목을 좌우로 돌리기도 하고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이미 어두워진 상황에서 촬영한 것이라
선명하지는 않지만
부리 안쪽 목구멍 가까이에
부리 밖으로 삐어져 나온 검은 줄 같은 것이 보인다.
뭔가를 토해내려는 듯
부리 쪽으로 밀어내는듯한 동작을 하며
입을 크게 벌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입 속에 보이는 까만 줄 같은 것은 무엇일까?
중대백로의 혀를 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색깔로 보아 혀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도심 하천에 버려지는 폐기물들은
그 종류가 하도 많아서
물고기와 함께 삼키다가 목에 걸릴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많다.
예전에도 물고기 형태로 보이는
납작한 플라스틱 폐기물 같은 것을
삼키려고 물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목구멍에 보이는 저것이 혀가 아니고
철사나 나일론 줄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삼키지 못하는 고통으로 지켜보는 내내
토해내는 동작을 반복하는 중대백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