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멧비둘기 한쌍

가루라 2021. 3. 26. 16:31

#멧비둘기

고등학생시절 왕손 이석님이 불렀던

비둘기집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었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로 시작되는 노래는

당시 기타를 치며 건전가요을 보급하던

전석환씨의 인기처럼

누구나 기타를 매고 이 노래를 불렀었다.

써클활동을 같이 하던 단짝 친구와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고

나 혼자서 기타를 메고

원불교 교당에서 원우들의 게임을 진행하며

다함께 싱어롱형식으로 즐겨 부르는 노래이기도 했다. 

부부애의 상징일만큼 부부애가 좋은 비둘기.

집비둘기는 물론 멧비둘기도 다르지 않다.

수년째 우리집을 터 삼아 드나드는 멧비둘기 한 쌍

어느해 봄날은 마당의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바로 앞에서

양 다리와 날개를 교대로 쭉 펴고

일광욕을 즐기는데

비둘기가 주인인지 내가 주인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어린시절 할아버님을 따르던 종친 중에

포수가 한분 계셨었다.

우리 동네에서 꽤 먼 논 가운데 동네에서 사셨지만

늘 산이 가까운 우리동네로 사냥을 오셨다.

사냥에서 돌아 올 때면

우리집에 들러 꿩을 주로 놓고 가셨는데

어떨 때는 비둘기나 참새를

두고 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어머님은 꿩탕이나 비둘기탕을 만드셨고

참새가 많은 날은 참새구이를 하기도 하셨었다.

우리집 마당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멧비둘기 한 쌍을 보며

비둘기탕을 떠올리기 보다는

그들의 부부애에 존경의 뜻으로

마당에 먹이를 놓아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비둘기집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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