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진/꽃사진

애기똥풀의 노래

가루라 2021. 4. 22. 00:03

#애기똥풀

안도현 시인은 서른다섯이 되도록

애기똥풀을 몰랐다 고백한다.

난 쉰이 넘도록 애기똥풀을 몰랐다.

어린 시절을 남쪽 시골에서 보냈지만

그 시절에는 애기똥풀을 본 적이 없다.

피나물이나 매미꽃처럼

넉 장의 아름다운 노란 꽃잎을 가진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

피나물은 마당에서 화초처럼 키우지만

애기똥풀은 보이는 족족 뽑아 버린다.

백굴채라는 한약재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외래침입종은 아니다.

지금 동네에 터를 잡은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초기에 비해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꽃이 아무리 아름답고 한 때 약초였다 해도

주택가 주변이나 산지시랑이를 덮을 정도면

환경공해 식물에 다름 아니다.

줄기를 꺾으면 애기똥 같은 수액이 나온다고

애기똥풀이라 부르지만

애기똥풀이 늘어나는 것의 반만이라도

이 땅에 애기똥기저귀가

빨랫줄에 만장처럼 휘날렸으면 좋겠다.

70년대 국가적인 산아제한 운동으로

농촌에 전깃불 공급하기까지 거론되기도 했었다.

불과 반세기도 예상하지 못하고

인구의 절벽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

자연인구 감소 시대 3년 차인 우리나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애기똥풀을 보며

시인은 흔하디 흔한 풀 몰라봤다 자책하지만

보는 족족 뽑아버리는 애기똥풀을 보는 나는

애기똥기저귀가 사라지는 듯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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