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의 우리나라 축구는 독일형의 킥앤드러쉬(Kick & Rush)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좌우에 빠른 윙어를 배치하여 좌우 빈공간에 한번에 길게 볼을 찔러 주고

빠른 스피드로 뛰어 들어가거나 드리블링해 들어가 좌우에서 센터링을 올리고

 머리 또는 발로 우겨 넣는 경기

그래서 스피드있는 차범근, 키가 큰 김재한선수에 열광하였고 

단조롭지만 스피디한 공수의 반복으로 박진넘치고 스릴있는 최고의 경기로 꼽았었다.

더구나 대표적인 공격수 갈색폭격기 차붐의 독일 진출로

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의 단순하지만 스피디한 큰그림의 경기에 매료되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우리는 언제나 저런 스피디한 윙어가 나오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센터포드가 나오나 !

 

아기자기하게 잔 패스로 경기를 만들어 가는 남미축구를 보면

사람이 잘아보이고 스케일이 크지 않다고

현란한 드리블링에도 불구하고 그리 썩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늘 월드컵의 우승후보 1,2순위는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꼽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랬던 독일 축구가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확실히 달라졌다.

여전히 독일축구의 기본인 스피드와 파워는 기본으로 남겨두고

남미식 현란한 드리블링과 파워풀한 미들필더를 중심으로 공격권을 장악하는 변화를 과감히 채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일 신형전차군단이라고 불리울만큼

파워넘치는 스피드, 돌파력, 투지 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예상을 뒤엎고 메시와 이과인, 테베스로 대표되는 남미축구의 정수 아르헨티나를

무려 4 : 0으로 대파했다.

 

누가 있어 서너명을 거뜬히 제켜 내는 드리블의 마법사 매시를 막을 수 있는가

누가 감히 코뿔소처럼 저돌적인 테베스를 막을 수 있는가.

어느 누가 약은 이과인을 혼자 막을까

 

독일 전차군단은 '누가'가 아닌 '우리가'로 답을 내 놓았고

그 '우리'가 특출한 개인을 철저히 봉쇄하여 승리를 일궈내었다.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수비수의 적극적인 오버랩핑

 

체구에 맞지 않은 헐렁한 양복과 얼굴을 덮는 굴레수염의 전통을 고수하는 마라도나와 대비되는

우수에 젖은 듯한 눈동자, 브이넥의 예술가타입의 복장을 한 감성리더 뢰브감독의 차이

그 차이가 만들어낸 전통적 독일축구의 변화와 조직력의 승리가 아닐까 !  

 

독일이 2010 남아공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날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그리고 장탄식들로 입이 마르고 뒷골까지 팽팽하게 땡기는 순간 마침내 환호작약

아쉽게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

그래도

월드컵 도전 역사상 최초 자력으로 원정 16강을 이룬 것입니다.

<사진출처 OSEN>

http://sports.media.daum.net/cup2010/live/matchvod/slide.html?&gameId=40&vodId=732&articleId=770&RIGHT_CUP=R3#

2:2 무승부가 되기까지의 잘잘못이 16강 진출 쾌거라는 성과에 의해 덮여지는 것이죠.

사실 현실세계에서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게 어디 한두가지입니까 ?

그러나 8강, 4강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짚어야 할 잘잘못은 다음 경기를 위해서도 반드시 복기를 해야겠죠.

첫번째 실점 상황에서 수비수들와 골키퍼간의 콜플레이

나이지리아의 공격수들 위치를 보고 있는 정성룡선수의 차두리선수 위치조정 요구

김정우선수의 적극적인 차단 등 좀더 적극적인 대화와 커버플레이가

8강전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될 것입니다.

김남일선수와 같은 페널티라인 안에서의 위험한 드리블링 등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죠.

 

어찌되었든지 16강진출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프리킥 득점 직전까지도 자살골로 발이 무겁던 박주영선수의 족쇠가 풀렸고

그로 인해 프랑스리그에서 보여주었던 공격력이 되살아 난다면

8강도 꿈을 꾸어 볼 수 있다는 뭐 이런 또다른 희망이 생깁니다.

아자, 아자 ! 대~한민국, 팔~강간다.    

   

 

http://sports.media.daum.net/cup2010/live/matchvod/slide.html?gameId=8&vodId=112&articleId=119

 

장맛비처럼 비는 내리고 그 빗속에서 샤우팅하기에는 너무 기울어버린 나이를 핑게로

딸내미와 함께 TV앞에 앉았다.

나이가 들수록 심장이 약해지는 것일까 ?

전반전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도 부부겔라 소리조차 천둥처럼 가슴을 짓누른다.

첫번째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꾀동이 이영표선수 왼쪽 코너 골라인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고

셀틱 진출이후  늘 제일 안쓰러웠던 기성용선수 프리킥을 준비한다.

골문전을 비추는 화면에 골라인에서 뒷걸음치는 이정수선수가 보이는 순간

나는 소리쳤다.

야, 이정수가 한골 넣을 것 같은데 !

그리스의 백넘버 9번 하리스테아스선수 뒷걸음치는 이정수선수를 멀찌감치 바라보며 놓치고 있다.

순간 기성용의 발을 떠난 볼은 존디펜스를 하는 그리스 선수사이를 비집고

오른발을 내민 이정수의 발에 제대로 걸려 골망을 뚫듯이 날아간다.

골이다 ! 골 골 골인 !!!

머리털이 곤두서는 전율을 느낀다.

아, 이래서 나이든 어르신들이 축구경기를 보다가 심장마비가 되는구나.

곁에서 지켜보던 딸내미는 천둥처럼 소리친다.

와우~ 아빠가 말한대로 골 넣었어.

이 놈아, 아빠는 예상했던 결과가 데자뷰처럼 들어 맞아 전율이 일어서 죽는 줄 알았다 야!

 

아무튼 온 몸을 경직시키는 긴장과 흥분으로

후반 박지성선수의 프리미어리거다운 환상적인 드리블과 추가골에도

끝까지 긴장으로 손에 땀을 쥐었지만

리스전 무결점 승전극으로 인해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린 유쾌한 밤이었다.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로 인해

그리스의 센터백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우리 진영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수차례의 코너킥 상황에서도 사람을 놓지지 않은 우리의 수비진이나

상대의 공격루트를 사전에 차단한 미들필더들

그리스의 수비진을 뒤흔들어 놓은 좌우 윙들

모두 제몫을 단단히 해내 이루어낸 첫판승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다.

 

이 기분 그대로 쭉~ 4강까지 이루어 지기를....

Dream come tr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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