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열반에 드신 법정 큰스님

가루라 2010. 3. 13. 14:17

 

 

집착의 괴로움을 유발한 난초를 다른 사람에게 선뜻 내어 줌으로써

無所有의 의미를 깨닫고 그 삶을 실천하신 대선사,

法頂 큰스님이 열반에 드셨단다.

 

흔히 涅槃(열반)은 단순하게 스님의 죽음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불가에서 말하는 니르바나(열반)는 단순한 육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비록 육신은 왔던 곳으로 혼연히 되돌아가지만

그 분이 이승에서 남기셨던 말씀들은

세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또 눈으로 귀로 길이 남겨질 것이니

돌아가셨으되 돌아가시지 않음이다.

 

 

1971년 여성동아에 기고하신 「미리 쓰는 유서」에서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할 일은

먼저 인간의 善意志를 저버린 일에 대한 참회라며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장애를 가진 엿장수의 엿판에서

지불하였던 돈보다 더 많은 엿가락을 몰래 빼먹었던 것을 두고 두고 참회하시어

이승에서 받았던 배신이나 모함을 이에 대한 인과응보로 받아 들이셨다.

유서는 남기는 글이기보다 지금 살고 있는 '生의 白書'가 되어야 한다며

죽을 때에는 가진 것이 없을 것이므로

생전에 손 때 묻었던 책 한권 곁에 두지 않음은 물론

육신조차도 이웃에게 방해되지 않는다면 아무곳에서나 茶毘(다비:화장)하고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이라 하여 장례식이나 제사도 생략하고

무덤조차 남기기를 거부하셨던 법정 큰스님.

 

無所有의 삶을 실천하셨던 육신을 버리신 후에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에 편안히 당도하셔서

지금쯤 장미 꽃 향기에 취해 계시리라 믿는다. 

 

"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모든 존재하는 것의 근원은 그저 空할 뿐이어서

생겨난 것 같이 보이지만 생겨난 것이 없으며

없어지는 것 같이 보이지만 없어진 것이 없고,

더러운듯 하지만 더럽지 아니하고

깨끗한듯 하지만 깨끗하지 아니하고,

늘어 난 것 같이 보이지만 늘어 난 것이 없고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줄어든 것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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