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

북한산 자락길에서 만난 직박구리

겨울을 나기 위해 털옷을 두껍게 껴입었는지 오동통하다.

처음엔 앞모습만 보고 바위종다리인 줄 알았다.

인가 근처에 사는 날씬한 직박구리는

먹을 게 많아서 다이어트를 한 것일까?

겨울산에 딱히 먹을만한 것이 없으니

등산객이 버리고 간 사과껍질을 집어 들었나 보다.

부리만으로는 납작한 껍질을 접을 수도 없고

뒤집어보고 이리저리 돌려봐도

한 입에 삼킬 수가 없나 보다.

지켜보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에

잘게 잘라주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어찌하랴.

엄연히 직박구리의 삶이

나와 다른 걸.

음식물 부스러기나 찌꺼기를 산에 버리는 것을 비난했지만

혹독한 겨울을 나는 직박구리를 보니

나쁜 짓이지만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사과껍질이라도 잘게 쪼개서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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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단감나무에

올해 유난히 감이 많이 열렸던 탓에

따낼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결국 냉해로 대부분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땄던 것조차도 얼어버린 후라

단감으로서의 제맛을 잃어버려서 마당 한 켠에 쏟아버렸습니다.

초겨울부터 감나무를 가득 메운 새소리로 마당이 요란하더니

그 많았던 감은 꼭지만 남고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물까치나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과 달리

감나무에 남은 감이 점점 줄어들수록

직박구리 간의 다툼도 더욱 요란해졌었지요.

군집생활을 하는 직박구리에게

다른 개체를 배제하는 먹이활동은

생존을 위한 전쟁이었을 터이니 말입니다.

마침내 감나무에 달렸던 감이 모두 없어지고

마당에는 새들의 분비물이 수북하게 쌓일 즈음

얼어서 마당에 쏟아 버린 단감에까지

직박구리들이 떼로 몰려 들었습니다.

쌓여 있는 감은 그리 많지 않아서

머지 않아 마당에는 새소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별러왔던 단감나무 전정을

오늘 과감하게 했습니다.

거의 중간 정도부터 윗부분을 줄기까지 잘라버렸으니

향후 몇년 동안은 작년처럼 많은 감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해마다 단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을 남겼었지만

몇 개되지 않은 까치밥만으로는

새들의 겨울 동안 양식이 될 수 없었지요.

그래서 겨울 초입에 잠깐 새들을 볼 수 있을 뿐이었지요.

올해는 의도치 않았던 많은 까치밥으로

새들의 겨우살이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직박구리에게는

더 이상 우리집에서의 지난 겨울 같은 풍요로움은 있을 수 없겠지만

우리 식구들도 다음 겨울부터는 마당에서

지난 겨울만큼 많은 새를 볼 기회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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