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듯 무창포를 나와 네비에게 춘장대로 안내를 부탁하다.
벌써 오후 다섯시를 훌쩍 넘겨 운전을 서두르자
평생을 시간에 쫓기며 살아온 내게 아내는 또 한번 일침을 놓는다.
이젠 제발 좀 여유를 찾으라고, 앞으로 살 날이 더 적은데 뭘 그리 서두르냐고.
그래 이제껏 그렇게 쫓기듯 살아온 내게 지금 이 순간 남은 것이 무엇이지 ?
기왕지사 자연을 유유자적 즐기기 위한 휴가라면
아무 생각없이 본대로 느끼는대로 오감에 맏기면 되지.
늦어지면 아무데나 자고 가면 되고
그게 싫으면 밤늦게라도 길을 나서면 되지. 띵띠띠딩띵 ????
무창포를 출발하여 607번 지방도를 타고 부사방조제를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춘장대해수욕장에 도착하다.
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 소재, 97년부터 06년까지 무려 533억을 들여 재개발을 했다는데
우선 넓은 주차장과 소나무의 기개를 느낄 수 있도록 올곧은 울창한 해송숲이 맘에 들다.
소나무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작가 배병우는 이 해송숲을 어떤 조사각으로 볼까 ?
이른 아침 짙은 해무속 굳굳이 서 있을 해송을 상상하며
훗날의 출사를 기약하다.
불쑥, 춘장대가 어디있어 ?
안사람이 묻는다.
일반적으로 무슨무슨대 하면 무대처럼 솟은 봉우리나 바위 또는 비각을 의미하나
춘장대라는 지명의 유래나 춘장대라고 표기된 흔적을 볼 수 없어서
나도 몰러유, 아마도 춘장 담그는 비법을 가르치는 전문대학이름인가 뵈유~
차를 주차하고 해변으로 나오자 우선 아스라히 멀리 물러선 수면이 눈에 보이다.
백사장 길이 2km, 폭 200m면 규모가 꽤 큰 해수욕장인데다,
수면의 경사가 워낙 완만하여 더욱 더 넓어 보여서
어린이를 동반하는 피서지로는 제격일 것 같다.
모래사장에 뻘흙이 섞여 약간 검은 빛으로 진득거리는 것으로 보아
바닷물은 일반적인 서해안의 해수욕장처럼 흙탕물에 가까울 것이고
하도 멀리 보여 해수면까지 가 보는 것은 포기하다.
민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실개천은 마치 한반도 모형과도 같고
해수욕객은 주로 우측 방조제 근처로 몰려있다.
좌측 저 멀리 건너편이 홍원항과 마량리 동백숲 같고,
별 재미가 없는 여행에 아들 녀석, 갯벌 구멍에 숨은 게잡이에 열중이다.
유난히 낮게 날으는 갈매기들
새우깡맛에 길들여진 갈매기는 더 이상 높이 날지 않아. 저들도 꿈을 접은 것인가....
어디까지 왔느냐는 어머님의 전화에 맘이 불편해진 집사람.
주변에 있다는 신성리갈대밭이나, 홍원항, 마량 동백숲, 문헌서원, 이상재선생 생가,
서천 특산물 한산모시기념관, 비인오층석탑 등 주변관광을 시간상 포기하고
금강하구뚝을 거쳐 광주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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