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두물머리 야경

가루라 2009. 1. 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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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늦은 시각,

참을 수 없는 답답함으로 집을 나서 두물머리에 서다. 

해는 벌써 서산에 지고,

얼어 붙은 수면을 휘돌아 드는 강바람이 더욱 매섭다. 

들지 않는 손님을 부르는 카페촌의 불빛은 얼어붙은 수면을 가로질러 손짓하고 

남한강 저 멀리 어스름 산뒤로 몸을 숨긴 햇발에 가슴이 시리다.  

떨어지는 해가 못내 아쉬운 사람들,

400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킨 앙상한 느티나무를 붙들고 봄소식을 묻는가.  

두물머리를 떠날 수 없는 돛단배는 댓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북한강을 흘러드는 강줄기조차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휘청인다.

얼어붙은 가슴으로 강물을 품지 못하는 나룻배는

강기슭에 머리를 파묻고 

칼국수와 한잔 술에 빈속을 채우고 돌아서는 길 

매서운 칼바람으로 스러지는 가로등 불빛 아래

두물머리에서 마주하는 연인들의 자취가 허공을 맴돈다.

 

경기도 양평의 두물(兩水)머리, 양수리라 부르는 마을,

천리길을 내달려온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한데 만나는 곳.

팔당댐에 가로막혀 예전의 나룻터와 더불어 흥청대었을 저자거리는 흔적없고

400년을 건너 뛰어 굳건히 자리한 도당할배나무만 오롯이 섰다.

 

두물머리에서

 

홀로 흐를 때는 몰랐지만

여기서 그대를 만나 함께

흐르는 순간부터 사무쳐 오는 그리움

 

지나온 시간 나를 흐르게한 이유가

여기서 그대를 만나기 위함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사무쳐 오는 그리움

 

여기

두물머리에서부터,

내가 그대로 흐르고

그대가 나로 흘러

비로소 완성되는 그리움.

              - 임 연 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