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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숭례문을 보고

가루라 2013. 12. 29. 00:06

니콘서비스센터에서 카메라의 먼지제거 서비스를 받고 나오는 길

바로 앞에 있는 숭례문을 담았습니다.

 

지난 5월 복원공사를 마치고 국민앞에 다시 섰지만

문화재청장까지 물러나게 만든 많은 부실복원의 피로감으로 인해

찬바람 씽씽부는 겨울 날씨 속에 잔뜩 웅크리고 앉은 것처럼 왜소해 보이네요.

안타깝게도 마치 현재의 시국을 보듯 사면 모두 고층 빌딩 속에 포위되어

숨쉴 구멍조차 없는듯 답답해 보입니다.

게다가 복원과정에서 확장한 담장에 신구석(新舊石)을 모자이크처럼 짜집기해 놓은 것조차

누덕누덕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2008년 2월 두 눈을 빤히 뜬 전국민 앞에서 화마에 휩싸여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던 숭례문

그 처참한 광경과 숭례문이 지닌 상징성으로 인해 전 국민은 분노하고 눈물짓고 탄식해야 했었습니다.

개발독재로 인한 철거민 채노인의 해소되지 않은 철거보상 민원 불만으로 누적된 분노가

엉뚱하게 국보 제1호 방화로 비화되었다는 이면의 안타까운 숨겨진 이야기도

타버린 숭례문의 국민적 가치에 눌려 그를 국민적 공적으로 몰아 세우는데 전혀 장애가 되지 못했었습니다.

이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불합리한 처분, 소수자에 대한 철저한 배제 등의 과정에서

내팽게 쳐진 채노인같은 소수자들에 의해 또 다시 이런 상황이 노정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애써 외면합니다.

존 스타인벡은 이미 1939년  "분노의 포도" 에서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경고했음에도 말입니다. 

 

예기치 못한 방화로 전소되다시피한 숭례문

안타까움과 국민적 관심 속에 5년만에 복원공사를 마치고 전 국민 앞에 다시 섰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소수 결정권자의 자의적 판단과 집행으로 공분의 불길에 휩싸여

모두의 외면을 받은 듯 힘 없고 쓸쓸해 보입니다. 

무려 242억원을 들여 철저한 고증을 거친 전통적 방식으로 복원되었다는 국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완공 후 몇달도 채 되지않아 일본산 싸구려 안료 사용으로 인한 변색과 박락현상 발생,

목재 기둥과 보의 갈라짐, 이음새 불량, 금강송이 아닌 러시아산 싸구려 소나무를 썼다는 신문보도

게다가 일본식 기와 사용, 공장식 기와의 변색과 동파 가능성 등

온갖 거짓과 부실 나아가 정통성의 상징인 국보 1호 숭례문에 일본식 기와를 올렸다는 문화적 자존심까지 무너뜨려

복원공사를 위한 성금까지 보탠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또 다시 화재보다 더 큰 상채기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권력과 조직과 시스템을 등에 업은 소수의 그릇된 판단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개인적 일탈(?)의 결과로 보기에는 너무도 큰 상처입니다.

복원공사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말합니다.

부족한 예산으로 밀어붙이기식 공사로 너무 서둘러서 부실공사를 초래했다고...

2012년 1월 공사비용이 타산에 맞지않아 한달 이상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즈음

전문가들은 벌써 이런 부실을 예상했었던것 같습니다.

예산과 시행, 기술지원을 담당했던 문화재청은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3년만에 복원공사를 완료해야 한다고 서둘렀을까요 ? 

말없이 추위 속에 떨고 있는 숭례문은 말합니다.

궐문 밖에 엎드려 상소를 올리던 소수 국민의 탄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예로부터 치정의 도라고.

또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우선적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말아야 한다고.

이 땅에 이룩된 한강의 기적, 코리안 드림의 가치를 오늘날 어떻게 재평가해야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되지 않거나 방지할 수 있는지 반성하라고....

경찰은 숭례문 복원에 러시아산 싸구려 소나무가 쓰였다는 보도에 이를 밝혀내겠다 수사중입니다.

정부는 지난 11월  부실복원의 책임을 물어 올 3월에 취임한 문화재청장을 경질했습니다.

그녀가 취임 후 불과 두달 동안의 공사 마무리단계에서 보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부실공사라는 결과가 있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했겠지요.

부실에 이를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고치지 않으면

또 다시 똑 같이 그런 부실이 반복되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 많이 보아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2013년도 국내 10대 뉴스에 선정될만큼 큰 충격을 주었던 숭례문 복원공사 부실

국가, 기업, 사회 등 모든 집단에서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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