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植物世上

아까시나무

가루라 2014. 6. 18. 00:20

우리는 지금까지 아카시아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알았던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입니다.

그래서 영문명도 가짜 아카시아(False Acasia)일까요?

아카시아(아래 우측 사진)는 아프리카산으로 북미원산의 아까시나무와는 다릅니다.

 

어린시절 아까시나무 꽃은 5월의 갈증을 달래는 간식꺼리였습니다.

꽃송이를 통째로 따서 주욱 훑어 한 주먹 가득 입안에 털어 넣으면

비릿한 풀내음과 달콤한 꿀맛이 어우러져

배고픔은 삽시간에 사라지곤했었죠.

 

6·25전쟁이후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 헐벗은 민둥산이었습니다.

게다가 화목을 연료로한 취사와 난방으로 인해

온 산야의 가리나무(솔잎 낙엽)와 작은 관목들 심지어는 소나무조차

땔감으로 사라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각 지역 산림계 직원들은 불시에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몰래 벌목한 땔깜들을 적발하여 벌을 주곤했었습니다.

아마도 60~70년대 대부분의 시골에서는

밀주단속원과 벌목 단속 산림계원이 일제 때 순사나 다름없이 무서웠었나 봅니다.

 

<아까시나무>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낙엽교목

학   명 : Robinia pseudoacasia L.

원산지 : 북아메리카

서식지 : 산과 들

개화기 : 5~6월

꽃   말 : 품위

영   명 : False Acasia

유사종 : 가시가 없고 꽃이 피지 않는 민둥아까시나무(var. umbraculifera)

           분홍색꽃과 바늘같은 가시가 줄기에 빽빽한 꽃아까시나무(R. hispida)

효   용 : 관상용, 사방, 조림, 연료용, 이뇨, 완하의 효능이 있어서 소변불리, 수종, 임질, 변비에 약재로 쓴다.

6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 대규모 사방사업의 일환으로

오리나물, 아까시나무, 소나무 등을 산에 심기 시작했었습니다.

물론 일제시대에도 사방사업과 전쟁물자용 화목조달을 위해 나무를 심었었고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에 아까시나무가 대표 수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초등학생들의 방학과제물 중 하나가 아까시나무 종자 받아오기일 정도로

70년대까지도 국가주도의 아까시나무 조림은 계속되었었습니다.

 

아까시나무는 노란 뿌리가 옆으로 길게 뻗는데다가

땅속 질소고정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서

아까시나무가 밀생하는 곳에는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합니다.

무섭도록 날카로운 어린 아까시나무의 가시와

농지까지도 파고 드는 놀라운 번식력과 생장 속도 등

아까시나무의 폐악들이 드러나면서 

일제가 이 땅의 식생을 말살하기 위해 아까시나무를 들여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 였습니다.

그래서 아까시나무는 쓸모없는 잡목으로 홀대를 받았고

대체 수종 조림을 위해 베어지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지구환경변화로 인하여 자연 소멸되고 있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아까시나무는 밀원이 풍부하여

5월의 아카시아꿀은 연간 벌꿀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단일 수종 벌꿀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CO2가스 등 공해물질을 흡수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태되어 가는 지금에야 뒤늦게 아까시나무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아카시아에 버무려진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아까시나무 잎을 통채로 따서 가위바위보게임으로 한잎 두잎 따내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커플이나

손가락을 굽혀 한번에 여러 장을 떼어내는 게임을 하는 커플들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아까시나무 꽃을 따서 먹는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아마도 이름이 아카시아에서 아까시나무로 바뀌면서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추억의 단절 같은 느낌 말입니다. 

향기있는 여자가 좋다는 메시지로 애니메이션과 함께 불리운 아카시아껌 CM송

진한 아카시아향이라는 익숙하기만했던 표현

아카시아라는 단어에 덧씌워져 있었던 추억들은

아까시나무라는 단어로 대치되는 순간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귀에 익숙했던 단어가 주는 어감이 이렇게 큰 것인가 봅니다.

아카시나무꽃 

 아카시아(아프리카 보츠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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