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백운대를 오르다

가루라 2014. 7. 5. 02:31

<칼바위능선에서 담은 삼각산>

(좌로부터 염초봉,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그리고 만경대 앞의 용암봉)

북한산의 주봉 백운대(白雲臺)에 올랐습니다.

 

위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산은 원래 삼각뿔처럼 솟은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세봉우리의 산세를 일컬어 삼각산이라 불리웠습니다.

그러나 1915년 일제의 자의에 의해 우리 고유의 삼각산이라는 이름은 버려지고

한양의 북쪽에 있는 북한산이라는 전혀 엉뚱한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들로부터 해방된지 70년이 다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식민지의 굴레를 뒤집어 쓰고 있는 삼각산 

비봉능선에서 먼발치로 건너다 보기만 했던 삼각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이젠 김상헌의 시어로나 볼 수 있는 삼각산을 다시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북한산 산성능선에서 백운대를 줌으로 당겨 크롭한 사진> 

현역을 떠난 후 산을 다니기 시작한지 불과 이삼년

특별히 무슨 산악회에 든 것도 아니고

전직장 동료들이나 고교동창들과 욕심부리지 않고 나이에 걸맞는 수준의 힘들지 않은 산을 다니는 것이죠.

굳이 정상 정복에 연연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계속되다 보니 슬슬 욕심이 나기 시작하네요.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 보현봉, 칼바위능선 그리고 진달래능선 등

그동안 주로 북한산의 남쪽 봉우리와 능선들만 다녔었습니다.

산성능선을 타다 보면 저 건너로 보이는 울퉁불퉁한 암봉들로 이어진 의상능선이나

거대한 바위군으로 형성된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등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봉우리로 젖혀 놓고 말입니다.

 

그렇게 먼 발치로 바라만 보던 제게

숨은벽을 지나 백운대에 가자는 친구의 제안은 꿀소식이었습니다.

산을 다니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벽도 더할나위없이 매력있는 곳이거니와

멀리서 보기에도 질리는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인 백운대를

한번 올라보고 싶다고 혼자 선뜻 나설만한 나이는 아니었으니까요.

 

숨은벽을 넘어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V계곡에서 점심을 먹고 백운대에 오릅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임에 틀림없네요

백운봉암문(白雲峰暗門)을 정면으로 보고 오른쪽으로 올라 발치에서 백운대 정상을 담아봅니다.

거대한 두개의 돌기둥을 붙여 놓은듯 장엄하게 느껴집니다.

허리를 끼고 돌아 백운대 정상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입니다.

백운봉암문은 북한산성의 비상 출입구인 7개 암문중 하나로

일제에 의해 위문(衛門)이라는 이름을 불려지게 되었지만 본명을 되찾았다네요. 

백운봉암문 

 북한산성

 

백운대에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게 안전 철책과 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팔다리의 힘을 적절하게 써야하는 산행이 여성들에게는 힘든 코스인가 봅니다.

2,3부 능선에만 올라서도 보이는 원래 국망봉(國望峰)으로 불리웠었다는

장엄한 만경대(萬景臺)의 모습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자연은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조각을 해 놓았는지...

경외지심이 절로 느껴집니다.

<만경대 전경>

만경대를 주제로 몇컷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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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정상 줌 

 만경대와 노적봉

만경대 

만경대 

 

매끄럽게 반짝이는 천길 단애에 이런 길을 만들어 놓지 않았더라면

저처럼 산을 자주 찾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오를 수나 있었을까요.

산 허리를 옆으로 끼고 도는 오금이 저려지는 구간입니다 ~~

 

백운대 오르는 길 

백운대 오르는 길 

 

아찔한 구간을 지나자 또 다시 시작되는 오름 구간입니다.

거의 6,70%의 무게중심을 안전 가이드에 의지해서 오르내려야 합니다.

그래도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있게 양쪽에 안전 말뚝과 안전줄을 설치해 놓았네요.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즐기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만큼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는 곳인가 봅니다.

 위험구간 우측 오름, 좌측 내려가는 길

내림길 

오름길 

 

이 구간을 통과하면 거의 95% 이상 올랐다고 봐야겠습니다.

마지막 철책에 의지하는 구간은 약간 완만한 경사의 너럭바위 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노적가리처럼 보이는 인수봉>

정상에 서면 주위의 모든 산과 도심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게다가 이 정도 높이의 암봉 꼭대기에 이렇게 넓은 평원석이라니요!

많은 인원을 너끈히 수용할만큼 그 넓이가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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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너른바위 

백운대 정상 너른 바위 

백운대 정상 거암 

 

마침내 백운대 정상입니다.

귀가 따가울만큼 억센 사투리의 시끄러운 지방산악회원 30~40명이 우르르 하산한 후

간신히 백운대 정상의 사진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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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바위 

 백운대 정상에서

백운대 정상 

 

힘들여 정상에 오른만큼 성취감은 물론 탁 트인 시야가 대만족입니다.

진한 스모그로 인해 시야는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봉우리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여서

정상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전혀 없는 것이 특이합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내려가야 할 산을 그렇게 힘들게들 오르나 봅니다.

 

어쩌면 신화속의 시지푸스는 우리들 모두를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대한 바위를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 올리기를 반복해야만 하는 형벌을 받은 인간들 말입니다.

 

힘들게 올라 온 만큼 선뜻 내려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안내해준 친구도 제 마음을 이미 알았는지 하산을 재촉하지 않네요.

시선이 이리저리 닿는대로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바라본 염초봉과 원효봉

그리고 그 좌측으로 의상능선의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을 파노라마로 담아 봅니다.

국내 산성중에 가장 험준하기로 정평이 난 염초봉에서부터

원효봉까지 북한산성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염초봉 

원효봉 

 

남쪽으로 보이는 만경대와 노적봉 뒤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산성 능선의 봉우리들

만경대 뒤로 형제봉과 칼바위능선

그리고 노적봉 뒤로 보현봉과 문수봉, 승가봉 사모바위가 보입니다.

  

만경대 

노적봉 

 

동쪽으로는 도선사 계곡 오른쪽에 있는 만경대 능선이 족두리바위와 코끼리바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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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바위와 코끼리바위 

족두리바위 

족두리바위와 도심 

 

북동쪽으로 인수봉과 인수봉 뒤쪽 설교벽능선을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도봉산과 인수봉 사이의 상장능선 뒤로

오봉과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 등이 가로로 길게 누워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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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정상 

인수봉 정상의 깨진 바위들 

인수봉 남서쪽 얼굴 

 

백운대에 오르기 위해 지나왔던 숨은벽능선을 마지막으로 담아 봅니다.

이젠 정말 내려가야 할 시간입니다.

처음 오른 저를 위해 묵묵히 기다려준 친구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멋진 곳에서의 하루는 유난히 짧은 것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백운대를 내려 오며 몇번이나 되돌아 보았는지...

일단 첫걸음을 떼었으니 가을에 다시한번 올라 보고 싶네요.

도선사쪽으로 하산하는 길에 바라본 인수봉에는

자일에 매달린 많은 산꾼들은 아직도 개미처럼 천길 단애에 붙어 있습니다.

맨몸으로 올랐던 산도 이렇게 큰 기쁨을 주는데

힘든 암릉코스 릿지를 하거나 자일을 이용한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은

어쩌면 마약처럼 그 기분을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교시절 자일을 들고 세인봉을 헤매는 사촌형때문에

속상해 하시던 외숙이 생각납니다.

취미생활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할까요?

나이 환갑에 백운대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후배가 제게 말합니다.

"형님, 절대 염초봉을 넘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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