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원효봉

가루라 2014. 8. 21. 00:57

나이를 빙자하여 도심 인근의 산만 찾던 고교동창친구들과

모처럼 교외로 나가 원효봉을 올랐습니다.

<백운대에서 담은 원효봉>

 백운대에서 담은 위 사진에서 보듯

넉넉한 원효대사의 불심처럼 두루뭉술한 모양의 산세입니다.

길고 널찍한 허리를 누구에게나 쉽게 내줄 수 있는 그런 모습말입니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좌측의 계곡을 따라서 북한동역사관을 지나

새마을교, 보리사, 북문을 거쳐 원효봉에 올랐다가

원효대, 원효암, 서암문(시구문)을 거쳐 효자동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산길을 걷다보니 수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맑은 계곡물이 소리조차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북한산성계곡 

북한산성계곡 

약간의 오름과 내림 끝에 북한동역사박물관 앞 전망대에 다다릅니다.

전망대에서 올려다 보이는 능선에 오롯이 솟은 원효대와 둥그스름한 암봉 원효봉

원효봉 능선은 우측으로 길게 이어져 마의 릿지구간 염초봉을 거쳐 백운대로 이어집니다.

 

<북한동역사박물관 앞 전망대에서 담은 원효봉>

원효봉과 염초봉, 백운대가 한 눈에 듭니다.

검룡의 등걸처럼 기암들이 삐죽삐죽 올라온 염초봉과

등뼈처럼 길게 이어진 숨은벽

그리고 거대한 암반 덩어리 백운대를 줌으로 당겨 담았습니다.

지난번 숨은벽을 거쳐 백운대에 오를 때도 느꼈었지만

도심쪽에서 바라본 보현봉, 비봉, 향로봉 등의 비봉능선과는 현저히 다른

북한산의 거친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산 여러 봉우리 중 추락사고가 가장 많은 염초봉에 릿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 서있네요.

난 바라보기만 해도 벌써 오금이 저려오는데

올라서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으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오르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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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초봉의 산객들 

원효대의 산객들 

원효봉 정상의 산객들 

모처럼 시계가 맑은 주말을 맞아 북한산의 암봉 봉우리마다 릿지를 즐기는 사람이 몰리고

계곡에도 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집니다.

잠깐 사이에 새마을교를 건너 보리사 앞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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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된 향나무

튤립나무 노거수

보리사 대웅전

한여름 더위 속에 잠시 산행을 쉬었던 탓일까요.

숲그늘 속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은 구간임에도

가다서기를 반복하기를 두어번

마침내 북한산성 북문에 당도합니다.

문루의 흔적만 남아 있는 북문은 북한산성 6개의 대문 중 하나이지만

간선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중요성은 떨어진 외진 곳에 있습니다.

지금이야 수림이 울창해져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지만

원효봉과 염초봉(영취봉) 사이 해발 430m 고지의 말안장같이 움푹 들어간 지역에 있어서

산성을 넘나드는 공제선을 투시할 수 있는 천혜의 요충지로 생각됩니다.

북문에서 성벽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넓은 시야가 확보되는 너럭바위가 나타납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태풍이 하늘을 한번 뒤집어 놓았던 탓인지

대기중의 미세먼지도 별로 없어서

북한산 주봉 백운대를 중심으로 멋진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입니다.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금방이라도 물이 흐를듯한 쪽빛 하늘 아래

눈부신 전신을 드러낸 북한산 봉우리들을 따로 따로 담아 봅니다.

<염초봉, 숨은벽, 백운봉>

<염초봉> 

염초봉 정상의 산꾼들을 줌으로 담았습니다.

작은 사진을 누르면 위태롭게 바위를 넘는 간 큰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염초봉 정상 

염초봉 책바위 릿지객 

주요 봉우리 정상을 각각 줌으로 담았습니다.

노적봉 9부능선 허리에도 일단의 사람들이 크랙구간을 따라 정상 등정을 시도하고 있는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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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만경대 정상 

노적봉 정상 

성벽을 따라 오르는 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북한산의 모습

정말 청명한 날에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북한산을 보는 것은 행운입니다.

드디어 원효봉 정상입니다.

비록 높지 않은 산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상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이 맛을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맛 때문에 사람들은 세상에서도 정상에 오르려 그렇게 기를 쓰나 봅니다.

그러나 그 맛을 만끽하기 위해 정상에 계속 머무를 수만은 없는 법

등산이 그렇듯 인생도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현실을 그렇듯 받아드리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원효봉 정상 끝단 

북한산 의상능선과  멀리 보이는 비봉능선 

예상했던대로 원효봉 정상은 평원처럼 넓은 바위입니다.

비록 남쪽으로는 암반 끝자락의 절벽이 위험해 보이기는 해도

생각보다는 넓은 족구장 같습니다.

 

정상에 서니 비로소 염초봉, 노적봉, 만경대를 거느린 백운대(백운봉)가 주봉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습니다.

좌측 하단에 북한산성 끝자락이 보입니다.

원효봉 정상 끝자락에서 담은 봉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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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봉

노적봉

만경대

염초봉

의상봉

<원효봉 정상에서 은평 뉴타운쪽을 담은 사진>

수령은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 않은 소나무 고사목이 그림을 멋지게 만들어 줍니다.

<원효봉 정상과 북한산 주요 봉우리들>

남서쪽의 의상능선, 그 뒤로 일부만 보이는 응봉능선, 그리고 저 멀리 비봉능선을 파노라마로 담아 봅니다.

바로 앞의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 나한봉으로 길게 대남문까지 이어지는 의상능선이 선명합니다.

북한산의 주봉도 파노라마로 붙여봅니다.

발치 아래 무량사를 바라 보며

원효봉 정상에서 간단한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고 식당 예약시각에 맞추어 하산을 서두릅니다.

아마도 원효봉의 백미는 원효대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원효봉에서 시구문쪽으로 하산하다 보면 9부능선 쯤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를 면하게 됩니다.

뒤쪽에서 오르기는 그다지 험하거나 높지 않아 보이지만

막걸리 몇잔에 취기가 살짝 오를만할 즈음 원효대에 오르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바위를 우습게 보고 정상에 올라섰다가

전면 아랫쪽을 보면 아찔해지니 말입니다. 

<원효대>

원효대 이것 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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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 

원효대 하산길 

원효대 정상의 산인 

원효대 정상에서 담은 북동쪽

북한산 백운봉 좌측의 인수봉과 앞쪽의 염초봉이 한데 뭉쳤고

도봉산의 오봉과 신선대, 자운봉, 선인봉 등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좋은 날입니다. 

원효대에서 내려와 원효대를 담았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장엄하기까지 하지만

안전 철책이 없었더라면 오를 엄두를 낼 수 없었을 바위였네요.

원효봉 하산길에 원효암을 들러보지 않으면 원효봉을 오른게 아니겠지요.

지금의 산신각이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토굴이랍니다.

그가 지팡이로 뚫었다는 암벽 아래 원효암 약수가 일품이라니

다들 한병씩 가득 채워 돌아 나옵니다.

사실 원효암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암자입니다.

지형상으로도 절벽 틈의 좁은 공간에 세워졌으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겠지요.

그마저도 조선 숙종 39년(1713)에 승대장 성능(性能)에 의해 12칸 규모로 중창 보수되었던 것이

6.25동란으로 일부 소실되어

지금은 대웅전, 산신각, 요사채만 남아 있답니다.

<원효암 대웅전>

바로 앞 공간이 넓지 않은 절벽 위에 서있는 대웅전을 지나 약수터로 향합니다.

보통의 절과 달리 석상으로 만들어진 사대천왕이 불두만 있는 부처상을 감싸고 있습니다.

불두의 모양으로 보아 미륵불을 모시는 암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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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불전 

산신각 가는 길 

미륵 불두 

암벽 불전 

원효암의 약수로 목을 축이고 나서면 지루한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지금은 서암문(西暗門)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시체를 내보내던 이름도 섬짓한 시구문(屍軀門)에 이르면

원효봉 하산은 거의 마무리됩니다.

서암문은 창릉천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구릉의 정상에 있어서

그 취약점을 보강할 수 있도록

사각으로 된 다른 암문과 달리 출입구로 홍예형으로 하고

성벽도 조금 높게 쌓고 입구를 ㄱ자형으로 돌출시켜 공격의 범위를 넓게 만들었답니다.

유럽이든 아시아권이든 고대 왕조의 위세는 축성기술로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암문 안쪽

서암문 바깥쪽

효자동쪽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의 끝은 북한산둘레길과 맞닿아 있습니다.

효자리 마을을 지나 여자만에서의 뒤풀이

맛있는 파전과 술은 산행 뒤풀이의 필수품이자 별미인가 봅니다.

인물 사진은 될 수 있으면 넣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아쉬워 여자만 앞에서 담은 단체 사진 한장을 인증으로 끼워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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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봉

여자만 앞에서

의상봉

원효대 줌인

단체가 움직이는 산행은 잘 타는 사람은 잘타는 사람대로 잘 못 타는 사람은 또 그 대로

서로 불편한 걸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허물없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뒤풀이장에서의 얘깃거리가 더 길게 이어져서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 다녀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 좋은 산행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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