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숨은벽을 걷다.

가루라 2014. 6. 23. 20:07

평소에 산을 즐기는 친구의 인도로 백운대에 오르는 길

북한산의 숨겨진 비경, 숨은벽을 찾았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프로그램에 너무 심취했던 탓일까요.

숨은벽이라는 단어가 무시무시한 알프스 아이거북벽의 이미지에 덧씌워져

지레 겁을 먹었었나 봅니다.

산을 자주 찾지 않았던 제가 더구나 초행길이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이것저것 해찰하며 숨은벽의 진면목을 즐겼습니다.

 

<사진 좌로부터 인수봉 설교벽, 숨은벽(가운데 뾰족한 바위), 백운대, 염초봉>

북한산 숨은벽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삼각뿔처럼 솟아 오른 암벽을 말합니다.

(위 사진속 가운데 삼각뿔처럼 생긴 암벽)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있는 암벽이라고 해서 숨은벽이라고 부른다네요.

수줍은듯 숨어 있다고 해서 얌전한 곳인줄 알았었는데

천인단애의 낭떠러지가 계속 이어져 있어서

경외지심으로 산을 대하지 않으면 위험한 구간입니다.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코스중 하나로

추락사고가 빈번하여 전문장구를 갖추지 않은 사람들을 숨은벽 정상을 오를 수가 없답니다.

 

저는 효자2동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했지만 사기막골에서 출발하여

숨은벽에 이르는 긴 암릉을 숨은벽 능선이라고 합니다.

골짜기도 깊고 아름답지만 능선을 타지 않으면

주위의 암봉과 기암들을 볼 수 없으므로 들머리에서 방향을 잘 찾아 들어야 합니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작은 폭포, 명경지수처럼 맑은 계곡물

숨은벽의 시작입니다.

밤골 계곡의 작은 폭포 

거울처럼 맑은 계곡물 

흙길과 약간의 바위 길을 지나

4부능선쯤에 이르자 숲 사이로 백운대와 인수봉 후면의 일부

그리고 숨은벽의 정수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행길에 약간의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가파른 암릉을 힘겹게 오르면

어느 정도 전망이 확보되는 너럭 바위가 나타납니다.

바로 위 해골바위를 타고 넘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목책과 쇠말뚝으로 우회로를 만들어 놓은 경사진 바위구간을 조심스럽게 통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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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암릉 

너럭바위 

해골바위밑 우회로 

시야가 확트이는 광장만큼이나 넓은 전망바위도 바위거니와

낱낱이 드러나 보이는 숨은벽의 비경이 정말 숨이 멋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낙타의 토실한 엉덩이처럼 둥그스럼하게 부풀어 오른 암릉과

도도하게 치켜든 목덜미처럼 생긴 꼭대기

릿지를 하거나 록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올라보고 싶은 충동을 절로 일어나게 합니다.

 

항상 미끈한 앞면만 보던 인수봉의 뒷덜미를 보니

흡사 달리는 말이 갈기를 곤두 세운듯 합니다.

그 서릿발 같은 바위능선을 설교벽(雪郊壁)이라 한답니다.

 거대한 전망대바위 발아래로 해골바위와 올라왔던 능선

그리고 저 멀리 노고산자락의 예비군 훈련소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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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바위와 도봉산 

해골바위 

해골바위 

숨은벽을 배경으로 

숨은벽을 155mm로 당겨 세워봅니다.

오늘은 숨은벽을 타고 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만

중간에 사람이 서있는 곳까지는 누구나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위틈으로 사라지는 그 곳이 구멍바위입니다.

백운대를 오를 사람은 구멍바위 오른쪽 계곡을 내려가 깔딱고개를 올라야 합니다.

암벽을 오를 수 있는 안전장구를 갖춘 사람만 숨은벽 정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통제하는 초소가 구멍바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구멍바위까지 암릉을 따라 걷는 것조차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좌우는 아찔한 절벽입니다. 

선인봉, 만장봉, 신선대, 자운봉 등 도봉산 주봉과 오봉을 줌으로 담아 봅니다.

오봉 

도봉산 

거대한 바위 사이로 숭은벽을 품고 있는 것 같은 구도가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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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위의 산객들 

백운대 정상 

숨은벽 암릉 

전망대바위 

숨은벽의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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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 

전방바위 암릉길 

전망바위 

거북바위 

 

숨은벽능선의 암릉길을 뒤돌아 보니 한쪽이 아찔한 절벽이지만

암릉을 타지 않고 우회하는 길도 있답니다.

 이런 위험한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파리12대학 파리정치연구소 정치철학교수인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는 책에서

"걷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라 철학적 행위이자 정신적 경험이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비로소 자유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비록 편안한 마음으로 산보할 수 있을만큼 만만한 길은 아니지만

시끄러운 패거리가 아니고 혼자나 둘이서 걸으며

기암괴석이나 나무 그리고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눈으로 드는 모든 사물에 대하여 마음으로 사유하고 이입시킨다면

바람에 몸을 누이는 보리밭을 걸으며 사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싶네요.

왼쪽 백운대 뒷편의 설교벽능선과 오른쪽의 날카로운 숨은벽을 보니

비록 암벽을 타본 적은 없지만 올라보고 싶은 유혹이 느껴집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걷다보니 어느 새 맨몸으로 갈 수 있는 숨은벽의 정점에 도달했네요.

 숨은벽

숨은벽 구멍바위 입구 

구멍바위 입구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봅니다.

왼쪽 산등성이를 타고 바위등걸을 타고 넘었으니 꽤나 멀리 왔습니다.

 바위능선을 타지 않고 사기막골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이 바위사이를 통과해서 백운대 V계곡으로 향합니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배낭은 벗어 들고 통과해야 할 정도네요.

구멍바위 감시초소 

숨은벽 아래 깔닥고개 우회로 입구 

이름모를 기암

하얗게 닳아진 흔적으로 보아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작은 암봉으로 보이지만

이 날 정상에는 까마귀만 내려 앉아 있습니다.

숨은벽 아래 계곡은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가을철이면 더욱 더 아름 다운 풍경을 보일 것 같습니다.

힘들여 계곡 속 깔딱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좌측 인수봉과 우측 백운대에서 이어지는 바위의 갈라진 틈을 만납니다.

V자형으로 갈라졌다하여 V계곡이라 하는데

이 V계곡은 전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리와 안쪽 강북구 우이동 사이 경계이기도 합니다.  

숨은벽 아래서 

V계곡 통과바위 

맨몸으로 숨은벽을 걷는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안타깝게도 장구를 갖추고 숨은벽을 타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백운대 정상에서 설교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망원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담는 내내 바라보는 내가 가슴을 졸였는데

과연 그들은 어떠했을지....

그들이 느끼는 쾌감으로 분비되는 베타엔드로핀의 수치는 얼마나 높을지

그저 백운대를 오르는 것만으로도 내가 느끼는 쾌감에 비추어 가늠해 봅니다.

 

<백운대 정상에서 담은 숨은벽능선>

 <백운대와 백운대 후면의 설교벽 능선>

<설교벽능선 대머리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극강의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몰입경험은 생활만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논문까지 있으니

그들의 무모함을 비난할 수 만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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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바위

대머리바위 선등자 

대머리바위 선등자 

대머리바위 오르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쾌감

그 쾌감을 위해서 이런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길 수는 없다는 인식의 한계

그것이 그들과 저 사이에 놓여있는 간극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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