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홍천 팔봉산 산수경 속으로....

가루라 2014. 5. 23. 01:08

바쁜 일상에 기대어 도심 근교만 계속 돌다가

전 직장 동료들과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을 찾았습니다.

모처럼의 원정이라 잠까지 설치고 일행의 차에 몸을 싣습니다.

나이가 들만큼 들었는데도

익숙하지 않은 길을 떠나는 것은 늘 생경하기만 하네요.

승용차 두대에 나누어 이동한 일행과 함께 팔봉산 입구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

높이 327.4m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산객들로 혼잡한 입구

오늘 북적거리는 산행을 예고합니다.

<팔봉산 3봉 전경>

  사실 산을 열심히 즐겼어야 할 한참 때는

회사의 단합대회나 OJT의 목적지로나 생각했지

힘들여 올라갔다가 내려올 걸 왜 기를 쓰고 올라가느냐했었습니다.

다른 운동처럼 무슨 도전해야 할 점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산은 업무상 목적이라는 이유로 골프를 치는 필드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려는 풍경중 하나였을 뿐이었죠.

물론 요즈음이야 100대 명산 찍고 백두대간을 순례하고도 모자라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호남정맥, 낙동정맥 등등

백두대간의 지맥까지 샅샅이 종주하고 인증하는 산인들이 많아졌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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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 입구 

팔봉산 등산지도 

팔봉산 액맥이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위치한 팔봉산은

삼면이 홍천강에 둘러싸인 물도리동에 우뚝 솟은 산입니다.

8개의 아기자기한 암봉과 거친 암벽에 의지하여 자라는 소나무 그리고 홍천강이 어우러져

낮은 고도에도 불구하고 그림처럼 멋진 산수경을 보여주는 100대 명산 중의 하나랍니다.

작은 산임에도 구조적으로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가르는 골과 깎아지른듯한 암벽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했던 탓에

지형적으로 산의 음기가 세다하여 그 음기를 다스릴 묘책으로

등산로 입구에 남근목을 세워놓았답니다.

그래서 덕 좀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내내 경각심을 가져야만 할 정도로 만만치 않네요.

<팔봉산 1봉 정상 표지석>

 맨 첫번째 1봉에 오르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오름입니다.

두다리와 양팔을 다 사용해야 할 구간이 8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내내 이어집니다.

계단과 답판, 철책과 안전로프, 맨손과 발 등 다양한 수단으로 산을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산 자체가 그리 규모가 큰 산이 아니어서

봉우리 표지석도 작고 앙증맞아서 발밑을 조심하느라 자칫 한눈 팔면

지나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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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봉 오르는 길

 1봉 오르는 길

홍천강 상류쪽 풍경 

2봉 쪽으로 건너와서 다시 1봉을 담아 보니

표지석 뒤편은 완전한 낭떠러지입니다.

1봉은 옛 왕조시대 대감들이 쓰는 관모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는데

그렇게 보이시나요.

<2봉쪽에서 담은 1봉>

1봉에서 2봉으로 건너 가려면 철제 계단과 난간에 의지하여 급경사지를 내려갔다가

다시 암반지대를 올라야 합니다.

팔봉산의 8개 봉우리를 오르는 내내 이런 오르내림은 계속됩니다.

그래서 총장 약 2.6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임에도 3시간 정도를 잡아야 합니다.

1봉 하산길 

 2봉 오르는 길

<2봉 정상 표지석>

2봉 정상에는 세 여신을 모시는 삼부인당(三婦人堂)과 칠성신을 모시는 당집이 있는데

400여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의 안녕과 액운, 풍년 등을 기원하는 당굿을 해오던 곳이라네요.

일반적으로 다른 지방에서는 산자락이나 큰 당산나무 아래에 있는 당집을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에 모실 생각을 했을까요? 

2봉 정상의 당집 

2봉 정상의 당집 

<3봉에서 담은 2봉> 

8개의 봉우리가 암릉으로 되어 있는 팔봉산은

전체적으로 로프를 잡거나 수직에 가까운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합니다.

8개의 봉우리중 특히 오르내리기는 8봉이 가장 힘겹고

외관상 가장 높고 아름다운 모양을 보이는 것은 제3봉이랍니다.

3봉을 첫번째 사진처럼 암부만을 확대해서 보면

마치 뾰족탑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고성같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다가 오기도 합니다.

<2봉에서 담은 제3봉 전경>

3봉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 계단의 연속입니다.

장난이 아닐만큼 가파른 경사도는 난간을 잡은 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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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 오르는 길 

 3봉 오르는 길

 3봉 오르는 길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서면 사위가 확 트인 바위 위에 표지석이 소박하게 놓여있습니다.

좌우로 휘돌아가는 홍천강을 볼 수 있고

팔봉산관광지 넓은 주차장과 평야지대가 훤히 보이는 전망좋은 곳이지만 

누구한테 촬영을 부탁할 수 없을 만큼 산객이 밀려들어

저를 제외한 일행들의 인증샷만을 담은 채 정상을 내어 줍니다.

<홍천강 하류 밤벌유원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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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봉 정상 기암

정상 표지석 

 4봉의 용자

 어유포리 평야

홍천강 상류 

4봉을 향해 출발하기전 4봉쪽을 담아 보니

3봉에 못지 않는 멋진 경관입니다.

<3봉에서 담은 4봉>

4봉을 향해 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4봉 아래에 있는

해산굴(解産窟) 또는 산부인과바위의 통과의례를 거치는 것도

팔봉산의 깨알같은 묘미입니다.

산모의 고통을 체감하여 통과할수록 젊어지는 장수굴이라고도 한다네요.

굴이라기 보다는 바위 틈으로 배낭을 벗고 머리부터 통과해야 하므로

몸집이 큰 사람이나 팔다리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여자들은 틈에 끼이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구름다리로 우회하기도 합니다.

<해산굴 우회 구름다리>

4봉 표지석은 소나무 옆에 조그맣게 올려져 있습니다.

해산굴을 통과하는 유쾌한 소란에 자칫 표지석을 놓치고 지나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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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봉 가는 길 

 어유포리 평야

 해산굴

 4봉 표지석

4봉 정상의 거대하고 가파른 바위 위에 올라갈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도 못하고

바로 5봉으로 향합니다.

<5봉 정상 표지석> 

5봉 정상은 막힌데 없이 탁트였지만 공간이 더 좁아서 연이어 밀려오는 산객들로 인해

오래 지체하지 못하고 바로 하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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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봉 가는 길 

 5봉 가는 길

 4봉 정상 기암

4봉 정상 

5봉을 내려와 5봉과 6봉 사이 골짜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각자 준비해온 과일과 주전부리로 허기와 갈증을 해소합니다.

6봉으로 갈려면 또다시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6봉 오름 계단>

6봉 정상의 표지석도 수줍은듯 조그맣게 소나무 가지 아래 올려져 있습니다.

관심있게 찾지 않는 사람에게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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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봉 하산길 

 5봉 하산길

 6봉 정상 표지석

 6봉 정상 바위구간

6봉에서 7봉을 가는 길도 예외는 아닙니다.

크고 작은 암릉을 철제 안전가이드를 잡고 넘거나

맨손과 다리 힘에 의지하여 넘어야 합니다.

<7봉 정상 표지석>

7봉 정상에서 보면 6봉의 풍성한 여성성이 느껴집니다.

깎아지른듯한 절벽의 바위산임에도 불구하고

4, 5, 6봉은 산세가 온유하고도 풍성함이 넘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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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봉 가는 길 

 6봉 전경

6봉 정상의 산객 

7봉에 다다르니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치 18홀을 향해 가는 골프경기처럼 마지막 한 봉우리만 남았다는 생각에

1봉부터 7봉까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온 것 같다는

그래서 다음에 또다시 꼭 한번 찾아 오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8봉 전경>

인생의 연령대별 특징적 요소들을 표현하듯이

8봉이 가장 어려운 구간이랍니다.

8봉 오름 입구에는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많이 나는 구간이므로

등산에 풍부한 경험이나 체력이 약한 부녀자, 노약자는 하산길을 택해 하산하라는 경고문이 서있습니다.

아래 맨 오른쪽 사진처럼 거미처럼 벽에 붙어서 올라야 하는 흥미로운 구간도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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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봉 전 무명봉 가는 길 

 8봉 오르는 계단

 8봉 오르는 암벽구간

 <8봉에서 담은 홍천강 전경>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하산을 시작합니다.

8봉에서 홍천강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급격한 경사구간으로 오를 때만큼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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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봉 인증 샷

 7봉

홍천강변 하산길 

강변에 도달하면 마지막 팔봉산의 백미인 강변굴을 통과해야 합니다.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겨 통과할 수 없는 길이 되지만

바위 절벽 하단의 바위를 깨어내어 굴을 뚫어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홍천강 하상쪽으로는 뚫려 있지만 마치 굴을 통과하는듯한 색다른 느낌입니다.

낮고 작지만 결코 낮고 작아 보이지 않는 산

홍천 팔봉산을 다시 찾고 싶은 산 중 하나로 꼽아 놓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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