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북한산 칼바위능선을 타다

가루라 2014. 5. 16. 08:42

지난 2월 잔설이 남아 있는 북한산 칼바위에 올랐다가

미끄러움에 대한 부담으로 능선 전체를 타는 걸 포기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평창동에서 대성문, 대동문을 지나 수유리로 빠지려던 계획으로 출발했던 겨울산행

예전엔 너무 위험한 구간으로 아에 제쳐두었던 칼바위 위의 사람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조심조심 칼바위 정상을 올랐다가

날씨탓에 금방 되돌아 나왔던 지난 2월의 아쉬움

결국 칼바위능선을 다시 찾기로 합니다.

<칼바위능선 전경>

정릉탐방지원센터에서 보국문으로 올라 칼바위능선을 타고 칼바위공원지킴터로 갈수도 있지만

평창동에서 일선사, 대성문, 보국문, 칼바위, 칼바위공원지킴터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칼바위능선 정상 파노라마>

오로지 산을 정복하는데 목적을 둔 등산마니아도 아니고

그냥 쉬엄 쉬엄 가는 동안

풀 섶에 숨어 피는 이름모를 야생화와 노닥거리기도 하고

귀를 간지럽히는 산새들의 노래소리에도 귀기우려 주어야 할만큼

열린 마음으로 산을 찾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노랑제비꽃, 알록제비꽃, 큰애기나리, 개감수의 민낯도 보고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산제비나비를 앞세워

산보하듯 갈수 있는 산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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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위의 산객들 

형제봉 정면 

형제봉 능선 

형제봉을 오른쪽에 두고 평창동매표소에서 올라가면

형제봉능선과 맞닿습니다.

제법 넓은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일선사와 대성문 갈림길을 만납니다.

굳이 시간을 정하고 나선 길이 아니라

보현봉 바로 아래에 있는 일선사에 잠깐 들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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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사 바로 뒤편 보현봉 

일선사 

 일선사 포대화상

일선사는 조계종 선학원사찰로 그리 힘들지 않은 넓은 산길을 쉬엄 쉬엄 올라

서울시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 오면 금단의 구역 보현봉이 손에 잡힐 듯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가히 보현보살의 법력에 힘입어 선심을 높일 수 있는

도량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일선사 입구 넓은 공터에 일광욕하듯 앉아있는 포대화상도 이채롭습니다.

그의 배꼽을 만지면서 아랫배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번을 돌리고

포대화상의 웃음을 따라 크게 웃으면

무병, 장수, 부귀 세가지의 복이 생긴답니다.

포대화상의 미소와 뱃고래를 보니

문득 학창시절 배웠던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납니다.

 

일선사 오른쪽으로 보현봉 동쪽 자락을 돌아 난 오솔길 같은 산길을 걷다 보면 대성문입니다.

<대성문 정면>

이곳에 다다르면 갑짜기 깊은 산중에 이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성문 밖의 도심과 성문 안의 북한산이 이 성문으로 갈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숙종 37년 1711년 축조된 대성문은 북한산성 동남쪽 문입니다.

홍예모양으로 성문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단층 문루에 올라서면

정릉 일원의 시내가 훤히 보이는 중요한 관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루의 지붕은 4면의 불화살 공격을 막을 수 있게 우진각으로 만들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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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문 서쪽에서 

대성문 북쪽에서 

대성문 동쪽에서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침을 겪으면서 도성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 끝에 

백제의 고성을 근간으로 조선조 숙종대에 현재의 성곽과 성문 등 대부분을 완성했지만

실질적인 활용은 못하고 현재의 상태로 남은 것 같습니다.

대성문에서 보국문 방향으로 성곽을 따라 칼바위로 향합니다.

산성은 동서로 길게 이어집니다.

<보국문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2월의 북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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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국문쪽 산성

보현봉쪽 산성 

칼바위쪽 산성 

산성길 전망 포인트에 이르면 북한산과 인근 도봉산의 주봉들이 한눈에 듭니다.

오른쪽 끝의 동장대를 따라 산성은 용암문으로 이어집니다.

그 뒤로 오른쪽부터 용암봉, 오른쪽 뒤로 숨은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 노적봉이

열병을 하듯 나란히 서있습니다.

<북한산 주봉들>

<북한산의 주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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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초봉 

노적봉 

백운대.만경대 

만경대.인수봉.용암봉 

북한산 주봉을 조망할 수 있는 산성 주능선의 내리막길은 보국문으로 이어집니다.

암문 형태의 보국문은 당초 동쪽의 암문이라 하여 동암문(東暗門)으로 불렀으나

그 아래 보국사를 창건하면서 보국문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보국문에서 하산하는 길은 정릉으로 이어집니다.

<정릉쪽에서 담은 보국문>

 

보국문 안쪽 

보국문 위 성곽 

겨울철 북서풍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서있는 칼바위능선은

보국문 위에 서면 그 민낯의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아찔한 그 단애를 보면서 칼바위능선 정상에 대한 갈망이 일어납니다.

<칼바위능선 정상>  

<칼바위능선 민낯>

칼바위 정상(2월 보국문에서) 

칼바위 정상(5월 보국문에서)

그 거친 민낯을 한달음에 달려가 쓰다듬고 싶을만큼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나 산은 산입니다.

그래도 한때는 아무에게나 쉽사리 허리를 내어주지 않았던 칼바위능선

그의 민낯이 때로는 거친 숨결을 쏟아낼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그 거친 숨결을 온몸으로 감싸안을 각오로 올라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칼바위 오르는 길>

 

 2월의 칼바위 정상

5월의 칼바위 정상 

드디어 칼바위능선 정상에 섰습니다.

2월의 바람이나 5월의 바람이나 진배없이 드세기만 합니다.

한겨울에 맞는 바람은 뺨을 애일듯한 칼바람이었지 싶을 정도입니다.

칼바위능선 정상에 서면 서울의 북동쪽 도심 뒤로 늘어선 수락산, 아차산 그리고 멀리 검단산까지

서쪽으로 강남과 서울 도심 그리고 형제봉, 남산, 북악산의 인왕산은 물론

멀리 청계산과 김포대교까지 한눈에 듭니다.

봄철의 미세먼지로 인해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울뿐입니다. 

<칼바위능선 정상에서 본 북한산 주봉들과 동장대>

멀리서 보았던 위압적인 모습은 간데 없고

칼바위 정상은 십여명은 좋이 앉을만한 제법 넓은 공간이 있네요.

그래도 양쪽이 오금이 저리는 낭떠러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긴장됩니다.

<인증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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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 정상 전 

칼바위 정상 2월 

칼바위 정상 5월 

칼바위 정상 배경 

2월에는 정상에서 다시 산성길로 돌아나가서

보국문을 통해 정릉으로 하산했었지만

이번엔 칼바위능선을 끝까지 타고 가서 칼바위공원지킴터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긴장으로 인한 불유쾌한 느낌이 오래 있지말고 하산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칼바위능선 정상의 산객들>

하산길의 백미는 45도 이상되는 경사의 암벽구간입니다.

칼 끝처럼 우뚝 솟은 바위 사이로 길게 밧줄이 늘어져 있습니다.

적당하게 발을 디딜 수 있는 바위의 요철이 있어서

약간의 주의만 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급경사의 암벽에 밧줄을 매어 놓은 구간만을 별도로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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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구간 바로 아래서 

암벽 구간 줌인

암벽 구간 줌인 

칼바위능선의 동쪽 얼굴입니다.

중간의 암벽이 드러난 암벽구간을 제외하고는

이쪽에서 올라가는 것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칼바위공원지킴터>

 <하산길>

 2월 칼바위에서 보국문을 지나 정릉쪽으로 내려오다가 올려다 본

칼바위능선입니다.

아무래도 칼바위공원지킴터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정릉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가는 길이 조금은 수월할 것 같습니다.

한참 직장생활을 할 때는 거의 산을 찾지 못했습니다.

실무를 담당할 때는 휴일에도 출근해야만 했고

간부가 되고 임원이 되고 나서도 주말에도 회의다, 행사다,  접대골프다 뭐 그리 바쁜지....

도심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산이 항상 팔을 벌리고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내게 산은 고작 회사의 단합대회나 신입사원 수련회 OJT 행사장이었을 뿐입니다.

동방삭은 삼천갑자를 살았다는데

60을 살고서야 지금까지는 세속 속에서 세상을 피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다니

난 세상을 헛살았나보네요.

(避世金馬門, 宮殿中可以避世全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