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世上山行

불암산

가루라 2014. 11. 24. 14:23

정상을 코앞에 두고 하산해야만 했던 불암산 정상.

작년 여름 전직장의 퇴직임원들과 태능 효성화운트빌 옆에서 불암산을 올랐었습니다.

남으로 길게 다리를 뻗은 불암산의 능선

제9등산로를 타고 배수지, 삼육대, 학도암, 양지초소 갈림길을 지나

헬기장도 지나고 깔딱고개를 거쳐 정상을 오르는 코스였습니다.

크게 힘든 오름도 없지만 나이든 분들에게 정상 도전은 무리였었나 봅니다.

결국 작년엔 깔딱고개 갈림길에서 불암사쪽으로 내려오고 말았었죠.

 

그 바람에 깔딱고개 갈림길에서 정상만 보다가 내려갔던 기억에

이번엔 고교동창 산우회친구들과 상계역에서 불암산을 올랐습니다.

<석장봉 쪽에서 담은 불암산> 

불암산은 해발고도 508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입니다.

전해 오는 전설에 따르면 원래 금강산에 있었던 산이었는데

조선 초기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는데 남산이 없어서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남산이 되고 싶어 한양을 향해 길을 떠났답니다.

그런데 막상 한양에 도착해 보니 이미 남산이 자리잡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금강산으로 되돌아가려고 뒤돌아섰으나

금강산으로 가봐야 이미 자신의 자리에 다른 산이 들어왔을 거라는 생각에

그대로 눌러 앉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불암산은 서울을 등지고 돌아 앉은 형세라네요.

어쩌면 인간들에게 자신의 분수를 알라는 계시같은 전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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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쪽(서쪽 얼굴) 

깔딱고개쪽(남쪽 얼굴) 

별내쪽(동쪽 얼굴) 

이번엔 상계역에서 출발, 불암산관리사무소, 불암계곡을 따라 깔딱고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제5등산로를 택해 올랐다가 석장봉쪽으로 하산해서

능선사거리, 불암정, 돌다방쉼터로 내려오는 제4등산로를 따라 원점으로 회귀할 예정입니다.

상계역 1번출구에서 지하철 노선을 따라 좌측으로 나아가 길을 건넜어야 했는데

들머리 길을 잘못잡아 아파트 사이에서 상계제일중 옆을 지났나 봅니다.

그래도 주말 불암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큰 고민없이 따라가도 걱정없겠네요.

모든 길이 불암산으로 통하니...

 

<불암계곡 능선 위에서 담은 불암정>

다른 위치와 각도에서 불암정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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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정 

뒤로 보이는 수락산 

불암정 

정상 바로 아래의 거북바위

아주 커다란 거북이 정상으로 향하고 있네요.

그저 오르는듯 만듯 느릿느릿

뭘 그리 바삐 가느냐며 우리의 발걸음을 쳐다 보는 듯하네요.

정상 오르는 목제 계단입니다.

정상은 온통 거대한 바위어서 이런 안전가드 바와 계단이 없었더라면

정상을 그리 쉽사리 내어줄 불암산이 아니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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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향하는 계단 

내려다 본 계단 길 

계단 오름의 경사 

 

용케도 바위 절벽에 뿌리박고 서있는 소나무가 대단해 보입니다.

저런 자세로 그 오랜 풍상을 견뎠을 터이니 말입니다.

 

<남양주쪽 동쪽 사면 절벽의 소나무>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보통 사람이라면 거친 숨을 두어번 다독이면 금방 정상입니다.

정상의 공간이 협소한 암반 위라 표지석은 조금 아래에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표지석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라는 배려겠죠.

20명이 넘는 일행이 함께 하는 산행이라 동시에 도착해서 함께 인증하기는 힘드네요.

각자의 걸음걸이 속도가 달라서 한꺼번에 도착하기도 힘들고

게다가 많은 인파로 인해 표지적을 계속 독점하고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일부 친구들과만 인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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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는 계단 끝 

불암산 지표석 앞에서 

정상의 깃대 

 

별도의 안전 가이드도 없어서 약간 위험해 보이지만

그래도 정상에 족적을 남기지 않고 간다는게 좀...

깃대가 있는 정상을 밟고 돌아섭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표정

결코 정상에 올라서 보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감정이겠지요.

 

<정상에서 석장봉쪽을 향한 시선>

정상에 서면 북으로는 수락산과 서쪽의 북한산, 도봉산

그리고 멀리 인왕산, 남산이 안고 있는 시가지까지 한눈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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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장봉, 수락산 

정상에서 

정상의 깃대 

정상 하산 길  

 

예정대로 정상에서 석장봉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통해 하산을 서두릅니다.

하산길에 만나는 기이한 바위

쥐바위라고 씌여 있지만 너무 거대해서 알수가 없네요.

어떻게 보아야 쥐처럼 보일까요?

하산길 

쥐바위 

 

석장봉은 다들 쉬어 가는 곳인가 봅니다.

한두사람은 물론 많은 인원이 단체로 온 사람들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어서

다들 이곳에서 점심을 먹거나 가져온 술과 음식을 나누는 장소로 제격입니다.

우리 일행도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과 쏟아지는 이야기들로

40년지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의 맛을 맘껏 즐깁니다.

어쩌면 정상을 오르는 것만으로는 만족시켜 줄 수 없는 이 맛 때문에

오랜 친구들과의 산행이 더 좋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산길에 불암산 정상을 풀샷으로 다시 한번 잡아 봅니다.

<석장봉에서 담은 불암산>

이번엔 정상부를 105mm 정도의 줌으로 당겨 봅니다.

짧지만 정상의 암반을 내려오는 길이 무척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산해서 점심식사를 함께 할 예정이라 하산을 서두릅니다.

우리 일행은 석장봉과 불암봉 사이 하산길을 따라 돌다방쉼터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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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석장봉 

불암산 정상 

정상 줌인 사진 

 

오르는 길에 먼 발치로 보았던 불암정을 사진으로만 담고 일행을 뒤쫓아 갑니다.

<불암정에서 담은 도심 풍경>

<불암정에서 담은 불암산 정상부>

정상이 높고 계곡이 깊은 큰 산이 아닌 도심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 정상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계곡은 그리 큰 볼거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불암산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평원석에

약간의 인공적인 힘을 보태 돌다방쉼터를 만들어 놓았나 봅니다.

거북등걸처럼 갈라진 소나무 밑둥을 보니

세월이 갈려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만큼 오랜 쉼터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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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방 

소나무 밑둥 

돌다방 

 

돌다방쉼터를 지나면 하산길도 거의 끝나갑니다.

우리는 다시 불암산관리사무소 앞으로 내려와 상계역 인근 식당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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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관리소 입구 

당고개역 방향 

상계역 가는 길 

산행경로 

 

어쩌면 도심 가까이 있는 높지 않은 이런 산들이 있어

40년, 50년 지기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먼 산, 높고 험한 산을 가는 날보다 훨씬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하니 말입니다.

막바지에 이른 가을

오랜 친구들과 서울 도심을 둘러 싼 높지 않은 산을 찾아 보는게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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