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울릉도 행남해안산책로 야경

가루라 2015. 11. 2. 12:43

울릉도 도착 첫날 이른 저녁을 마치고

행남해안산책로 야경을 담으러 나갔습니다.

도심의 빌딩 숲을 담는 것과는 색다른 멋진 야경을 기대하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멋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울릉도 도동에 숙소를 잡으시면

야간에 행남해안산책로를 꼭 나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바람은 생각보다 세차고 춥게만 느껴지는 해안 산책로

광활한 동해를 뚫고 건너온 세찬바람을 수억년동안 온몸으로 받아낸 울릉도

섬은 그로 인해 여기저기 상채기가 났지만

그것이 울릉도를 더욱 멋스러운 곳으로 만들어 주었네요.

 

도동해안산책로로도 불리우는 이 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산책로로서

도동항에서 저동항 촛대바위까지에 이르는 해안 절벽을 깎아 만든 길입니다.

해식동굴, 베개용암, 타포니(Tafoni), 재퇴적쇄설암, 부정합, 이그님브라이트(Ignimbrite) 등

기암절벽과 천연해식동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질을 보여주는 암벽을 따라

때로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이어주는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해안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도동여객선 터미널에서 행남등대까지는 왕복 두시간

저동 촛대바위까지는 왕복 세시간이 걸린다네요.

오가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한밤중의 행남해안산책로

드넓은 동해에서 불어 오는 세찬 바람과

가슴을 후벼파듯 발밑을 파고드는 파도소리

장노출로 담은 사진 속에 정박중인 배는 유령선처럼 보입니다.

단 두사람만의 한밤중 해안도로 산책은 조금은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불빛을 따라 마치 하멜른을 찾은 나그네의 마술 피리소리에 이끌린 것처럼

거리감도 시간감도 잃은채 한없이 좁은 해안도로를 걷습니다.

한밤 중에 구불구불 굴곡진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은

주변에 오가는 사람이 좀 보이기만 한다면 낭만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도동항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오가는 사람도 뜸해지니

동행하던 집사람도 슬슬 겁이 나나 봅니다.

도동항에서 너무 멀리 온 것 아니야?

처음 와보는 길, 그것도 한밤중에 노도와 같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행남등대가 얼마쯤 거리에서 기다리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밤길에서 사람 말고는 무서워할 것이 없는데도

사람의 흔적이 없으니 오히려 무섭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까요?

이 아름다운 장관을 곁에 두고 말입니다.

우리의 삶은 참으로 같은 판에 놓여진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인가 봅니다.

파도가 높을 경우에는 해안도로를 폐쇄한다니

열려있는 해안도로는 안전을 위협할 다른 아무 것도 없겠지만

인적이 많은 도동항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파도소리가 무서워지고 가로등 불빛이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행남등대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한밤중에도 퍼렇게 날이 선듯 보이는 바다의 물빛이 두려운데

멀리 보이는 오징어채낚기배는

두려움을 태워 없애려는듯 한없이 밝게 타고만 있네요.

행남등대쪽에서 돌아오는 길

바닷물에 깎여 뚫린 구멍으로 도동항쪽을 잡아 봅니다. 

장노출로 담은 해안의 파도는 70년대에 유행하던 캐시미론 솜처럼 포근해 보이는데

하얗게 시린듯 반짝이는 가로등 아래 드러난 산책로는

한없이 춥게만 느껴지는 시각입니다.

다음날 밝은 때 꼭 다시 가보자 했었지만

꼬인 일정 때문에 끝까지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결국은 밝은 대낮에 담은 행남해안산책로 사진도 없이

아쉬운 울릉도 여행이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야경 사진을 얻고 보니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은

다시 훗날을 기약하게 만드는 씨앗이 되었나 봅니다.

다음에 울릉도여행을 다시 갈 기회가 되면

여행사를 끼지 않고 자유여행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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