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차/국내명소

다시 찾은 하늘공원 억새밭

가루라 2020. 1. 20. 00:14

작년 가을 4년만에 다시찾았던 하늘공원 억새밭

2011년 처음 찾았던 이래로

묘하게 4년주기로 찾게 되었었네요.

그 사이 하늘공원을 찾는 사람은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아졌는지

동남아 관광객들과 중국인들이 더 많습니다.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의 가을풍경을 담기 위해 찾았다가

두 번을 모두 해질 무렵에 올랐습니다.

2011년 처음 갔을 때만해도

북서쪽은 조금 듬성듬성했었는데

이제는 광활한 억새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민둥산 억새밭과는 다른 느낌

도심 속의 공원이라 할지라도

그 끝선에 하늘이 보이는 하늘공원이라니

산꼭대기에서 보는 느낌이 이럴까요?

사실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에

억새는 흔히 보던 것이라

그 자체만으로는 별 묘미를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게 군락을 이루고 있을 때

비로소 억새무리 속에서 가을을 격하게 느끼는 것이지요.

바람결에 따라 이리 저리 몸을 누이거나

세찬 바람에 우는 소리를 내는 억새밭

보리밭 속에 몸을 숨기던 문둥이처럼

몸을 낮추어 앉으면

오직 서로 몸을 부비는 억새의 비명소리만 들리지요.

한하운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억새밭을 홀로 찾는 사람은

슬퍼 보이나 봅니다.

전망 채롱은

8년 전처럼 그 자리에 있는데

이번에는 나도 혼자입니다.

나이듦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빈 의자.

8년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있었어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는 억새밭은

제 머리처럼 하얗게 시었습니다.

인생의 노년처럼 변해버린 억새밭.

다시는 찾지 말아야겠습니다.

하얗게 변한 거울 속의 모습이 싫듯

하얗게 변해버린 억새밭도 싫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진을 얻기 위해 갔다가

노년의 모습을 찾는 격이 되었네요.

어쩌면

이제부터는

가을이 싫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듦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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