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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을 가다

가루라 2020. 2. 13. 00:52

<석파정 전경 파노라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올해 처음으로 들어가 본 석파정.

그 동안 인왕산에서 먼 발치로 내려다 보거나

2013년도 개방전 공사중일 때 열린 문으로 잠깐 본적이 있을 뿐.

별도의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야 할 사설시설이라

미루고만 있었지요.

그러다가 사위의 출장기간 중 딸이 집에 왔던 1월 중순

어린 외손자와 함께 서울미술관의 전시회도 볼겸 찾아갔었네요.

서울미술관과 함께 2013년 개관한 석파정은

구한말의 역사적 변혁기를 방증하는 근대 건축물입니다.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별서였던 것이

고종 즉위 후 흥선 대원군에 봉해진 석파(石坡) 이하응의 마음에 들면서

석파의 별서로 쓰여지게 되었지요.

아마도 안동 김씨들의 세도에 혹시 눈에 나지 않을까

상갓집개처럼 돌아다니던 석파가

안동 김씨로 권세를 부렸다는 상소로 귀양살이까지 했다가 철종 때 다시 복권된

김흥근의 약점에 편승해서

거의 편취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김흥근과 이하응의 관계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추측해본 사견임)

석파정 사랑채와 별채 측면 전경

사랑채

현재의 석파정은 사랑채, 별채, 석파정 등 근대 건축물

그리고 경주 개인 소유의 경작지에서 2012년 옮겨온 신라3층석탑 등 구조물과

코끼리를 닮은 인왕산 자락의 거대한 너럭바위, 소수운렴암 각자가 있는 작은 개울의 바위와

620년 된 거대한 반송인 천년송과 주변의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진

유수의 경관을 자랑하는 사유문화재지역입니다.

<사랑채 내부와 댓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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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응 금관조복초상

댓돌에 놓인 손자의신발

누마루에서 본 천세송

20세기 중반까지 흥선대원군의 후손들이 살았었지만

6.25전쟁 직후 콜롬바어린이집으로 사용될 정도로

소유권이 불분명해지고

그 사이 중국식 건축 양식을 도입한 사랑채 일부는

1995년 세검정사거리에 있는 한정식집 석파랑으로 옮겨지는 등

아쉽게도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었지요.

<석파랑으로 이전된 석파정 사랑채 일부-석축 위의 건축물> 

1997년 석파문화원이 인수하여 대대적인 복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답니다.

<서남쪽에서 본 천세송과 사랑채 전경>

팔작지붕에 호두각형태로 누마루를 만든 사랑채는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양반가의 사랑채 건축양식입니다.

보통 누마루는 앞쪽에 연못을 파거나

시냇물이나 주변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게 자리를 잡지요.

누마루 옆에 붉은 가지를 사방팔방으로 넓게 펼친 아름드리 소나무는

650년이나 된 노송의 위엄을 자랑하는 반송으로

서울특별시 지정보호수 제60호로 지정된 천세송(千歲松)이랍니다.

사랑채 전면

사랑채 우측 뒤로 보이는 별채 출입문

천세송 뒷편 낮은 암벽 위에 올려져 있는듯 보이는 평원석 같은 바위에는

삼계동(三溪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세개의 냇물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삼계동이라 불렀다는데

이 각자로 미루어 당초 김흥근(金興根)이 별서로 쓸 때는

삼계동정사(三溪洞精舍) 또는 삼계정, 또는 삼계동 산정 등으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양화가인 소치 허련의 <소치실록>과 죽파 양의영(梁宜永)의 <유북한기(遊北漢記)>에서

삼계동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글씨체는 문신이자 서예가였던 김흥근의 것이 아니라

철종의 필체일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삼계동 각자 바위 좌우측에 숲길을 산책할 수 있는 계단이 정갈하게 조성되어 있네요.

그 계단을 통해 별채의 서쪽으로 진입할 수도 있고

서울미술관과 사이의 동쪽 계단을 통해서 별채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사랑채 우측에 있는 두채의 한옥 사이로 별채로 드나들 수 있는

반달형의 궁중식문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현재는 사랑채와 별채만 개방되어 있나 봅니다.

사랑채 동쪽 전경

별채 오르는 길 

별채에 오르는 길은 서울미술관의 옥상정원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미술관 옥상정원

석등과 옥상정원 

석등을 통해서 본 사랑채와 별채 담장

낙차가 있는 산세의 지형을 이용해 언덕 상단부에 조성된 별채에 오르는 길.

소치의 동양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몇그루의 일락장송과 작은 계단으로

운치있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별채에 오르는 길

별채 담장 옆으로 본 부암동 

별채의 동쪽 대문을 통해서 본 별채

별채에는 남쪽 좌우에 두개의 일각협문과

동서 양쪽의 대문 등 네개의 출입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별채 앞 서쪽에서 담은 부암동 파노라마

날렵하게 선 소나무 뒤로 한양도성 성곽과 창의문 추녀가 보입니다.

별채 이모 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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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 서쪽 아래의 사랑채

별채 앞 동쪽

별채 뒤에서 본 별채

별채는 양쪽을 남북으로 길게 뺀 방과 가운데에 대청과 광을 둔 구조로 된

일자형 집입니다.

그 중 서쪽에 있는 방에 고종황제가 묵었던 방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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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묵었던 방 

대청마루의 소품들

동쪽방의 소품들

서쪽 출입문이나 동쪽 출입문 뒷쪽으로 석파정 숲 산책로가

돌로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별채 뒷쪽 산책로

별채 서쪽문 앞 산책로 

채 서쪽면 전경입니다.

별채 뒤로 난 산책로를 통해 너럭바위로향합니다.

사랑채 뒤에서

너럭바위와 삼계동 각자바위 산책로 갈림길

산책로 끝단의 벽에는 미술관을 상징하는 벽화도 그려져 있습니다.

주로 참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구성된 숲을 지나는 산책로에는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줄 수 있을만큼 나무가 높고

군데 군데 앉아서 쉬어 가거나 사색을 할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네요.

서울에서 쉽게 자라지 않는 대나무 숲도 있습니다.

거대한 암벽에 양각된 것처럼 보이는 코끼리가 보이나요?

이곳이 자연석조물인 너럭바위입니다.

마치 기차바위나 치마바위처럼 암산인 인왕산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부귀의 상징인 코끼리 형상을 한 영험하고 신비한 바위로 알려져

후사가 없어 득남을 기원했던 노부부가 이 바위에 소원을 빌어 아이를 얻고

아들의 시험 합격을 빌었던 어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여

소원바위 또는 행운 바위라고도 불렷다네요.

연인들의 포토존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가을의 낙엽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너럭바위에서 남쪽 산책길을 따라 삼층탑까지 가서 소수운렴암으로 내려 오거나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계곡 위의 정자 석파정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석파정(石坡亭)은 너럭바위 앞에서 흘러내려오는 물과

부암동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류하는 작은 계곡 위에 조성된 근대 정자입니다.

유수성중관풍루(流水聲中觀楓樓)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다리 아래 졸졸 흐르는 물소리 속에 단풍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입니다.

흔히 보는 목조의 조선시대 전통 정자와 달리

한국의 건축양식과 중국 청나라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근세 건축물로

197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 되었습니다.

화강암으로 평석교(平石橋)를 만들고 그 위에 청나라풍의 문살을 가진 정자를 만든 것 등으로 보아

김흥근이 청나라 장인을 직접 불러다 조성했다는 설이 있지만

그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네요.

석파정에서 계곡을 따라 사랑채 앞을 지나 쭉 내려가면

소수운렴암(巢水雲簾菴)이라고 각자된

넓은 바위가 나옵니다.

안내 표지판에 렴자가 "발 렴(簾)"과 "濂(내이름렴)" 두개가 혼용되어 있는데

해석으로 보아 "발 렴(簾)"으로 통일합니다.

그 뒤로는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커다란 암반에 초서로 "소수운렴암(巢水雲簾菴) 한수옹서증(寒水翁書贈)

우인정이시(友人定而時) 신축세야(辛丑歲也)"라 각자되어 있습니다.

그 뜻을 보면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으로 한수옹 권상하(權尙夏 1641~1721)가

벗 정이 조정만(趙正萬 1656~1739)에게 신축년(1721 경종1년)에 글을 써주다"라는 것인 바

김흥근이 석파정을 짓기 전에도 이 곳에 집이 있었음을 추정하게 해줍니다.

안타깝게도 이를 고증해줄 수 있는 자료는 못찾았다 합니다.

소수운렴암(巢水雲簾菴)

신라 삼층석탑 

소수운렴암 위에 자리잡은 삼층석탑은

2층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쌓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의 석탑으로

아쉽게도 상륜부는 대부분은 소실되고 노반만 남아 있네요.

경주 개인 소유의 경작지에서 수습해

2012년 현 위치로 이전 재설치 하였답니다.

시대를 달리 하는 3층석탑의 존재는 서울미술관을 대표하는 석조물일 뿐

석파정과는 관련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층탑 앞에서 담은 석파정 전경>

  사실 석파정의 가을 풍경을 보고 싶었습니다.

인왕산에서 예전에 보았던 보았던 봄 석파정이 너무 멋있어서

단풍든 가을은 더 멋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낙엽이 다 져버린 겨울 숲을 돌아 보았지만

내심 올 가을을 기대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숲길 또한 자랑거리입니다.

<석파정 앞 숲에서 본 석파정> 

비록 해거름에 담은 사진이라 빛깔은 별로지만

올 가을을 기대하며 숲속 산책길을 담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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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산책로

산책로

산책로 

산책로 

연인이나 친구와 도란도란 또는 혼자 호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고궁과는 또 다른 숲속산책길로 추천합니다.

석파정은 휴관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성인은 서울미술관 관람권과 함께 11,000원에 끊을 수도 있고

석파정 입장권(5,000원)만 따로 끊을 수도 있네요.

인왕산에서 담은 석파정 전경 : http://blog.daum.net/milvus-migrans/1571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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