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무스카리를 사랑한 꿀벌

가루라 2020. 5. 2. 00:37

마당의 꽃이라고는 아직 몇가지 없는 이른 봄.

꿀을 찾아 무스카리를 찾아 온 꿀벌.

땅을 향해 피는 항아리형의 꽃구조때문에

꿀을 따야 하는 꿀벌에게는 고역이다.

게다가 항아리처럼 생긴 무스카리 꽃의 좁은 입구는

짧은 흡밀관을 가진 꿀벌에게는

크나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꿀벌의 사명은 벌집에 꿀을 가득 채워야 하고

힘들여 묻혀 나른 화분가루로 애벌레를 키워야 하는 것을.

그러니 쉴새없이

작은 꽃부리에 흡밀관을 맞추기 위해

매달리기를 반복하고도

수만번의 날개짓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힘들여 끌어 모은 벌꿀조차

안타깝게도 인간들에게 수탈당해야 하니

어쩌면 인간의 삶보다도 훨씬 더 비극적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꿀벌처럼 열심히 일한다는 칭찬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측면에서 모욕적인 언사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결국 남 좋은 일을 위해

그렇게 뼈골 빠지게 일하라는 것이 아닌가?

열심히 하는 사람 따로

죽어라 놀고도 배불리는 사람 따로인 세상.

갈수록 그 불평등이 말도 안되게 더 심해지는 세상.

그 세상을 내 의지로 택한 것도 아니지만

결정은 내 의지에 달려 있다.

설사 수탈을 당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남겨지는 내 몫을 위해

꿀벌처럼 부지런히 일하는 것...

이른 봄 마당에 찾아온 꿀벌을 지켜보다가

뒤집어 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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