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세상 사는 이야기

다시 찾아온 딱새

가루라 2020. 5. 22. 00:47

마당에서 화초를 손질하고 있는데

감나무에 날아와 앉은 딱새 한마리

선뜻 날아가지도 않고

내게 거수경례를 한다.

6년전쯤 석축에 구멍을 파고 들어 앉은 서생원을 잡기 위해

끈끈이쥐덫을 놓았었다.

낮에 놓으면 호박씨에 눈먼 애먼 새가 걸릴가봐

저녁에 놓았다가 이른 아침에 거두어들일 생각이었었다.

기우일 거라며 걱정했던 일이

안타깝게도 일어났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나가보니

끈끈이에 날개가 달라붙은 딱새유조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었다.

쨉싸게 들고 들어와

끈끈이를 제거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식용유와 주방세제로 제거하고

물로 날개를 씻은 후 드라이어로 잘 말려주었다.

눈을 다시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보기에

마당에 데리고 나갔더니

일언반구 인사도 없이 푸르르 날아가 버렸었다.

얼마나 서운하던지...

그 후로는 마당에 끈끈이쥐덫을 놓을 수가 없었다.

 대신 박씨를 물고 오지는 않더라도

마당에 놓아둔 알곡이라도 먹으러 오라고

새모이를 주곤했지만 참새들만 바글거렸다.

그런데 육년만에 이렇게 아름답게 자란 성조가

마당을 찾아왔으니

이 아니 반가울까?

설사 그 때 구해준 그 딱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마당에 터를 잡으라고 새집이라도 만들어주어야겠다.

6년전 구해주었던 딱새 유조

'좋은 글 >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앵초키우기  (0) 2020.05.26
튤립키우기  (0) 2020.05.25
자두나무의 추억  (0) 2020.05.19
향수병에 빠진 매실나무  (0) 2020.05.04
무스카리를 사랑한 꿀벌  (0)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