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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계곡의 봄

가루라 2020. 6. 15. 00:21

<현통사앞>

코로나로 인한 대부분의 모임 취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늘어난 시간 때문에 예전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백사실계곡의 봄을 만끽하게 된 것도

어쩌면 코로나가 준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찾았던 백사실계곡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동반경이 제한된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늘 그렇듯 버들강아지의 뽀얀 솜털에 붉은 꽃밥이 피기 시작하면

산자락에는 진달래, 생강나무도 꽃을 피우고

누군가 심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미선나무도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키 작은 나무들에 이어 아그배나무, 산벚나무와

아카시나무를 타고 오른 등나무까지 꽃을 피우면

백사실 계곡의 봄은 절정으로 달린다.

백사실계곡 상류 얕은 물 속에는

탄생의 봄을 준비하는 또 다른 생명들이 꿈틀대고 있다.

집을 모래알로 온통 감싼 강도래 유충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백사실계곡의 명물인 도롱뇽은 물론 새소리처럼 우는 산개구리도

앞다투어 산란을 시작한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서로 다른 양서류지만

먼저 부화한 개체가 상대의 알을 잡아 먹을 수도 있어서

이들에게 생존의 경쟁은 필연적이다.

특히나 숫적 열세에 있는 도롱뇽에게는

산개구리보다 먼저 산란하고 먼저 부화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 절대적이다.

버들치도 산란을 위한 몸집 만들기를 위해 이들의 알을 노리는 봄이다.

골짜기의 끝은 북악산 끝자락으로 연결된다.

일반인들은 잘 찾지 않는 이 곳이

백사실계곡의 발원지다.

올해는 이 곳을 거쳐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북악산을 흘러내린 물줄기는 제법 깊은 골을 만들고

이 개울을 앞에 두고 양지바른 남쪽사면에 능금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능금마을에서 재배하는 배추, 무, 오이 등 채소는

무농약, 무공해 채소로 인근 동네에서 인기가 높다.

능금마을의 농부도 농사준비에 한창이다.

백사실계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는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딱새, 동고비, 어치,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이다.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도 흔하고

간혹 꿩, 아물쇠딱따구리, 나무발발이도 만날 수 있다.

올 봄에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오목눈이와 참매까지 만났다.

새박사 윤무부교수에 의하면

자연에서 참매를 볼 수 있는 곳이 북악스카이웨이와 경희대캠퍼스뿐이라는데

까치를 잡은 참매를 바로 눈 앞에서 만났으니 정말 행운이다.

오색딱따구리 오목눈이 까치를 잡은 참매 붉은머리오목눈이

백사실계곡의 봄은 꽃과 연녹색의 녹음으로 대비된다.

꽃은 계곡 입구 현통사 주변이 압권이고

녹음은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연못터를 둘러선 백사실터 주변이다.

현통사 주변의 봄꽃은 개나리와 벚나무, 라일락

그리고 산사나무, 귀룽나무가 장식한다.

현통사 주변의 봄꽃이 질 때 쯤이면

백사실터 주변은 연두색 새잎들로 가득해진다.

<백사실터>

하늘 높이 치솟은 느티나무의 연녹색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언제부터인지 연못터에는 고마리들이 가득해져서

하늘과 땅이 온통 연녹빛이다.

지금까지 이 곳의 가을 단풍이나

한겨울 눈 덮힌 풍경을 담아 포스팅했었지만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을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찾아가

사진으로 담아본 적이 없다.

서로 다른 날, 각각 다른 시간에 담은 백사실계곡의 풍경은

늘 다른 모습이다.

서울의 중심 종로구 도심 속에

이런 비밀의 숲이 있다는 것은 도시인에게 큰 축복이다.

예년과 달리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여기저기에 없던 길이 새로 생기고, 훼손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반려동물을 대동한 사람들의 출입이 부쩍 늘어나면서

풀숲 여기저기나 심지어 길섶에 개똥을 낙엽으로 감춰놓는 몰지각한 인간들로 인해

불쾌감이 치솟는 봄이 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목줄은 물론이고 분변처리봉투를 소지하지 아니하고 반려동물을 동반한 인간들은

백사실계곡 출입을 엄금하도록 청원을 넣어야 하나?

개는 주인에게나 반려동물이지 타인에게는 그저 동물일 뿐이다.

최근에 바뀐 다음 블로그 환경에서 글쓰기 참 힘들다.

쓰다가 스스로 증발해버리기를 수차례.

결국 한꼭지 쓰고 저장하기를 반복해서 완성한 긴 글.

테이블을 이용해 처음으로 사진도 배열하고

스무장이 넘는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것도

그나마 크롬환경에서야 가능했다.

이제 다음 블로그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이게 개선인가, 개악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 모르지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