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시오타 치하루의 '우리들 사이'를 보고

긴 장마에 갇힌 답답한 마음을 풀 곳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를 찾았다.

마침 집에 찾아왔던 딸의 추천으로 외손자와 함께 찾은 미술관

잠깐 그친 사이에 찾았지만

장대비를 뚫고 멀리서 온 사람들도 많다.

전시된 작품은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우리들 사이(Between Us)'다.

드로잉과 조각, 캔버스 그리고 설치미술로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 녀는 오랜 독일 생활에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고립감과

한국인 남편과 시댁과의 관계

그리고 두 번의 항암치료를 통해서

삶과 죽음, 존재와 관계사이에서 인간적 성찰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했다.

특히 삶과 죽음, 관계 등을

실과 선을 이용해 네트워크로 연결짓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캔버스에 실을 거미줄처럼 또는 우주의 성운처럼 보이도록

섬세하게 연결하여 만든 작품을 보고

5살 외손자에게 물으니

번개처럼 보인단다.

시오타 치하루가 관계설정에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볼 수 있게

작품 속의 실은 매우 촘촘하고 복잡하게

꼬이고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뇌를 보여주듯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도 돋보인다.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 갇힌 사물들

그저 보여지는대로 느끼면 되는 것인가?

작품명도 없다.

가죽을 소재로 만든 설치미술작품도 걸려 있고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과 색감을 엿볼 수도 있다.

어린시절 사랑방에서 할머니가 키우던 누에고치가 생각난다.

이런 그물망 속에 타원형의 하얀 누에고치가 달려 있었는데...

이런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두통이 있었을까?

인체해부도가 들어 있는 것의 의미는

차라리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전시장 레이아웃도 깔끔하고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 싶다.

압권은 한 방을 가득채운 설치미술이다.

딸애가 들은 바로는

이 작품을 설치하는데 3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내게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작품들이다.

8월 23일까지 전시된다니

시간이 되면 가보시기를 추천한다.

창밖은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

유리창을 타고 내리는 장맛비조차

그림을 만드는 가나아트센터 전시회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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